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에서 쓰레기 이국종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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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뭘 모르는데요?
“제가 이 정도인 걸 모르시고, 너무 좋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저 이거밖에 안 되는 사람이에요. 밖에서도 쓰레기, 안에서도 쓰레기. 다들 절 싫어해요.”
-왜 싫어해요?
“시끄럽다고. 나만 없으면 ‘에브리바디 해피’한데 자꾸 시끄럽게 한다고요.”
밥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겠다. 그의 말엔 냉소와 자괴감, 분노와 절망감이 뒤얽혀 있어서 단방에 진심을 읽어내기 어려웠다. 다행인 건, 그가 나한테 가라는 소린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와 그의 동료들을 ‘위대한 휴머니스트’로 단순화할까봐 그는 경계하고 있는 듯했다
-중략-
병원에선 적자내는 ‘골칫덩이’ 취급
이국종이 꿈꿨던 건, 한국에도 이런 세계 수준에 맞는 외상외과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었다. 중증외상센터를 설립해서 골든아워 안에 환자를 이송하고 수술해서 살려내는 일.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병원에 적자만 안기는 ‘골칫덩이’였다.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보험수가는 터무니없이 낮아서, 죽어가는 환자를 많이 살려낼수록 적자는 늘어났다. 2009년 8억원이 넘던 외상외과의 적자는 2012년도 20억원까지 치솟았다. 그가 석해균 선장을 구해낸 이후 환자가 더 늘었기 때문이었다. 주변에선 그를 노골적으로 견제하거나 해임하려는 시도가 끝없이 이어졌다. 그의 이름을 딴 이국종법이 2012년 제정되고 전국 권역별 외상센터에 정부 지원을 한다는 방침이 정해지자, ‘이국종이 쇼맨십을 앞세워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비난까지 들끓었다.
-‘이국종법’으로 전국에 권역별 외상센터가 만들어졌으면, 그 권역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중증외상환자도 곧바로 센터로 이송되고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지난해에도 두 살짜리 아기가 교통사고 나고도 치료할 곳을 찾지 못한 채 6시간을 허비하다가 죽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됩니다.
“갈 길이 멀죠.(한숨) 정부에서 재정 지원한다니까 당장 자기네 지역에 외상센터 안 지어주면 수많은 환자가 피 흘리고 죽어갈 거라고 사업계획서 거창하게 만들어 올렸단 말이에요. 그런데 막상 외상센터 지정되고 지원금 받으면서부터는 환자가 없다고 배 째라 해요. 하루 한 명이 오든 100명이 오든 받는 지원금은 똑같으니.”
-환자는 갈 곳이 없고 외상센터엔 환자가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죠?
“제대로 하는 모범을 한두 개 만들고 점차 그걸 세포분열 하듯 늘려가야 되는데, 외상외과의 기초도 모르는 사람들로 외상센터를 구성하니까 배가 산으로 가버렸어요. 정부는 일을 왜 그런 식으로 하는지 모르겠어요. 와장창 뽑아서 쫙 갈라서 아쉬움 없이 뿌려줘야 뒷말이 없으니까 그런가 보죠.”
야간엔 뜨지 않는 닥터헬기
-자격과 실적이 부족하면 외상센터 지정을 취소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기준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정 취소하고 지원금 환수하도록, 법에는 나와 있어요. 근데 그걸 누가 하겠냐고요? 관료주의에 요령주의가 겹겹이 얽혀 있는데. 외상센터 전용병상이 일반환자 진료에 전용되어선 안 된다고 버젓이 법에 있는데도, 환자가 없으니 외상센터 의사들을 다른 업무에 투입하겠다고 난리치는 사람들이에요. 근데 나라에서 월급을 안 받으면 모를까, 세금으로 억대 연봉을 지원받고 있으면 소방차든 헬기든 타고 사고 현장을 찾아다니면서라도 환자를 데려다 치료해야죠. 소방헬기 요청해서 의료진이 올라타고 다니는 데는 거의 드물어요.”
-소방헬기 말고 따로 환자용 의료헬기도 도입했잖아요?
“전국에 6대 있죠. 보건복지부가 한 대당 1년에 30억원씩 리스비용 대주고 의사들 한번 탈 때마다 수당도 많이 줘요. 근데 야간엔 위험하다고 비행 안 하죠.”
-아까 오토바이 환자는 야간에 이송되어 왔잖아요.
“진짜로 위험해서 못 뜨는 건지 어쩐지 누구도 따져보려 하지 않아요. 아주대병원엔 닥터헬기가 배정이 안 돼서, 우린 소방헬기 타고 환자한테 달려가요. 소방헬기 타는 건 수당도 한 푼 없는데.”
-수당이 없어요? 일종의 응급 왕진인데.
“없어요. 오히려 각서까지 써요. ‘비행 중 어떠한 사고가 나도 재난안전본부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쓰인 서약서에 서명하고 타요. 우린 소방헬기 타고 가다 사망해도 국립묘지에도 못 가요. 소방대원이 아니니까. 뭐, 그런 건 어쨌든 상관없어요.”
-보험은 들어놓으셨어요?
“보험도 이런 건 커버 안 해줘요. 헬기 타다 어깨 부러졌을 때 보험사에서 연락도 안 왔어요.”
1년에 200번을 헬기로 환자를 이송하고, 정 위급할 땐 헬기 안에서 가슴을 가르고 심장을 주무르며 저승의 문턱까지 간 환자의 생명을 구해낸 덕에 그의 외상센터는 예방가능 사망률을 9%대로 대폭 낮췄다. 그러는 사이, 이국종의 몸은 점점 만신창이가 되어갔다. 오른쪽 어깨는 세월호 사고 현장에 갔다가 부러졌고, 왼쪽 무릎은 헬기에서 뛰어내리다가 꺾여서 다쳤다. 왼쪽 눈이 거의 실명이 된 건 2년 전 직원건강검진에서 발견했다. 오른쪽 눈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발병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의사가 시력을 잃으면 어떡해요? 무슨 병이래요?
“망막혈관 폐쇄와 파열. 80대 당뇨병 환자가 걸리는 병이래요.(웃음) 수면 부족은 증상을 악화시킨다는데, 뭐 도리가 없어요. 어머니가 알고 슬퍼하셨어요. 아버지도 왼쪽 눈을 잃으셨는데, ‘그런 것까지 똑같이 닮냐?’고 하시면서….”
-중략
-외상외과 의사로 일한 지 15년인데, 그간 개인적으론 잃은 게 많으시죠?
“한국 사회 막장을 다 본 것 같아요. 내가 깜냥에 안 맞는 일을 벌여 우리 센터 동료들까지 사지로 끌고 들어가는 것 같아 너무 마음이 무거워요.”
-이번 연휴에도 집에 못 들어가나요?
“이번 금요일부터 어마어마하게 환자들이 몰려들 거예요. 연휴가 제일 무서워요.”
-서른여섯 시간씩 밤새워서 근무를 하면 집엔 언제 가세요?
“같이 일하는 정경원 선생은 1년에 네 번밖에 집에 못 간 적도 있어요.”
-이런 식으로 얼마나 버티시겠어요? 건강도 사생활도 희생해 가면서.
“안 돼요. 안 된다니까. 그걸 알지만 가망이 없어요. 고쳐질 수도 없고 제가 고칠 수도 없어요.”
올해는 사직자가 한 명 있고 정경원 선생도 미국 연수중이라 더욱 여유가 없다고 했다. 간혹 즐기던 밴드 활동도 접은 지 오래다.
-외상외과 의사 15년간 얻은 건 뭔가요?
“악명? 독불장군이다. 막간다….”
-왜 그렇게 말씀하시죠?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선생님 덕에.
“…….”
그가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침묵했다.
-떠날 생각도 해보셨나요?
“수없이 했죠. 산업인력공단에서 사우디에 파견의사 보낸다고 할 때도 지원해서 뽑혔는데 국가적으로 그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되면서 어그러졌어요.”
-그래 봤자 가난한 사람들 죽고 다치는 현장에서 크게 못 벗어나시는군요.(웃음)
“왜요. 레이저로 점 뽑는 것도 잘해요.(웃음) 하나 뽑는 덴 만원, 열세 개 뽑으면 십만원.”
-선생님 하시면 제가 빼러 갈게요.(웃음)
표정 없던 그가 허탈하게 웃었다. 나도 웃었다. 가슴엔 분노인지 허무인지 모를 파도가 넘실거리는 것 같았다.
-다시 여쭤도 될까요? 그간 얻은 게 뭔지?
“(잠시 침묵) 동료들이요. 바보처럼 순박하고 사심 없는 사람들. 집에도 못 가고 환자한테만 매달려온 정경원 선생, 캐나다 간호사 취업도 팽개친 김지영 선생, 지치지 않고 대안을 찾아보는 허윤정 전문위원, 위험한 일에 늘 앞장서는 소방헬기 파일럿들. 이성호, 이세형, 이인붕, 박정혁, 석회성 기장….”
이국종은 클립으로 곱게 묶어놓은 그들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외롭고 막막할 때 그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뒤적여 보는 모양이었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의사로서의 원칙’은 뭐예요?
“의사고 뭐고, 그냥 직업인으로서의 원칙이라면… ‘진정성’이요. 진심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태도. 인생을 돌이켜볼 때 정말 진정성 있게 일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마음을 갖는 것.”
새벽 4시5분, 그는 칼에 찔린 환자가 왔다는 콜을 받고 급히 일어났다. 그와 인사를 짧게 나누고 건물을 나섰다. 바깥은 짙은 어둠, 서늘한 바람이 이마를 스쳤지만 가슴은 여전히 먹먹하기만 했다.
나는 외상외과 의사였다. 그들을 살리는 것이 나의 업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꾸 내 눈앞에서 죽어나갔다. 싸우면 싸울수록 내가 선 전장이 홀로 싸울 수 없는 것임을 확인할 뿐이었다. 필요한 것은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알려 하지 않아서 알 수 없었다.(이국종 비망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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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글은 인터뷰 일부고 전문은 링크로 가면 돼
출처-원문보기:
http://m.hani.co.kr/arti/society/health/813121.html#cb#csidx6e78f5f44441ce78f3cd4dd97a3f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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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다른건 모르겠고 동료의사들이 그 교수님을 깐다는게 더 말이 안됨... 정부나 심평원도 문제지만 저 동료의사란 양반들도 문제인듯.
이국종 교수가 영웅이 될수록 우리 나라 중증외상 치료시스템은 점점 산으로 갈겁니다. 애초에 센터장이 36시간 연속 근무하고있는 본인 병원부터 정상이 아닌데 누가 누굴 나쁘다하는지... 그러니까 주위에서 욕하죠.
역설적으로 저 분이 주 40시간 근무를 선언하면서 본인의 경험담이 아니라 중증외상센터 의료진의 근무환경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면 더 많은 변화가 생길거예요.
저도 자동생성님 댓글 읽고 Ultracet님이 전에 쓰신 글이 생각나더군요..
뜬금없는데 닉이 왜 울트라셋인가요? 주로 처방하셔서 그런건가
이국종교수도 이국종교수지만 중증외상에 대한 인식이 전무할때부터 이국종교수가 중증외상에대한 심각성과 관련된 내용들을 펼치도록 백업해준 아주대도 박수쳐줘야함ㄹㅇ 그걸 알기때문에 이국종교수가 외상센터 지정이된 서울대병원/삼성의료원에서 스카웃제의가 왔을때 아주대가 중증외상센터에서 탈락이 됐음에도 아주대에 남아있는거임
"소의(小醫)는 질병을 고치는 의사이고,
중의(中醫)는 사람의 마음을 고치는 의사이며,
대의(大醫)는 사회의 병까지 고치는 의사이다."
라는 말이 있는데 이국종 의사님은 어디에 속할까요? 이국종 교수님의 헌신적인 진료는 정말 대단하지만 이국종 의사 때문에 사회의 병이 안고쳐지는 것도 현실이죠. 아덴만 선장이 한국에 와서 치료받을 의사가 없었다면, 북한 귀순 병사가 치료받을 곳이 없었다면 어찌 됐을까요? 부랴부랴라도 우리나라 중증외상시스템의 문제와 이를 해결할 사회적 필요성이 대두됐겠죠. 제일 베스트인 것은 판문점에서 총맞은 사람이 경기도 수원까지 와서, 36시간 근무한 의사에게 수술을 받으면 그러한 사회적 문제를 깨닫고 메이저과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중증외상 시스템을 손보는 것이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가요? 이국종이라는 영웅 한 명에 의지해서 산적해 있는 수많은 적폐들을 외면하고 있죠. 명의가 한 명 있는 것보다 평범한 의사 5명이 있는 것이 국가에게 더 이롭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의료계 현실은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는 몇몇 영웅들에 가려져, 환경은 나아지지 않고 수많은 평범한 의사들이 다른 전공을 택하도록 만들고 있죠.
옳은 말씀입니다
갓 제너럴 이국종 이국종 어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