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파렌 [115032] · 쪽지

2007-12-28 14:29:39
조회수 21,283

척추관련 병역 4,5급에 관하여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346343

이 게시판에 글쓰기는 처음이네요. 안녕하세요^^
오르비에 병역문제에 관한 질문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저 밑에는 상근에 관련된 글도 있는데
4,5급 병역판정에 대한 글들은 없는 것 같아서 제가 아는 한에서 글을 작성합니다

먼저 저는 올해 21살이구요, 3주 전까지만 해도 신검 3급 판정자로서 현역 대상자였습니다. (안구 굴절도가 7.5dh라 3급이 나왔었구요) 초검은 작년 7월 경에 했었는데, 이번 학기에만 재검은 3번이나 받게 되었네요. (병무청만 4번을 갔었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혹시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는 병이나 질환들을 모르고 군복무를 할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조기에 그 증상들은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척추증상에 관해서)


4급이 공익근무요원이고, 5급은 제 2국민보충역으로서 면제라는 것은 다들 아실겁니다. 척추에 한해서 4급 판정을 받는 대부분의 케이스는 \'추간판 탈출증\', 즉 우리가 소위 디스크라 부르는 증상들입니다. 하지만 추간판 탈출증이라는 병증이 있다고 해더라도 그 정도에 따라 판정이 다르거든요. 병무청 홈페이지에 가면 병역판정기준이라는 문서가 있는데, 거기에 보시면 \'몇 도\'에 따라 등급이 다른 것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저의 경우도 어느 정도의 추간판 탈출증이 있었는데 그게 디스크가 \'탈출\'하기 시작한 극초기의 상태였고, MRI 상으로도 눈에 크게 띄는 정도가 아니라 그 부분은 3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또 다른 증상은 \'척추분리증\'입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척추의 뼈와 뼈를 이어주는 고리같은 것이 끊어지는 현상이죠. (특히 이 질환은 허리가 좀 아프다고 느끼거나 호소하는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 정도가 다를 뿐이죠.) 척추를 지탱하는 뼈가 끊어져 있기 때문에 척추의 노화가 비교적 일찍 올수 있으며, 나이가 들어 많이 악화되면 척추의 뼈와 뼈가 서로 맞물리며 그 안의 신경에 손상이 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저의 경우 이것 또한 가지고 있었는데, 당시 군의관의 말로는 하나가 끊어지면 3급, 두개가 끊어지면 4급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척추측만증이 있습니다. 저는 이 증상은 없었는데, 이 증상으로 4급을 받은 친구의 말에 의하면 척추에 대한 선천적, 후천적 변형 때문에 오는 질환이라고 하더군요. 이 증상은 확실하게 4급입니다.

추간판탈출증, 척추분리증, 척추측만증 등 척추 그 자체에 관련된 질환들은 대부분 \'철심\'을 받는 수술을 합니다. 병역기준 상 몸, 특히 척추에 철이 하나 들어가게되면 면제 판정을 받지만 이러한 척추질환들이 완전히 악화되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철박는 수술을 안하시는게 좋을겁니다. (인체에 정말 중요한 부분이니 메스 들이대면 안된다는거) 의사선생님들도 무조건적으로 말리실테니깐 병역 때문에 그렇게 악화되지 않은 척추에 철심 박으시는건 정말 \'아니됩니다\'

저는 척추분리증, 추간판 탈출증 이렇게 해서 10월 경에 재검을 받았는데, 또 다시 3급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증상의 정도가 너무 약했던 거죠.

그러나 추간판 탈출증 때문에 MRI를 찍었었는데, 그 결과에서 이상한게 하나 발견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재검 받고 온 후에 추가적으로 MRI를 찍었는데 그렇게 발견된 질환이 \'척수공동증\'이라는 겁니다.

원타임 송백경씨가 희귀병 걸렸다는 기사를 보신적 있으신지? 바로 그 희귀병이 이 척수공동증입니다. 척추가 아니라 척수에 문제가 있는 병인데, 설명을 하자면 모든 사람이 척수에 조그만 공동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원인(명확하게는)으로 그 안에 체액이 차게 되고, 그래서 MRI상으로 척수다발 안에 마치 물주머니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이 조그만 상태를 유지하면 상관이 없는데, 점점 커지게 되면 공동의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척수를 파괴하는 겁니다. 요추와 경추 이 두 곳 중 하나에 생기는데, 각각 한쪽다리 마비나, 심하게는 하반신 전체 마비를 가져오는 결코 가볍지는 않은 병이죠

의사선생님 말씀으로는, 이 병이 아직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미국 척추연구센터에 서는 뇌종양이랑 삐까치는 질환으로 여긴다고 그러더군요. 결국 저는 이 증상 때문에 재검을 다시 받아 처음에는 지방병무청에서 7급, 이후 군면제는 2심제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고 중앙신검소에서 MRI를 다시 한번 찍고 5급 판정을 최종적으로 받게 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3가지의 척추질환들은 꽤 알려져 있고, 동네 정형외과나 신경외과에서 쉽게 진단할 수 있는 증상들이나 \'척수공동증\'은 원낙 그 병이 희귀하고 치료법 또한 없기 때문에 메이저급 대학병원에서 진단을 받으셔야 합니다.

척수공동증에 대한 가능성을 알아보는 방법은, 명확하진 않지만
수 년전에 교통사고를 당하셨거나
손끝이나 발끝 감각이 없어질 때가 있거나
허리가 아파서 장기적으로 물리치료를 받았는데 개선점이 없거나

이러한 경우가 있는 분들은 속히 대학병원에 가셔서 MRI진단을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추천하자면 \'영동세브란스\'가 국내에선 제일 좋구요. 서울 내에 있는 메이저급 대학병원도 좋습니다

인터넷에서 척수공동증을 검색하면
이 증상을 모른채 살다가 중년 즈음에 심하게 악화되서
계단조차 제대로 못 올라가는 분들의 사례를 볼 수가 있구요
교통사고 당하고 나서 몇 년후에 그것으로 인해 이 증상이 나타나는 분들도 있습니다
치료법도 없고, 수술이라고 해봐야 척수에 파이프 연결해서 물을 일시적으로 빼내는 것 밖에 없거든요. 저와 같이 극초기에 발견하게 된 경우엔,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과로하지 말고, 격한 운동을 삼가하는 정도로, 6개월 마다 MRI를 찍어봄으로 관리하게 됩니다

어쩌다 척수공동증 얘기가 되어버렸는데요, 이 글 제목과는 상관없이
공익으로 군복무하고, 5급 받아 면제받는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지금은 10대, 혹은 20대라 본인의 건강 문제에 대해선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사실수도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특히 위에서 말씀드린 증상들이 있는 분들은 몸조심 하셔야 하고, 군 문제도 가급적이면 재검을 받아 병역재판정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더 정보가 필요하시다면 쪽지를 보내주세요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고시원2년차(RRR) · 204977 · 07/12/28 15:42

    지금 당장은 괴롭지만
    군대를 안가는게(이 경우에는 못가는)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닙니다.
    정말 건강한게 최고죠.ㅋㅋ

  • 힘내자고..! · 122962 · 07/12/28 22:09 · MS 2005
    target=_blank>http://mma.go.kr/www_mma3/board/pds_board_view.jsp?bbs=bbs20&pg=0&seq=2928&local=


    병무청 홈페이지 -> 병무행정정보공개 -> 정보공개자료 -> 신체등위판정기준

    이제 신검 받을 89년생 남자분들께서는 한번쯤 읽어 보시는것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특히 특정 부위가 남들에 비해 많이 좋지 않다던가 어디가 아프다던가 하는 분들은 혹시 모르니 꼭 읽어보시길


  • Bernard · 10705 · 07/12/29 01:32

    척추측만증은 척추가 휘어진 각도가 20도 이상이면 4급, 40도 이상이면 5급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척추측만증 증상이 있는 학생들이 많다고 기사도 종종 뜨지만 20도 이상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되고, 대개 40도 이상인 경우가 아니고선 수술은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병무청 신체검사는 사실 키/몸무게/시력 검사가 전부이기 때문에 본인이 미리 병사용 진단서며 다 끊어가야 한다는 걸 많은 분들이 모르더군요. 위에님 링크 들어가셔서 꼭 읽어보세요. 별의별 사유가 다 있고, 심지어 제가 아는 사람 중엔 \"부정교합\"으로 공익간 사람도 있습니다.

  • 파라파렌 · 115032 · 07/12/29 02:34

    ^^, 질문들이 들어와서 꼬리로 남깁니다.
    위에 버나드 님이 말씀하셨다시피 재검을 받기 위해서는 병사용진단서를 꼭 끊어가셔야 합니다. 병원에서 발급 받으실 수 있고, 엠알아이나 씨티의 경우 해당 사진을 시디로 구워가실 수 있습니다. 재검은 예약할 필요없이 당일 11시 이전에 병무청을 가시면 되구요. (허나 재검은 실거주지에 가까운 곳으로 배정이 안됩니다. 예컨대 자기 살고있는 곳이 울산이라면 서울에서 학교를 다닌다 할지라도 재검은 부산병무청에서 받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기숙사 거주 증명서를 떼가서 서울로 전입신고를 했습니다. 그러면 다시 영등포 병무청으로 갈 수 있더군요)

    덧붙여, 군의관의 판정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자의적인 판정은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럴수 없도록 판정이 이미 기준에 다 나와있거든요. 군의관의 자의적인 판정은 절대 불가합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병원가셔서 검진 받으시고, 자료가지고 병사용의뢰서 뗀 후 재검 받으시러 가시면 됩니다 ^^

  • 파라파렌 · 115032 · 07/12/29 02:37

    또 한 가지, 면제판정은 팔다리가 없는 것 같이 눈에 띌 정도의 명확한 증상이 아닌 이상 2심제로 판정납니다. 즉, 지방병무청에선 7급을 받게 되고 이후 서울 영등포에 있는 \'중앙신검소\'에서 최종적인 판정을 받는 겁니다. (지방 분들은 서울로 올라오셔야 합니다, 물론 교통비 줍니다)

  • ghkfyd13 · 187744 · 07/12/29 21:08

    국제수학,과학 올림피아드 수상자들이나 기타 특기생들, 소위천재라고 불리는 인재들도 군대보내는 나라..... 군대만 생각하면 머리가 깨질것 같네요. 한참 머리 잘 돌아갈때 데려가서 돌 만들어 놓으니 노벨상이 안나오나.

  • 오르비 · 42757 · 07/12/30 00:53 · MS 2017

    ★제가 병원에서 척추분리증과 측만증을 동시에 진단받았습니다.. 20살 때 처음 고통을 느꼈는데 허리가 완전 뽀사지는 고통.. 이루말할 수 없었어요. 처음엔 이게 디스크라 자가진단을 내리고 디스크치료기를 30만원이나 주고 샀다죠- _-?! 하지만 낫기는 커녕 더욱더 아픔을 호소한 끝에 병원에 갔고 그러한 진단을 받았습니다. 신경주사를 몇번 맞고 난뒤 괜찮아졌구요. 정확히 1년뒤 재발했고 신경주사를 몇번 맞고 난뒤 괜찮아졌어요. 올해엔 별 이상이 없구요. 전 4급 공익받을 바에얀 군대가서 빡센훈련 받으며 정신개조하는게 더 낫지않을까 하고 생각이 드는지라...ㆀ 물론 면제가 된다면 바로 고고씽-ㅋㅋ.. 병원에선 4급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버틸려구.. (선배들이 말하길 군대를 다녀와야 인간된다고.. 인생은 군대전후로 나눠진다고-_-그래서 군대가 궁금하기도 하고..- _-;;)

  • 오르비 · 42757 · 07/12/30 00:58 · MS 2017

    ★궁금한게 있는데.. 4급 판정 받고도 카투사를 지원할 수 있는지.. 그게 궁금해요. 또한 제 병은 신경주사를 3~5번 맞으면 부분적으로 완치되는 병이더라구요. 물론 재발 가능성 있음. 고통이 한번 일어나면 정말 엄청난[!!!!!] 고통이 찾아오는데.. 신경주사가 그렇게 몸에 해롭다고 사람들이 그래도 .. 무조건 일단 맞고 보자. 라는 생각뿐이 안들어요.ㅋㅋ 신경주사란.. 허리부분 척추뼈에 내리꽂는 주사죠`` 첨에 들으면 참 섬뜩한데.. 맞고나면 별거 아니라는..``ㅋㅋ

  • 199 · 203584 · 07/12/30 01:54 · MS 2007

    딴건 모르겠고 4급이면 공익인데 카츄사 지원 못하죠.
    캬츄사도 엄연한 현역입니당~

  • 파라파렌 · 115032 · 07/12/30 12:25

    오르비// 본인의 선택은 존중합니다만, 나중에 정말 큰 일 날 수도 있어요.

  • INformal · 54509 · 07/12/31 01:10 · MS 2004

    오르비//주변의 괜한 말에 휘둘리지 마시고 본인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 후 신중히 선택하시길...
    공익이나 면제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건, 현역 복무에 무리가 따른다는 뜻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