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1] · MS 2000 · 쪽지

2003-02-09 13:30:45
조회수 8,679

"합격자 수기"의 진정한 의미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431394

일부 분들께서 수기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특히 이야기 위주로 수기를 써 나가는 분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분들이 종종 계신데,  그런 불만을 가진 분들께서 주로 하시는 말씀은 "공부 방법에 대한 조언 같은 보다 실용적인 글을 써달라" 라는 쪽으로 수렴됩니다.
 이는 저희가 게시판을 개설할 때 이해하고 있던 '수기'라는 단어의 의미와, 그런 분들께서 지금까지 자신이 접해온 '수기'들로부터 귀납적으로 얻어낸 그 단어의 의미에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수기의 사전적인 의미는 "자기의 체험을 손수 기록함, 또는 그 적은 기록"으로서 "회고록, 회상록"이라는 단어들이 그 유의어가 됩니다. 저희가 일전에 게시판을 개설하면서 남긴 공지에 "합격자 수기 또는 공부 방법에 대한 조언" 이라는 어구를 남긴 것도, 저희는 "수기"라는 단어를 위에 적은 사전적인 의미로 생각해, 그것은 공부 방법에 대한 조언과는 별개의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편의상 하나의 글에 자신의 수험생활에 대한 회상록(수기)에 공부법에 대한 조언이 포함될 수는 있겠지만, "수기"라는 제목이 붙여진 글에 무언가 실용적인 조언이 없다고 해서 그 글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것은 부당한 일입니다.
 수험 생활을 하는 한 명의 수험생에게 있어서, 공부 방법에 대한 보다 직접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이 사회에서의 공학의 역할과 같다면, 언어 영역은 이렇게 해라, 수리 영역은 이렇게 해라와 같은 내용은 없고 그저 자신의 수험 생활에 대한 회고만을 담은 수기는 그 수험생에게 있어서 자연과학이 사회에 대해 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갖습니다. 이는 자연과학이나 수기는 무언가 확실한 방향점을 설정해주고, 즉시 사회나 개인에게 변화를 이끌어내게 해주지는 않지만, 그러한 변화의 추진이나 방향점 설정에 있어서 밑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수기는, 그것으로부터 비판할 점을 찾아내려 혈안이 되어있거나, 그것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때 결코 자기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수기는 그것을 열린 마음으로 접할 때, 그 수기가 다루고 있는 내용이 극적이건 평범하건 간에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인생을 간접적으로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의 폭을 넓히고, 자기가 미처 경험하지 못해 잘 알고 있지 못하던 사실이나 진리를 느낄 수 있게 해주며, 때에 따라서는 어떤 일에 임하는 자신의 태도를 바꾸어준다는 장점을 지닙니다.
 물론 실용적인 글도 큰 도움이 됩니다. 직접적인 조언이 게시판에 많이 올라오는 현상 역시 고무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자기가 살아온 삶 혹은 자신이 알고 있는 어떤 사람의 삶이 어떤 수기에 담긴 삶보다 더 거칠고 힘들었다고 해서, 아니면 그것보다 더 극적이고 놀라웠다고 해서 그 수기가 폐품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닙니다. 평범하지 않은 눈을 가진 사람은 평범한 삶으로부터 의미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곳에 평범하지 않은 눈을 가진 사람이 한 분이라도 계시다면 모든 수기는 그 나름의 존재 가치를 지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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