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잼꿈나무 [757475] · MS 2017 · 쪽지

2017-11-19 22:21:48
조회수 880

노베문학단편선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3895162

 재수생은 또 울었다.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연기 찬성 외쳐가며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현역도 형 옆에서 남모르게 소리를 죽여 간절히 바랐다. 그저 마무리가 덜 된 공부를 탓하며 바랄 뿐이었다. 동생도 이렇게 바라면서 어쩐지 마음이 조금 안정되었다.

 이날 뉴스늬 찌라시는 밤늦도록 핫했다.

 여론은 연기를 바라지 않았다.

 형은 울음을 그치고 불쑥,

 "야하, 연기가 되면. 개념 강의를 다 끝낼 거야."

 물론 늘어난다고 공부는 하지 않겠지만 동생의 귀에다 입을 대지도 않고 그저 계획만 지껄였다.

 "저것 봐, 저기 저기, 에에이, 모두 공부만 하구 있네."

 동생의 허리를 쿡쿡 찌르기만 하면서...

 어느새 주말이 지났다. 하루하루는 수월히도 저물어갔고 일주일 세운 계획은 변함없이 안 지켜질 뿐이었다. 책도 계획도 해놓은 게 없었다. 사설업체들의 무료 연장 강의를 신청만 한 형의 머릿속에는 꿈많은 애들 같은 선망의 대학만 생각나곤 했다. 날로 날로 꿈만 커져 갔다.

 일요일 밤이었다. 재수도 삼수도 모두 잠들었을 무렵, 형은 또 동생의 귀에다 입을 대고, 이즈음에 와선 늘 그렇듯 후회가 가득한 목소리로,

 "그 강의 생각이 난다. 퀄이 꽤 좋았었지야이."

 "......"

 "난 원래 완강을 하려고 했는데이, 너두 알잖니. 요새 좀 집중이 안 된 것 같다야."

하고는 헤죽이 웃었다.

 "......"

 동생은 놀라 돌아다보았다. 여느 때 없이 형은 쓸쓸하게 웃으면서 풀다만 실모를 동생의 눈앞에 천천히 펼쳐놓으면서,

 "현역아, 야하, 삼수는 아니다."

 "......"

 "저 말이다, 엄만 날 늘 응원을 했었대이야, 잉. 야, 현역아, 현역아, 내 성적이 좀 이상헌 것 같다야이."

 "......"

 동생의 눈에선 다시 눈물이 비어져 나왔다.

 형은 벌안간 더 눈이 휘둥그레져서 동생의 얼굴을 멀끔히 마주쳐다보더니,

 "왜 우니, 왜 울어, 왜, 왜, 어서 그치지 못하겠니."

하면서도 도리어 제 편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이튿날, 형의 공부시간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앉은 시간도 폰만 보았다.

 "그만큼 했으면 무던히 공부했지만두. 에에이, 이젠 좀 그만 하자덜, 무던히 공부했지만두."

하고는 주위의 재수생들을 흘끔 곁눈질해 보았다. 재수생들은 물론 알은체도 안 했다. 주변 재수생들은 꽤나 잘하는 패들이었다.

 그날 밤 형은 동생을 향해 쓸쓸하게 웃기만 했다.

 "현역아, 너 대학에 가거든 말이다, 대학에 가거든......"

하고는 또 무슨 샌각이 났는지 벌쭉 웃으면서,

 "히히, 내가 무슨 소릴 허니. 네가 대학 갈 땐 나는 설의 갈 텐데, 앙 그러니? 내가 정신이 빠졌어."

 한참 뒤넨 또 동생의 성적표를 응시하면서,

 "야, 현역아!"

 동생의 라인을 오르비에 잡아보기만 했다.

 수능은 아직 멀었다. 찌라시가 연기 한단 소리를 내며 오르락 내리락 하였다. 연기 소리 들릴 때마다 공부 안 한 재수는 희망을 가지곤 했다.

 동생의 눈에선 또 눈물이 비어져 나왔다.

 형은 또 벌컥 성을 내며,

 "왜 연기 반대하니, 왜? 흐흐흐"

 하고 제 편에서 더 더 울었다.

 며칠이 지날수록 형의 공부시간은 더 줄어만갔다. 연기된 일주일에도 별로 공부를 하지 않았다. 평소의 형답게 공부는 안 하고  놀 생각만 할 뿐이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쟁자들의 공부를 방해하기만 했다. 이젠 밤에도 동생의 귀에다 입을 대고 찡찡대지 않았다. 그러나 연기 소문 같은 것에는 여전히 흠칫흠칫 반응하곤 했다. 동생은 또 참다못해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형은 왜 반대하느냐고 화를 내지도 않고 울음을 터뜨리지도 않았다. 동생음 이런 형이 서러워 더 더 흐느꼈다.

 수요일, 바깥엔 함박눈이 내렸다.

형은 불현듯 동생의 귀에다 입을 댔다.

"너, 무슨 일이 생겨두 재수한다 하지 마라, 어엉?"

 여느 때답지 않게 숙성한 사람 같은 억양이었다.

 "한번더 말구 이번엔 붙어, 꼭."

 동생은 부러 큰 소리로,

 "야하, 화이트 수능이다."

 형이 지껄일 소리를 자기가 지금 대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

 그러나 이미 형은 그저 꾹하니 삼수를 결심한 표정이었다.

 동생은 안타까워 또 울었다. 형을 그러안고 귀에다 입을 대고,

 "형아, 형아, 공부 하자."

 수능날, 가파른 언덕올라 고사장 입구에 다다르자, 형은 동생의 가방을 쿡 찌르고는 걷던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형의 재수생활을 주의해 보아 오던 한 사람이 뒤에서 팩트폭행을 가했다.

 형은 앉은 채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사람은 형의 가방을 어깨에 둘러매면서,

 "맻년을 더 하겠다구 뻐득대? 안하면서."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