대략..GG [29281] · MS 2003 · 쪽지

2004-09-12 16:39:41
조회수 3,646

당신에겐 날개가 있습니다...by 카페모카(수정)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434788



(6) 수능 >_<







수능 전날은...뭐 별 기억이 없다...

신문으로 이번에 수험표가 있으면 아웃벡 메뉴가 하나 공짜랜다~ 티지아이 50%할인이랜다..를 듣고

앗싸 22000원 뽑겠다;;란 생각했을 뿐..

그리고...

제발 수리만은 쉽게 나와다오라고 기도를 드렸다 마지막으로...

참!

난 부산에 이사를 오고 나서 교회를 잘 안다녔다 (모태신앙이다)

엄마아빠도 귀찮아서 교회를 친가쪽 몰래 안나갔는데 (할아버지가 장로시고 삼촌이 목사이시다)

내가 망하고 나서는 교회에 매주 갔다...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엄마와 아빠는 기도시간마다 날 기도해 주셨고..

나도 수능 잘치면 착한 일 마니 할게요;;하고 한 주간의 일을 고백하고는 제발 좀 망하지만은

말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렸다..

근데 신기하게 그렇게 교회를 갔다오면 한 주가 편했다 -ㅁ-;;



수능 전날까지도 대장금을 끝까지 챙겨보고 잤다.

11시 반쯤 잠이 들었다.

꿈은 꾸지 않았다.


눈이 부셔서 감았던 눈을 떠보니..

어느새 6시... 외할머니가 내 방에 불을 켜두고 막 나가신거 같았다...


아침을 곰국에 밥을 말아먹고서는 아빠차에 엄마 아빠와 같이 타고는 시험장으로 향했따.

매우 기분나쁘게도 시험장은 우리집에서 매우 멀었다 -ㅁ-;;


7시 10분쯤에 도착했는데...한 40분 정도를 차에서 딩굴거리며 영어듣기를 했다..

나름대로 일찍-_-간다고 생각하고 7시 50분 쯤에 교문으로 걸어갔는데;;;

내가 우리학교에서 제일 늦었댄다;;;

후배들이 요란하게 떠드는게 싫고..또 걔네들이 안겨주는 커피는 맛이 없을게 뻔하므로;

(카페모카가 아니자나....)

아이들 뒤를 힘겹게 헤치며 걸어갔다..

교문을 들어가려는 찰나 옆반 담임샘이 날 발견하고는 형식적인 멘트를 하셨고..

난 엄마아빠 얼굴만 슬쩍 쳐다보고는 학교로 낼름 도망갔다.





교실에 들어서니;; 역시 내가 꼴찌였다 -ㅁ-;;

근데 다들;; 이삿짐을 한가득 싸와서는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내 교실에 재수생이 1~2 명 밖에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또 다들 교복을 입고 있었다;

다들 늦게 오는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뭔가...뜻이 있는 눈빛이었다.

\'훗.. 재수로군?\'  

-_-.....




난 딱히 공부한걸 가져오지 않아선지..


할 일이 없었고 (원래 난  모의고사나 시험 전 쉬는 시간에 공부를 잘 못한다..)

그저 할아버지 할머니가 써주신 기도문을 계속 읽었고

외할머니의 집을 나서기 전의 표정을 생각했다.

맞벌이 부부이신 엄마아빠 대신 나를 지금까지 키워주신 할머니...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소원 하나가 내가 서울대에 합격하는 것이었다 -ㅁ-;;

이뤄 드리고 싶었다...



물론 저렇게 잘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난 수능 날 이미 재수를 결심한 몸이여서 그런지;;

긴장 자체를 아예 하지 않았다;;

정말..;; 남들이 보면 장수생일까 싶을 정도로 긴장을 하지 않고 시종

미소 띈 얼굴로 있었다....

이렇게 긴장을 하지 않은 탓에

수능을 잘친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한다.

(여러분..맘 편히 갖고 긴장하지 마세요 )

또 내 교실에는 우리반 또는 우리 학교 학생 중 아는 아이가 한 명도 없었다;

이것이 나의 맘을 편하게 한 또다른 이유라고 생각한다 -ㅁ-






마침내 종이 올리고..

시험이 시작되었다.

언어는 어려웠다.

쓰기가 4번이 자꾸 나와 안그래도 신경이 쓰이던 판에

현대시와 현대소설 고전소설등등 이놈의 문학들이 속을 썩였다.

특히 심생전은..정말 즐스러웠다-_-

그 외 비문학은 할 만했다.

어려운 것도 몇 번 보니까 다 풀 수 있었고...

그러나 문학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일단 60번까지 풀고 시간이 20분 정도 남았기에 15분 정도 별 표를 친

9개-_-의 문제를 다시 풀었다...

마지막 까지 붙잡고 있었던 문제가 심생전의 그 문닫는 문제 -ㅁ- 였던 거 같다;;

100점만 넘으면 잘한거라 싶었고...

에잇 재수할 건데 못치면 어때!! 하면서

가져온 물을 한모금 마셨다...



그리고 대망의 수리 시간 -_-

제발 전날밤까지도 수리 좀 쉽게 내주세요...기도 드렸던 수리 시간.


쉬웠다.

남들한테는...


그러나 나에게는 어려웠다 -ㅁ-;;;;


나의 고질병 중 하나인 한 문제 막히면 계속 막히는 현상이 유감없이 수리 시간에도 발휘되었다.

14번인가 확률 문제에서 계산을 잘못해서 헤메자 다음 문제까지 계속 계속 막혔다.

얼른! 맘을 달래기 위해 주관식을 먼저 풀기 시작했다 -ㅁ-;;

주관식 마지막 문제만 남겨두고 다 풀고 나서는 다시 침착하게 객관식을 풀기 시작했다.

다행히 막히던 문제들이 다 풀려졌다 휴;;;

그리고 정말 정말 다행이었던 것은 9월달에 주관식에서 무참히 깨졌던 것을 상상하며

주관식을 남은 시간동안 다시 재검토 했는데 무려 2점 짜리 두 개 3점 짜리 하나를

기초적인 덧셈 뺄셈을 잘못한 것을 발견했다;; 순간 식은땀이 나고 하느님 감사합니다가

절로 나왔다 -ㅁ-;;

그리고 걷어가기 전까지 고민했던 8번 문제를..나중에 점심시간에 문제를 기억해 내고선

다시 풀어보고는 내가 맞췄다는 것을 알자 힘이 났다...


화장실에 가니까 애들이 수리 쉽지 않았니? 중얼중얼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 내가 시간 맞춰 풀었으니 쉬운 거겠지;;생각했다.

예감에 1 문제가 틀렸을 거 같았다.

느낌이 좋았다.

또 수리 시험에 껌을 씹은 것이 어느정도 긴장을 완화시켜 준 거 같다.

시험을 칠 때는 껌을 씹는 걸 느끼지도 못했는데 나중에 밥 먹을때 보니깐

턱이 얼얼했다.



죽을 싸가면 시험을 죽쑨다는 외할머니의 미신 아래 난 쌀밥과 스팸!을 먹었는데

3분의 2밖에 못 먹었다...


3교시엔 과탐을 버렸다.

1점 짜리만 풀고 2점 짜리는 ㄱㄴㄷ 보기 중에 맘에 드는 것;;만 골라 답을 썼다.

신기한건 나중에 채점을 하니까 푼 거보다 찍은게 더 많이 맞았다...-_-


사탐은 국사 빼고는 그럭저럭 풀었다.

교과서를 읽어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영어는 문법 29번인가? 아무튼 그 한 문제만 빼고 다 풀고다니 30분 정도가 남아

여유있게 답을 다 찾아낼 수 있었고

프랑스어는 5분만에 풀고 35분동안 검토를 했다..

난 불행하게도 시험 다 치고 나면 엎드려 자지 못하는 이상한 증세를 가지고 있었다...

아, 또 오후에는 상대적으로 밥을 적게 먹어서인지 포도당이 떨어지고

입이 텁텁해 지는데 난 씨박스를 두 개 갖고 가서는  미리 비닐 봉지에 부어두곤

야금야금 시큼시큼 먹으면서 풀었다...그러니 한결 나아지던 거 같았다.

물은 뜨거운 물 차가운 물 따로 싸갔다 -ㅁ-;;








그렇게 시험이 끝났다.

먼저 엄마의 첫마디가 날 절망에 빠뜨렸다.

\"언어가 너무 쉬웠다며?\"

제길;; (이놈의 언론...)

엄마는 나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는 입을 황급히 다무셨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엄마가 앞자리에서 어두운 와중에도 채점을 하기 시작했다.






언어 114

다행히...정말 다행히 별표했던 9개의 문제 중 6개가 맞았다 -ㅁ-;;

그래도 언어가 쉬웠다 그래서 내가 보통정도인줄로 생각했다;;

수리 75 or 72..


멍청하게도 객관식 1번 틀렸다 -ㅁ-;;;아앍 아앍 아앍;;;


그래도.....애써 주관식 계산 틀린걸 맞췄잖아 하고 위안을했다.

아 또 답은 맞게 구했는데 이상하게 답지 적어온 거론 틀린 번호가 되어있는것이 있었는데

이 놈의 이 문제가 12월 3일까지 내 속을 팍팍 썩였다.

다행히 맞게 나왔지만....

영어와 프랑스어는 만점 그리고 사탐은 68점이 나왔다.






이게 잘친건지 못친건지 잘 몰랐다 -ㅁ-;;;


엄마는 이 정도면 못해도 연대나 고대는 문닫고 가지 않을까...라는 예상을 하셨고

집에 도착하기 전에 그냥 수시에 올인하자라고 합의를 보았다..

그냥 멍했다.

그렇게 망하지도 않고 그렇게 잘친거 같지도 않은 수능 점수.

그냥 할만큼 했다는 ...다행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멍~~~~했다 -ㅁ-




저녁밥을 먹고..



오랜만에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과외샘한테서 전화가 오더니.. 내 언어점수를 듣고는 흥분을 막 하셨다;;

갑자기 내 언어 점수가 엄청 잘한 점수랜다;;

밤 9시쯤 드디어 접속 된 오르비에서 내 점수를 확인하니 왠걸.

-_- 난 갑자기 고득점자;;가 되어있었고....;;

다음날;; 서울대 법대를 쓸 수 있는 점수권에 들었다...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어쨌든.....수시 1차 합격 통보를 받고는 난 과감히 정시에 올인하겠다고 했다.

이 점수로는 안되도 사회대는 쓸 수 있으니까..혹여 마킹이 한두개 잘못되더라도 사회대는

배치표상 쓸 수 있으니...수시를 포기하고 정시로 나의 원래 꿈이던 법대를 노려보겠다고 했다.


엄마는 동의했지만....아빠는 수시 면접 날까지 안절부절하셨다고 한다;;(은근히 소심한 건 역시 남자다 -ㅁ-;;)

누가보면 대단히 배부를. 또는 무모한 도전이었겠지만;; 난 점수 앞에서는 굉장히 단순했고

사회대 수시를 과감히 째고 정시 준비를 했다..




물론 학교에서는 냉소적이었다.

360점 대가 법대를 쓴다고;; 380대를 받은 애도 사회대 수시 가니까 너도 그냥 가라고

하는 분위기였다.

학생주임 그리고 담임한테 말하고 싶었다.

서울대에서 반영하는 영역이 전체 다 인줄 아냐고.

380점 받은 그 아이랑 나의 언수사외 점수가 몇 점인지는 아냐고(내가 더 높았다 -ㅁ-)

허나...

난 조용히 깨끗하게 담임의 수시를 가라는 무언의 요구를 묵살하고,

공결을 부탁한 후 11월 17일 서울의 압구정동 모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ㅊㅇ 학원이란

면접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ㅊㅇ학원 법대 1반 김뿅뿅.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