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 [729157]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7-11-28 14:29:30
조회수 46,368

수능 때문에 고등학교 자퇴를 생각하시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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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01년생 학교밖 청소년 입니다.

개인적인 일로 오늘 공부를 못하고 마음이나 정리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오르비에서 거의 막내일거같은데,그래서 걸러 들으실건 걸러 들으셔도 좋아요.

개인적으로 내가 자퇴를 고민할때 너무 정보가 없어서 걱정했는데

나중에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씁니다 


우선 저는 올해 5월에 중간고사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자퇴했습니다.

정말 땀흘려 공부한 과학이 4등급이 나왔고 수학은 원래는 모르는 문제는 한문제 밖에 없었는데

괴랄한 계산실수로 4등급이 나와서 제 기억으로 23445 3.6의 망측한 등급이 나왔습니다.

5등급 미만의 하위권분들은 기만이라고 하실 수 있겠지만

정말 저는 버스안에서도,밥먹을때도,쉬는시간,점심시간을 포함하여 모든 시간을 공부에 투자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제가 전교권에 들 줄 알았습니다.

자퇴하고 이 사실이 참 창피해서 입밖으로 꺼내기도 싫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어느정도 성적이 나와줘서 말이라도 꺼내네요.


그래서 저는 이성적으로 내가 원하는 서울대는 죽었다 깨어나도 갈 수 없을거란 현실에

울며 겨자먹기로 자퇴를 선택했습니다 

모두가 말렸지요.

수시가 80%의 비율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너가 수시를 버리고 명문대 반수생과 특목고생들을 이길 수 있을거라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수시로 내가 원하는 대학을 갈 확률은 거의 불가능에 수렴했고 

어차피 수시로 어중간한 대학 나와봤자 만족 못할거같고 

그때 후회하면 늦을거 같아 저질렀습니다.


지금 성적은 고1 모의고사 수학 제외(수1간접범위) 올1 고2모의고사 국어2등급 수학1~2(가끔3도뜨지만ㅠㅠ)영어1이 나옵니다. 물론 고등학교 2학년 난도라는거를 감안해 주셔야 합니다.


하루 순수 공부시간은 10시간정도 입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무슨일이 생기거나 공부가 안되서 

8시간 정도 밖에 안나오긴 하지만요.


자퇴를 하고싶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습니다

자퇴하고 후회하지 않느냐는 말 , 자기관리는 어떻게 하냐는 말, 인식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 등

근데 한가지 확실한건 남에게 물어봐선 절대 답이 안나온다는거에요.

제가 생각하기에 학교는 다수의 선택에 불과합니다

약 98퍼센트의 학생들이 학교에 가니까

너무나도 당연하게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학교 입학, 중학교를 졸업하면 고등학교 입학을 모두가 하지만

그게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다른 길을 가는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원래가 소수의 길이 핀잔도 받기 쉽고 눈초리도 받기 쉬운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타인을 의식하느냐 나의 길을 못걸어가야한다는 사실이 싫었고

저는 제 의지대로 조금 다른 길을 나간것 뿐입니다.


여기까지는 추상적인 이야기였고 지금부터 실질적인, 내가 6개월 동안 혼자 공부하며 느낀 점을 알려드릴게요 ㅎㅎ.


1 > 공교육 못받는 리스크가 있다.

전 사실 이부분에 대해 되게 간과 한것 같습니다. 솔직히 수업의 질이 사교육이 압도적인건 말이 필요없을테고

한 선생님 풀커리만 타면 공교육 커리큘럼은 압도할것이라고 생각했기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모든 수능은 교과서 외의 내용에선 죽었다 깨어나도 출제될 수 가 없기 때문에 인강교재나 기출서 같은 

것들로 공부의 기준을 잡아야 하기때문에 약간의 불안함도 있습니다.

특히 국어 문학 같은 경우는 교과서에 나오는 대표적인 작품들도 인강 선생님들 께서 종종 언급해주시는데

저만 완전 딴소리 듣는 기분이죠.

하지만 결정타일 정도로 큰 문제는 아닙니다.


2 > 고독하다.

뭐 말이 필요 없습니다. 고독의 끝을 느끼실려면 자퇴를 하시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수는 학원에 가면 같은 처지인 친구들이 있고 독학을 하더라도 주변에 독학생 친구 한두명은 두시는데

저같은 경우는 제 처지의 친구가 단한명도 없어서 동질감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물론 온라인상에서 카톡 스터디를 하면서 만난 저같은 독학생들도 있지만

친구사이에 느끼는동질감이랑 거리가 매우 큽니다.

그냥 재수만 해도 엄청 고독하다고 하시는데

동질감 느끼는 사람이랑 카톡하나 할 길 없는 저는 오죽 하겠습니까.


3 > 나를 설명할 길이 많아진다.

밖에서 어른을 만나면 학생이다 라고 말하면 어디 학교냐 물어보고,안다닌다고 하면 왜 안다니냐고 물어보고, 자퇴했다고 하면 제가 위에 설명한 자퇴 이야기를 다 말해줘야합니다. 뭐 이제는 무의식적으로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물론 스트레스 받진 않지만 그냥 귀찮을 정도입니다. 근데 이걸로 스트레스 받는 분들도 있는것 같더라구요


4 > 재,삼수가 두렵지 않다.

물론 바늘구멍의 정시는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나이로 치면 재수해도 현역이고 삼수해도 재수입니다.

심지어 사수해도 나이론 삼수이니 이거 하난 걱정 없는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이번 수능 망쳐도 한번 더 한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요.

물론 이것때문에 나태하진 않습니다.


5> 현역으로 가면 술 숙박 담배 등등 꿈도 못꾼다.

ㅠㅠ


6 > 타인의식 ? 신경안쓰인다.

자퇴하고 딱 한달정도는 모두가 자퇴생인 나를 이상하게 볼거라고 착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남들은 나를 자퇴생으로 볼 지 모르겠지만 

저에게 그냥 나는 독학생일 뿐 가끔은 내가 자퇴생이란 사실도 잊고 삽니다.

사람이란게 원래 주어진 상황에 잘 적응하고 익숙해지며 살아가지 않습니까

진짜 딱 한달 신경쓰입니다.


7 > 수시를 못쓴다.

2등급 정도 나오시면 그냥 학교 다니시는거 추천드립니다.

저는 가망없는 3등급 중반이라서 자퇴했지만

수시를 못쓰고 정시에 배팅하는 리스크는 정말.. 말이 필요 없습니다


8 > 검정고시는 쉽다.그리고 2월,6월 초 기준 6개월 전에 자퇴해라.

검정고시 난이도는 수능 2점 ~ 그래봤자 개 쉬운 3점짜리 에서 그칩니다 (수학)

영어는 말이 필요없구요.

advice의 뜻을 물어보는문제가 나옵니다.

검정고시를 불합격 할거같다면 그냥 학교에 계세요. 그정도입니다.

그리고 자퇴는 검고 원서접수 6개월 전에 처리가 되어있어야하는데

서류 처리까지 2~3일 걸립니다.

고등학교는 숙려제는 선택이니 빼달라고 하시고 

시기 잘 맞춰서 자퇴하세요.

검고 못따면 수능 접수도 못합니다


9 > 자기관리

저는 공부는 못했지만 순공시간은 많았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할때 유혹에 잘 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저도 일주일에 한번은 풀어집니다

지금껏 제대로 공부해본적이 없어서 수시를 망쳐서 수능으로 갈라고 한다?

방법은 두개입니다.

재종이나 빡센독학학원을 가거나 학교에서 정시를 파는것입니다.

공부해본적 없는 사람에게 독재는 95퍼센트 망한다고 생각합니다.


10 > 평일아침에 돌아다니는거 재미따.

특히 자퇴 초에 평일 아침 돌아다니다가 고등학교를 쳐다보면

정말 기분 조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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