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베문학단편선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3895162
재수생은 또 울었다.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연기 찬성 외쳐가며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현역도 형 옆에서 남모르게 소리를 죽여 간절히 바랐다. 그저 마무리가 덜 된 공부를 탓하며 바랄 뿐이었다. 동생도 이렇게 바라면서 어쩐지 마음이 조금 안정되었다.
이날 뉴스늬 찌라시는 밤늦도록 핫했다.
여론은 연기를 바라지 않았다.
형은 울음을 그치고 불쑥,
"야하, 연기가 되면. 개념 강의를 다 끝낼 거야."
물론 늘어난다고 공부는 하지 않겠지만 동생의 귀에다 입을 대지도 않고 그저 계획만 지껄였다.
"저것 봐, 저기 저기, 에에이, 모두 공부만 하구 있네."
동생의 허리를 쿡쿡 찌르기만 하면서...
어느새 주말이 지났다. 하루하루는 수월히도 저물어갔고 일주일 세운 계획은 변함없이 안 지켜질 뿐이었다. 책도 계획도 해놓은 게 없었다. 사설업체들의 무료 연장 강의를 신청만 한 형의 머릿속에는 꿈많은 애들 같은 선망의 대학만 생각나곤 했다. 날로 날로 꿈만 커져 갔다.
일요일 밤이었다. 재수도 삼수도 모두 잠들었을 무렵, 형은 또 동생의 귀에다 입을 대고, 이즈음에 와선 늘 그렇듯 후회가 가득한 목소리로,
"그 강의 생각이 난다. 퀄이 꽤 좋았었지야이."
"......"
"난 원래 완강을 하려고 했는데이, 너두 알잖니. 요새 좀 집중이 안 된 것 같다야."
하고는 헤죽이 웃었다.
"......"
동생은 놀라 돌아다보았다. 여느 때 없이 형은 쓸쓸하게 웃으면서 풀다만 실모를 동생의 눈앞에 천천히 펼쳐놓으면서,
"현역아, 야하, 삼수는 아니다."
"......"
"저 말이다, 엄만 날 늘 응원을 했었대이야, 잉. 야, 현역아, 현역아, 내 성적이 좀 이상헌 것 같다야이."
"......"
동생의 눈에선 다시 눈물이 비어져 나왔다.
형은 벌안간 더 눈이 휘둥그레져서 동생의 얼굴을 멀끔히 마주쳐다보더니,
"왜 우니, 왜 울어, 왜, 왜, 어서 그치지 못하겠니."
하면서도 도리어 제 편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이튿날, 형의 공부시간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앉은 시간도 폰만 보았다.
"그만큼 했으면 무던히 공부했지만두. 에에이, 이젠 좀 그만 하자덜, 무던히 공부했지만두."
하고는 주위의 재수생들을 흘끔 곁눈질해 보았다. 재수생들은 물론 알은체도 안 했다. 주변 재수생들은 꽤나 잘하는 패들이었다.
그날 밤 형은 동생을 향해 쓸쓸하게 웃기만 했다.
"현역아, 너 대학에 가거든 말이다, 대학에 가거든......"
하고는 또 무슨 샌각이 났는지 벌쭉 웃으면서,
"히히, 내가 무슨 소릴 허니. 네가 대학 갈 땐 나는 설의 갈 텐데, 앙 그러니? 내가 정신이 빠졌어."
한참 뒤넨 또 동생의 성적표를 응시하면서,
"야, 현역아!"
동생의 라인을 오르비에 잡아보기만 했다.
수능은 아직 멀었다. 찌라시가 연기 한단 소리를 내며 오르락 내리락 하였다. 연기 소리 들릴 때마다 공부 안 한 재수는 희망을 가지곤 했다.
동생의 눈에선 또 눈물이 비어져 나왔다.
형은 또 벌컥 성을 내며,
"왜 연기 반대하니, 왜? 흐흐흐"
하고 제 편에서 더 더 울었다.
며칠이 지날수록 형의 공부시간은 더 줄어만갔다. 연기된 일주일에도 별로 공부를 하지 않았다. 평소의 형답게 공부는 안 하고 놀 생각만 할 뿐이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쟁자들의 공부를 방해하기만 했다. 이젠 밤에도 동생의 귀에다 입을 대고 찡찡대지 않았다. 그러나 연기 소문 같은 것에는 여전히 흠칫흠칫 반응하곤 했다. 동생은 또 참다못해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형은 왜 반대하느냐고 화를 내지도 않고 울음을 터뜨리지도 않았다. 동생음 이런 형이 서러워 더 더 흐느꼈다.
수요일, 바깥엔 함박눈이 내렸다.
형은 불현듯 동생의 귀에다 입을 댔다.
"너, 무슨 일이 생겨두 재수한다 하지 마라, 어엉?"
여느 때답지 않게 숙성한 사람 같은 억양이었다.
"한번더 말구 이번엔 붙어, 꼭."
동생은 부러 큰 소리로,
"야하, 화이트 수능이다."
형이 지껄일 소리를 자기가 지금 대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
그러나 이미 형은 그저 꾹하니 삼수를 결심한 표정이었다.
동생은 안타까워 또 울었다. 형을 그러안고 귀에다 입을 대고,
"형아, 형아, 공부 하자."
수능날, 가파른 언덕올라 고사장 입구에 다다르자, 형은 동생의 가방을 쿡 찌르고는 걷던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형의 재수생활을 주의해 보아 오던 한 사람이 뒤에서 팩트폭행을 가했다.
형은 앉은 채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사람은 형의 가방을 어깨에 둘러매면서,
"맻년을 더 하겠다구 뻐득대? 안하면서."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건동홍 추가모집 0
건동홍 공대 2명 뽑는과 예비 18번이면 가망 없을까요?? 간절합니다…
-
퇴근슛 0
골
-
현모 1회 후기 2
-
그냥 악순환이라 어떻게 빠져나가질못하겠어요 공부 한번 빡집중해서 한타임하면...
-
귀여운 척하는 사람 말고.........
-
그 반수하셔서 좋은데 가신다 했는데 요즘 안보임뇨 2주 눈팅하다 첨으로 맞팔햇는데
-
ㅈㄱㄴ
-
중고딩 쌤이 0
일댈로 밥이나 술 사준다 하믄 나가실 거예요?? 일댈 부담스러워서 거절 중인데...
-
붙으면 씻엇다 0
물평 ㅋㅋ
-
퇴물이 된 드리블러 배성민을 아시오?
-
Veritas Lux Mea
-
반배정 별론듯? 3
담임만 정상이면 되긴 한데데애초에 문과라 깡패 ㅈㄴ 많을듯 오르비나 해야지
-
연진자 마렵다 1
ㄹㅇ
-
(서울대 합격 / 합격자인증)(스누라이프) 서울대 25학번을 찾습니다. 0
안녕하세요. 서울대 커뮤니티 SNULife 오픈챗 준비팀입니다. 서울대 25학번...
-
바둑고트 1
레전드신진서
-
오르비언분들 6
남은 하루도 최고로 좋게 보내세요
-
+1의 욕망이 마구마구
-
고려대: 오…우리 교우는 우리가 챙겨야지 우리가 남이가! 연세대: 머 기왕이면...
-
부모 욕하는 단어는 왜 없을까 자식이 자식답지 못하면 불효자네 호로자식이네 뭐네...
-
너무 어려워요.. 한글로 써서 많은 분들이 보실진 모르겠지만 일단 올려...
-
집중력재활운동 2
일단8시까지
-
ㅇㅇ
-
길이 다듬고 숱 왕창 쳤는데 새 머리가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
근데 진짜 몰라서 그러는데 강기분이랑 뉴런에서 뭐가르침? 1
강기분이랑 뉴런이 수특보다 많이보이던데
-
500인데 공부좀 하면 가능하려나
-
새터 가서 들은 건데 경영학과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네요... 갑자기 욕심이 싹 사라져버리네
-
지구 하다가 못알아먹겠고 양도 더럽게많아서 (개념+기출 강의 절반도 못끝냄 ㅋㅋㅋ...
-
덕코내놔
-
26학번 뽑지 말자고 주장할 예정임? ㄷㄷ
-
중구난방으로 국어 투자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내 실력 딱 1문제만 평행이동시키게...
-
대학뽕 2개월이면 사라진다던데 그 2개월 느끼려고 죽어라 공부하는거임?
-
오르비 없인 못 살아
-
정부 "내년 의대정원, 증원 전 수준 동결" 의협에 첫 제안 2
https://www.msn.com/ko-kr/news/national/%EB%8B%...
-
사람들이 기출에서 내용만 뽑아간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아님 브레턴우즈 지문에서...
-
HI 안녕하십니까 패스 구매하면 3배 포인트 주는 이벤트 곧 종료됩니다!...
-
[속보] 검찰, '선거법 위반' 이재명에 징역 2년 구형 4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항소심에서 징역...
-
어..라...? 존재하질 않네...?
-
난아무겋도안햇믄뎅 다 추ㅏ소하고 올림
-
오르비 상주 시간은 당연히 아닐거 아냐
-
투데이 뭐임뇨 4
내 프로필 누른 사람 아닌가 나 3.3k+인데 메인 한 번 간적 없는데 뭐임 진짜
-
지금 개당 2달러쯤 하나본데 아직 팔기는 너무 이르려나채굴하고 상장까지 4년...
-
작년 수강생인데 올해는 필요한 수업만 온라인으로 구매해서 듣고 싶어서요. 혹시...
-
대답.
-
학잠이 왔구나 7
스터디카페에 입고가서 대학교 자랑하기.
-
서울대 긁는법 11
'의떨'
-
음음
-
https://www.msn.com/ko-kr/news/national/%EB%8B%...
-
SN 오지마라 1
숙소에 벌레 ㅈㄴ 나온다 ㅅㅂㅋㅋ
제가 독해력이 부족해서 그런데 3줄요약좀 해주세요
안하면서 ㅋㅋㅋㅋ
오또케 올해 수특에 실린건 또 아셔서
패러디하셨대...
와아ㅋㅋㅋㅋㅋ
아근데이작품진짜너무슬퍼요 ㅠ .. 갓잼갓나무님 저수능끝나고 독서할건데 문학추천좀 ㅎ
조정래작가님 정글만리, 박경남작가님 묘비명, 은행나무출판사에서 나온 세계문학 읽어보세여
감사합니다 , 한강작가님 내여자의열매 ? 그 작품 리트에서 잠깐 읽고 되게감명받아서 한강작가님 책들 읽어보려하는데 아시는거있나요 ?
아뇨 그 분은 저도 처음 들어봐서ㅠㅠ 한 번 찾아보고 맘에 들면 읽어보고 말씀드릴게요!
넵 감사합니다 ㅎ
이륙
뭐야 인증타임이엇네 ㄷㄷ 잘못찾아왓군
재수의 마음은 이미 이번 수능을 버리고 있는 것이었다..
화이트수능이 킬링파트넼ㅋㅋㅋ
이거보고 짖짜 광광움
쩐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