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GG [29281] · MS 2003 · 쪽지

2004-09-12 16:21:10
조회수 3,201

당신에겐 날개가 있습니다...by 카페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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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심하게 우울한 얼굴로 엄마와 다툰 뒤 서울에서 내려왔다.

내가 2년여간이나 공들여 들인 서울대학교 경시대회 본선에서 보기 좋게 물먹었다는 사실

그리고 옆의 남자애에 비해 난 완젼 초딩 수준이었다는 것을 직감 한 후 갑작스런

불안감이 파고들었다.

그래도 도경시대회나 타대학에선 항상 금상을 탔었는데....

서울대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나를 발견하고는 의욕을 잃어갔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안은 척을 했지만 걱정이 되었다. 어느덧 8월이었다.

늘 나의 발목을 잡는 수리. 수리는 항상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며

모의고사 점수는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었다...

그때부터 알게모르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건 고스란히 가족에게  짜증으로 되돌아

갔고  집 안에서도  몇 번이나 나 때문에 심한 분쟁이 일었다. 난리도 아니었다 -_-;;;

엄마 아빠랑 하루가 모자라게 싸웠고 집 안에 있기가 싫어서 급기야 독서실을 끊어 다

녔다...생전 처음 독서실에 갔는데 가서 공부를 했는데 나름대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는 시간은 길었다. 내 자신이 뿌듯할 만큼...그러나!

공부를 해도  체계적으로 하지 않고 무조건 8절만 무식하게

돌렸다;; 왜? 오르비에서 8절 돌리는 철이라고 했으니까. 그리고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 또 오르비에서 좋다 좋다 하는 문제집을 생각없이 산 다음에 무조건 풀어제끼는

일을 반복했다.. 오답체크도 안하고 그저 문제만 가득가득 풀었다.

지금도 과외하는 학생들에게 항상 8절은 맨 나중에 풀거나 아예 풀지 말라고

한다 -_- 정말 내가 느끼기엔 8절을 풀 바에는 교과서를 한 번 더 보는게 낫다..



나의 황금같은 여름방학은 그렇게 지나갔다.

이건 여담이지만 난 고3때 여름방학 보충 수업 한 절반 정도를 한 것 빼고는

학교 보충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경시대회 핑계도 있지만

쓸데 없다고 생각했다 -_-;;

쓸데 없는 건 맞았다. 들어도 그만 안들어도 그만인 수업들이었다.

하지만 때문에 방학 때 난 규칙적인 생활을 전혀 하지 못했고 공부도 별반 안했다;;

학교 야자도 고2 겨울 때까지 안했다 -_-;;;

경시대회 핑계로;;;

난 정말 독서실이나 학교나 도서실에서 여럿이 공부하는 스타일이 죽어도 아닌 것 같다

집에서 혼자 내 책상에서 발 뻣고 해야 잘 된다 -ㅁ-;;

그러나 문제는 집에 와서도 놀았다는 점.....

그래도 차라리 화끈하고 놀고 말지 학교에서 아무 것도 하지않고 멀뚱멀뚱 있는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수업 시간도 좀 그랬다. 내가 필요할 때만 듣고 아는 게 나오면 혼자 진도 외를

보거나 아니면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보거나 다른 것을 했다.

3~4월초에 존 거 빼면 그렇게 졸진 않았다.

선생님들로선 별로 달갑지 않은 행동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난 그 눈초리를 요리 조리 피했으며

몇 몇 좋아하는 수업은 그래도 눈을 반짝이며 들었기에 놈팽이라는 소문까지는

나지 않았다. -_-  국어랑 사탐 과목은 열심히 들은 거 같다.

허나 그렇다고 학교 수업이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수학은 전공이 수학도 아닌 늙수그레한 사람이 늘상 해답지만 읊어댔고

문학시간도 언어영역 문제지를 푼답시고 풀어라! 하고 해답지 읽으면 그만이었다.

특히 고3땐 내가 봐도 정말 저런 사람들을 고3 교사로 쓰고싶었을까 싶었을 정도로

안타까운-_- 선생님들이 많았다.

그나마 실력이 있다해도 지방 평준화 고교에서 무엇을 기대하랴.

모의고사 130점부터 360~70대까지 모아놓고 똑같은 걸 가르치려면....결과는 뻔하다.

뭐, 내가 수업을 잘 안들은 책임도 있지만 일단 학교 수업 시스템의 문제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정말 지금도 이해가 안되는 것은  영어독해 지문 4개 정도를 풀라고

15분-_-정도의 시간을 준다. 느려도 5분안에 다 푼다. 답도 다 맞다. 모르는 단어 없다.

문법 구문 다 이해된다

그러면 방해만 되지 않게 다른 문제를 더 푼다거나 같은 영역의 공부를 하면 안되는가?

대부분의 교사들은 이것을 못 참으신다..자존심 문제도 있겠지만...

난 이것이 참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우열반을 만들던지..(우열반이라고 해봤자

물수능에 맞먹는 물내신 시험으로는 누가 우 이고 누가 열인지 가르는 게 무의미하다.)

뭐, 나의 변명이라면 변명이겠지만....

일단 내가 농땡이었지만..;; 학교 시스템도 날 돕는데 일조를 한거 같다.

난 그래서 별로 학교를 좋아하지 않았다.

선생님들도 지금까지 딱 2 분 빼고는 싫어했다. 그 2분은 내가 정말 정말 좋아했다.

졸업식도 안가고 싶었으나 -_- 가긴 갔다;;



정리를 해보자면...아주아주 심하게 말하자면

그저 어릴 때 쌓아놓은 베이스 실력에 가끔씩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공부한 것으로

겨우겨우 지탱해 나가는 위태로운 상태에 지나지 않았다.


나의 왕국...그 자만심으로 세워진 모래 위 왕국은 정확히 2003년 9월 2일에 끝이 났다.




ps: 내가 고1때 부터 고3 여름방학 때까지 공부한 것들을 정리하자면

언어 : 다다 영인 등등 왠만한 문제집 현대시 현대소설 고전소설 고전 운문 시리즈는

다 풀었었다. 그때까지 나온 건 거의...그리고 문학 공부는 글동산 시리즈로 했었다;

종합편 기본편 이런건 잘 안풀었다.

언어는 유일하게 내가 좋아했고, 또 해도해도 질리지 않아서 그나마; 열심히 한 거 같다.

그리고 점수도 유달리 잘 나왔다 -ㅁ-;; 역시 언어는 독서가 바탕이 되면 공부를 하든

안하든 잘 나온다 -_-


수리 : 정석-_- 돌렸으나 늘 제자리 걸음.

       문제집 도 풀었으나...아는 건 맞추고 모르는 건 해답 쓱 보고 넘어가서
      
       다음에 보면 또 틀렸다 -_-;;

       문제집은 푼 양은 꽤 되었으나 별로 실속이 없었다.

       늘 맞추는 건 맞추고 틀리는 건 틀렸다.

사탐 : 그냥 수능 문제집 이것저것. -_- 한 학기에 보통 한 과목에 3~4권 정도 푼 거같다.

      그것도 꾸준히 계획 세워서 푼 것이 아니라 그냥 삘 받은 그 날 파바박

      한 번에 해치우는 스타일이었다...대부분 모의고사를 앞두고... 언어도 그랬다 -ㅁ-;;

영어 : 텝스 한다고 안했다 -ㅁ-;;

       정말 영어는 문제집 딱 문법 한 권 풀었다 -ㅁ-;;;

과탐 : 학교 교재만 봤다 -ㅁ-;;

한마디로 나의 공부 스타일을 정리하자면

오답을 확인 안해서 틀린 문제는 또 틀리는 형식.ㅣ

그리고 공부하는 때가 상당히 간헐적이며 산발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점수는 수리에 의해 좌우되었다 -_-





좀 짧구요 -ㅁ-;;;; 짧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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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우♥ · 35538 · 05/09/12 19:56

    우리학교는 한시간에 영어지문 4개 푸는데 -_-..

  • 넌별이된다★ · 55041 · 05/09/13 02:39

    학교가 참.. 저도 비슷한 상황;
    차라리 그런 수업시간엔 수업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_ㅠ

  • nicholas · 11357 · 05/09/19 03:26

    카페모카님 멋지십니다. 시원시원하네요^^; 저는 마음에 안 드는 선생들 있어도 개기지 못했어요. 성격이 소극적이었고 또 내신 안줄까봐-_- 공고라고도 불리던 비평준 하위고에서 야자는 야자대로, 보충수업은 보충수업대로 붙잡혀 있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