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면 사람이 추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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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그렇게 말했다.
마트에서 엄마가 과자랑 초콜릿을 잔뜩 사왔다.
‘기분이 꿀꿀해서 왕창 샀어.’
-왜 꿀꿀해?
-왕따 당한 거 같아
-응? 뭔소리야?
-어제, 우리랑 큰고모네 빼고 다 모인 거 같더라. 큰 집에서.
-추석 때 이제 안 모인다매?
-몰라. 왜 그런 건지. 자격지심인지 먼지
가난하니까, 못 사니까, 안 부르는 건갑다 싶지
-정말 나쁘다.
-아니야 나쁜 게 아니야.
그냥, 가난한 사람은 귀찮은 거야.
그게 그냥 사람인거야. 당연한 거야.
내가 속 좁은 거야.
가난하니, 사람이 추잡아지고, 속 좁아지는건데,
그게 참 슬플뿐야.
너희 아빠도 참 슬펐을거야.
안 그래도 외로운데,
더 외로웠을 거야.
2.
아빠는 오늘 작은 고모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어제 왜 안 왔어?"
"오지 말랬는데 어떻게 가냐.
너라도 오라고 전화해주지 그랬냐"
엄마가 아까 대뜸 이런 말을 했던 게 생각이 났다.
"나이가 들면 외로울 거야."
"너가 못 살고, 너 오빠가 잘 살잖아,
아무리 가족이어도 사이는 멀어져."
이 얘기를, 그래서 아까 뜬금없이 했던 거구나.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래도 난 결혼 안 할 거라며,
나이 들면 어차피 다 외로울 거라고,
독거노인들 거의 대부분이,
자식 있는데, 자식들이 안 찾아오는 것뿐이라고.
그런 실없는 소리나 했던 것이다.
만원짜리 고기, 왔는데 내일 먹자고 싹 치워버리는 동생이,
엄마는 조금 미웠다.
괜히 그 고기 하나에 추잡구로.
기분 나쁜데, 추잡아지기 싫어서.
말하지 않았다고.
넉넉하면, 이 만원짜리 고기에 ,
사람이
추잡아지지 않을텐데.
"이만 육천원짜리 선물 세트 사왔으니, 그거나 가져가던지"
이모의 말은,
엄마를 조금 더 찔렀다.
-예전에도 동생은 성격이 드셌는데,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요즘은 무시 받는 느낌이 많이 들어.
내가 동생 참 좋아하지만,
내가 가난해서 그런건가,
아니면 가난해서 그렇게 느끼는 건가.
내가 참 쓸데없는 소리 한다 너 붙잡고.
내가 속좁은거지, 참..
그런데 엄마는 결론을 지었다.
그 사람들이 이해가 간다고
-그 사람들이 나쁜 게 아니라, 그게 당연한 거더라.
내가 없어서 그런 거라고.
돈이 없어서, 가난해서,
그냥 그거 때문인 거야.
약간 삐진 마음이 들었었는데,
너한테 얘기하고 나니까
조금 풀리고, 이해가 가
나는 그렇게 풀어지는 결론이 슬펐다.
-있지, 잘 살았을 때는,
너희 아빠가 큰 집에, 생일이면 30만원짜리 옷도 사주고 그랬어.
사람들은 뭔갈 주는 사람을 좋아해
가난한 사람, 아무것도 줄 수 없는 사람,
귀찮아 해
돈이 없으니,
사람이 없어 주변에.
엄마, 돈 있어서 옆에 있는 사람들일 바에야,
없는 게 낫지 않아?
다 허울일거 아냐.
원래 인간은 고독한 거잖아.
아니야, 외로워.
허울이라도 있는 게 좋아.
엄마는 아무도 없어.
돈 있어서, 우리 무시하고,
그런 사람들,
없는 게 나아.
그 사람은 대가 치르게 되어 있어.
아니야,
무시한 게 아니야.
큰집, 잘못한 거 없어.
음식하기 얼마나 귀찮은데,
돈 조금 주고, 왕창 먹고 가기만 하는 우리가,
얼마나 귀찮겠어.
그냥 이해가 돼.
돈 없어서 스스로 추잡아진 것을 느끼는 게, 그게 비참할 뿐이야.
니가 아까 말한 독거노인들..
돈 있으면 자식이 찾아왔겠지.
상속받으려고.
그런 자식일거면 안 오는 게 좋지 엄마
아니야, 그렇게라도 왔으면 좋겠지.
뭐라도 더 주고 싶은 게, 그게 부모의 마음이지.
넌 잘 살길 바라.
엄마 아빠는 이런 점이 참 힘든데,
네가 하는 소리는 허황되기만 해서, 갑갑하지.
하고 싶은 거 쫓다가, 현실적인 거 생각 안 하다가,
평생 외롭게 살지 마.
인생 설계 잘 해서, 돈 있게 살아.
엄마, 세상의 중심은 낮은 곳이라 했는데,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
그걸 하면서,
가난하게 살아도,
무시 받으며 살아도,
나에게 오는 이 한 명 없어도,
그렇게 사는 게 맞지 않을까,
주고 싶은 데, 주지 못 하는 것도 참 슬퍼.
너희 고모, 하루 종일 막창집에서 일하다가 병났는데,
자식도 없이, 그게 참 마음에 아픈데,
내 삶도 고되어서,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게, 그것도 참 슬퍼
우리 동생 아들 보면
오만원씩 쥐어주고 싶은데,
옛날에는 그게 됐는데, 요즘은 그게 안 되더라.
처음에는,
‘그 사람들이 참 나쁜 거야’ 이런 말로
엄마를 위로하려 했는데,
나는 참,
어리석었다.
그 사람들이 밉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엄마는 그냥 스스로 비참하다는 것이었다.
엄마의 초라함, 구질구질함이
스스로 비참하다는 거였다.
큰 집에서 그렇게 우리 빼고 모였는데,
자격지심인 건지,
왕따 당한 것 같고 그래.
잘 살기라도 했으면, 쿨하게 넘겼겠지.
근데, 그냥 돈이 없으니까,
‘뭐 사정이 있었겠지. 그냥 귀찮았겠지.’
그러면서도,
마음이 참 슬퍼.
구질구질하지.
추잡지. 스스로,
참 속 좁다고 느껴지지.
왜 그 만원짜리 고기에,
마음이 상하는 걸까. 이러지 않고 싶은데,
그게 슬퍼서,
오늘 삼겹살 사온거야.
마트에서 초콜릿이랑 과자 사고, 돈 쓴 거야.
3.
엄마는 방으로 들어가셨고
나는 혼자 남았다.
적적한 고3의 무게와
내 앞에 놓여진 수특이 새삼 원망스럽다.
눈물이 빗줄기처럼 흘렀다.
부끄러움이 더 컸다.
엄마,
돈많아서 나쁘게 사는 사람들보다
초라하지만 힘들게 사는게 낫다고,
공감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공감하지 못한 대가를 치르며 살게 될 거라고
우리는 그런 사람 되지 말자, 엄마
내가 뱉은 말이 그렇게도 부끄러웠다.
어차피 인생은 고독한 거라고,
사람은 원래 혼자인거고,
외로운 동물이라고,
이렇게
엄마에게 툭 말을 던졌을 때,
무슨 외로움을 느껴보기나 하였냐고
나에게 되물어 보았을 때,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 했다.
엄마의 슬픔 앞에서,
너무 쉽게 말을 내뱉은 거 같아서,
부끄러워지고,
슬프고,
그냥, 먹먹해서,
미안하고, 그래서 그냥 눈물이 났다.
낮은 사람들을 위해서 살고 싶은데,
내가 너무 낮아서,
그 사람들을 위해 어떠한 일조차 할 수 없을 때의
기분은 얼마나 비참할까.
당장 내 먹고 사는 일이 바빠,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느낄 때,
얼마나 비참할까.
엄마,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거야.
경제적인 거, 현실적인 거,
한 번 사는 인생인데,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면,
경제적인 것도 따라오지 않을까?
딸아,
평범하게 사는 것도 참 어려운 거더라.
평범하게 사는 게,
참 행복한거더라.
엄마,
나는 어려운 사람 도와주면서 살래.
돈 못 벌고, 가난하더라도,
그렇게 살래.
딸아, 넌 이렇게 살지 마라.
좋은 직장 가져서, 편하게 살아라.
내가 직업만 좋았어도,
사람들이 무시하지 않았을 거라고,
아빠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빠,
난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거야.
넌 이렇게 살지 마라.
내가 직장만 좋았어도,
사람들을 더 당당하게 사귀었을 텐데.
아빠,
아빠는 너무 부정적인 것 같아.
아빠는, 자격지심이 너무 심한 것 같아.
공부 안 해서,
저런 일 하는 사람 되지 마라.
나처럼 살지 마라.
아빠,
공부 열심히 해서,
저런 사람들 도와주는 사람 되라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
능력이 없으면,
남을 돕기도 쉽지가 않단다.
절뚝거리는 저 할아버지,
남들에게 늘 착한 마음으로 덕담하고, 전도하고, 그러는데,
아무도 저 분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
공무원해라.
꿈, 거창하게 좇다가 비참해지지 말고,
스크린에서는 꿈을 이룬 사람들만 비춰준단다.
그 사람들처럼 똑같이 꿈을 좇다 비참해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단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해라.
직장이 있어야 한단다.
직장이 최고란다.
좋은 직장 찾아서 편하게 살아라.
이렇게 얘기해서 미안하다.
나도 마음이 찢어진단다.
돈이 있었다면,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라고,
얘기할 수 있었을 텐데.
아빠,
아빠는 너무 꽉 막힌 것 같아.
나는 남들이 인정하는 직업이 아니더라도,
안정적이고 편한 직장이 아니더라도,
내 꿈을 좇아갈 거야.
힘들더라도, 그게 가치 있는 삶이라 생각해.
나는 무슨 자격으로 이런 말을 뱉었을까,
무슨 자격으로,
세상에 나가보지도 않았으면서
아빠를 꽉 막힌 사람으로,
그렇게 생각한 걸까
분명 아빠를 그렇게 만들게 한 세상이 있었을 것이다.
아빠가 안타까워서,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도,
아빠가 겪은 어려움들을
내가 직접 겪어본 게 하나라도 있는가,
물으면 대답할 수 없어서
나의 경솔함을 속으로 질근질근 씹으며 가만히 있었던,
슬픈 채 가만히 있었던 그런 기억이 난다.
4.
마음이 아프다.
우리 엄마, 아빠같은 사람들, 참 많을 텐데.
나는 내가 무언갈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랐다.
이런 사람들이, 참 많을 텐데,
이런 사람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나 또한 입 풀칠에 허우적거리는 사람이 된다면,
그냥 참 마음이 아플 것 같다.
나는 무슨 이상주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걸까
누구를 도우며 살겠고,
내가 하고 싶은 일로, 가치 있는 삶을 ,
좋은 일 하며 살겠다는, 무슨 오만의 헛소리인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엄마아빠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넌 아직 세상을 몰라
.
엄마아빠는 진심으로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괜히 그러다가,
나처럼 사는 건 아닐까, 하고 섬뜩했던 것이다.
엄마 아빠의 등이 참 초라하다.
철없는 나는 참, 미안하다.
서성한 이상 못 가면 바로 공무원 준비할게란 말은
거짓말이었어.
공무원 준비 안 하고
대학 못 가면 재수할거라고 얘기했는데,
넌 항상 네 맘대로 다 하더라
웃으며 얘기했지만
분명 참, 마음이 무거웠을 거야.
아직도 잘 모르겠어.
그냥, 일단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보려고 해요 엄마
직장, 일찍 안 구할 거야.
아빠가 하라고 하는, 공무원,
안 할 거야.
엄마가 하라고 하는
공무원, 안 할 거야.
조금 오래 공부해서, 가난해지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길을 갈게요.
그 대신 엄마 돈 가져가진 않을게요.
엄마 넉넉하게 부양은 못 하겠지만,
그래도 돈 보다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사람이 밥 벌어먹고 사는 게 참 힘들다.
-
일단, 그냥, 생각 그만하고,
엄마아빠의 슬픔을 생각하며,
치열하게 수능공부를 해야겠다.
그냥 치열하게 남은 기간 공부해야겠다.
내가 잠깐씩 딴짓거리하고,
인터넷 보며 허비하는 시간 동안,
내가 어딘가에서 땀 흘려 일하는 엄마아빠의
등을 밟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눈앞에 닥친 수능,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 보여 드려,
조금이라도 기분 좋으시도록,
수능, 좋은 결과 보여 드려
조금이라도 행복하시도록.
더 좋은 일 하는 사람 될게요.
일단 지금, 열심히 공부할게요.
주절주절 한풀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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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쓰신거에요? 글 잘쓰시네요..잘봣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흡입력있게 잘쓰시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
원하시는 성과 이루시길 바라요
고맙습니다
당신이 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어주세요. 드릴 말이 이것 뿐이네요.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멋진 글을 읽게 해주셔서 한편의 시같네요 저랑 비슷하기두 하구여. 파이팅
시같다는 말이 울림이 크네요 감사합니다
와..뭉클하네요 뭐에한대크게맞은기분..
제 글이 누군가에게 그런 영향을 끼칠 수 있단게, 또한 뭉클한 기분이 듭니다
너무 공감되네요ㅠㅠㅠㅠㅠㅠ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여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읽으면서 계속 어..........허..........했네요 뭐가 허탈하기도하고 울고싶은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그냥...어...네.....잘읽었습니다

글 진짜 잘 쓰시네요..bbㅠㅜ 확실히 크고 나니까 내가 너무 함부로 말했었다는 걸 많이 느낌
제목보고 허겁지겁 팝콘들고 따지러왔다가 울고갑니다...
성공하실 겁니다.분명히
다듬어서 신춘문예 넣어보세요
진짜 저랑 상황이 비슷해서 공감하고 갑니다. ㅜ꼭 좋은 결과 있길!
잔혹하게 합리적이지만, 또 정말로 어리석은 사람들
친척들 안봐도 됩니다(물론 케바케)
대부분 인생에 도움이 잘 안되요(...)
그리고 그들 안봐도(안봐서 그럴지도)
잘살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진짜 글이 무슨 소설에서 발췌한 건줄 알았네요..
이런 미천한 글에,,,, 과찬이십니다 감사해요 ^.^
힘내세요!!!
원하시는건 다 이루실거에요!!
고마워요!
근데 추잡아지는게 뭔 뜻임?
추잡하다
힘내세요 글재주 있으시네요 몰입햇음ㅜ
감사합니다
길어서 내렸음 어느집안이던 돈이문제임
공부합시다
소설읽는 기분이었어요
글쓰시면 성공할듯
와...
이정도 필력이면 작가하셔도 충분하시겠어요 ㄷㄷ
필력좋다는 말 처음 들어봐요 . 글쓰는일도 하고싶은데 글 못 쓴다는 소리만 주구장창 들어와서 슬펐는뎅. 감사합니다 :)
너무 비슷한상황이라 엄청 몰입하고봤네요..
공부열심히해서 꼭 수능 잘 치룹시다
화이팅
추잡해진다....
토닥토닥
저와 갗은 생각을 하셔서 심지어 아빠가 공무원하라는것도같아서 울컥했네요..잘읽었습니다.
읽다 포기..
? 筆力 ㄷ
(제 얘긴줄...) 격하게 공감하고 갑니다 ㅠ
먹먹해지네요
근데 정말 글 잘쓰십니다. 혹시 하고싶으신 일이 글과 관련된 것인가요? 흡입력과 문장력? 표현 그런게 정말 좋으세요
하고싶은 일 중 작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 사회 구석구석 버려진 곳들 어두운 곳들 만나서 돕는 일이 꿈인데, 그러다보면 혼자만 갖기에 너무 아픈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아서 그걸 글로 풀어내는 일을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와... 멋지세요
응원하겠습니다 진심으로!!
많이 공감되네요.
좋은 글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