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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컷소급적용 [535116] · MS 2014 · 쪽지

2017-11-26 16:15:06
조회수 1,395

96년생 아재입니다. 수능 끝난 후배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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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입시판을 한참 전에 떠났습니다. 이제는 돌아갈래야 돌아갈 수 없는 곳이기도 하네요.


그래도 역시 수능 때마다 관심은 갑니다. 신입생 들어오면 어색한 분위기에 말문 틀 수 있는 좋은 소재거든요. 이번 수능도 훑어봤는데 참 기가 막히는 문제들이었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이런 문제 푸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따지고 보면 옛날부터 매 수능 말이 많았습니다. 이번은 진짜 역대급이다, 이런 수능이 있었냐 하는 말은 항상 나오던 얘기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단하신 나랏님들은 임기중에 실적 쌓기 바빠서 툭하면 바꿔대거든요. 정시나 늘리지 말예요.


하나하나 썰을 풀어보자면. 13이전 언수외시절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좀 더 지나면 한국사에 실릴지도 몰라요. 문제도 지금이랑 많이 달라서 앞으로 수능 치실 분들은 굳이 발굴해서 볼 필요는 없을 겁니다. 어차피 좋은 문제들은 다 보게 돼있어요.


누구 발상인지 14학년도 영어B형은 참신한 막장이었습니다. 이런 거 만드는 놈들도 안 짤릴 만큼 공무원이 신의 직장이에요. 그래도 영어만 빼면 이때가 제일 좋았습니다. 적절한 난이도에 탐구도 화학 빼면 괜찮았고요. 등급간 격차도 커서 지금처럼 아 계산실수 이런 시험은 아니었습니다.


15수능은 단군이래 역대급 워터파크였어요. 국수영 올1컷이면 295점이었습니다. 그나마 불반도에서 노오력으로 커버가 되는 마지막 시험이었다고 봅니다. 전반적으로 쉬웠고 영어도 EBS 달달 볶으면 극복할 수 있었으니까요.


16에서 평가원이 제대로 평가원해버렸습니다. 역대급 통수에 탐구선택 운빨ㅈ망겜이었죠. 믿거평의 시1발점이 됐고, 탐구 등급컷마저 추정컷이랑 실제컷 사이에 오차가 크게 발생하면서 최저 노리던 수험생들 행복회로가 산산조각났습니다.


이후 크게 관심은 없었고 과외할 때만 간간히 훑어보는 정도였는데, 17때만 해도 난이도가 어려웠지 컷은 정상이었던 걸로 압니다.


이번 수능은 제가 봤을 때부터 한참 지나선지 감은 잘 안 오지만. 영어가 절평이 되는 바람에 국수탐이 개노답 삼형제가 된 건 확실합니다.(영어도 무시할 수는 없는 수준인데도요) 게다가 N수생도 쌓이고 현역도 잘해지고.. 문제는 악랄해지는데 컷은 그대로. 심해졌습니다. 오르비 오랜만에 와봤는데 이렇게 분위기가 내리막이었던 적도 있었나 싶고요. 매년 수능의 막장력은 전고점을 갱신합니다. 입시판은 빨리 뜨시는 게 천배만배 이롭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 첫마디는 인생은 방정식이 아니란 겁니다. 여러분 모두 언젠간 오르비도 입시판도 떠나시게 됩니다. 그 뒤에도 휘황찬란한 인생이 있겠지요. 일상에 치이고 인생에 휩쓸리다 보면 서서히 입시에 무뎌집니다. 생각할 이유도 겨를도 없어요. 내 아들딸이 대학 갈 즈음에야 돌아보게 되겠지요. 아무리 인생이 짧다지만 성적표 한 장보단 깁니다. 살다보면 학벌주의는 얼마든지 무너지고, 또 뒤집어집니다.


물론 매우 민감한 얘기를 외면할 순 없겠지요. 노력은 했는데 결과가 안 나왔다.. 자존감이 푹 꺾이고 멍에가 되는 대목입니다. 오르비를 쭉 보다 아버님께서 저런 식으로 말씀하시고 내쫓기까지 하는 등 서운하게 대하셨다는 분도 봤는데.. 참 마음 아팠습니다. 현실은 너무나 무겁습니다. 인생이란 게 마음대로 되지 않아요. 1등이 있으면 꼴등도 있는 법이지요. 그게 하필 나일 때도 있습니다. 앞서처럼 암만 공부가 다가 아니라는 둥 둘러대봤자 당장 직면한 당사자에겐 그럴 수 없는 노릇입니다. 이런 말 하는 게 부끄러울 만큼 저 역시 그릇이 작습니다. 하지만 선배로서 감히 말씀드리자면, 받아들일수록 성숙한 어른이 됩니다. 곧 성인이 되어 갖게 될 자유와 의무는 스스로를 직시할 때 올바르게 배분할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을 인정하고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어른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신없이 달리느라 피곤했을 겁니다. 스스로 고생했다고 쓰다듬어주세요. 앞으로의 재충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아직 논술이니 원서니 남은 분도 더러 계시겠지만, 인생에서 가장 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순간입니다. 후회 남지 않을 만큼 스스로 사랑해주시기 바랍니다. 두서없는 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ㅎㅎ

오..

최대 1개 선택 / ~2017-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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