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안 좋다고 공부를 못하는건 핑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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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을 하면 더 잘 할 수 있는데 왜 비관에 빠져서 다 놓아버리지?
라고 여태까지 생각했어요. 근데 이제 그런 소리 안 하렵니다.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못한다는 사람을 이해 못했어요. 저는 머리가 좋았거든요. 고등학교 시절 공식적으로 받은 아이큐 테스트 두번 다 150 이상. 천재까진 아니더라도 영재라면 영재였죠. 초등학교때부터 공부는 항상 잘했고, 제 자존감이었습니다. 담임선생님 추천으로 영재교육원에 들어가고, 친구들도 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었어요. 공부 열심히 해서 특목고에 왔고, 다들 공부를 잘했죠. 제가 속한 집단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공부였어요. 논다거나, 쉬는건 도태되는 사람이라 생각했죠. 그렇게 쭉 달려서 우리나라 40만 수험생 중에서 1500등 안에는 든다고 할 수 있는 상위권 의대에 왔습니다.
예과 1학년을 절반 이상 보내면서 많이 힘드네요. 여태까지 제가 겪어온 집단과 다르게 예과생활에서 가장 우선시되는건 학업성적이 아니에요. 성적은 그저 성실성의 일부죠. 옵션일 뿐이에요. 사람들과 잘 지내고 공감하는 능력, 재미있고 분위기를 잘 띄워서 곁에 두고 싶게 만드는 능력. 술자리에서 조절 잘 하고, 말 잘 가려 하면서 이성에게 어필 할 수 있는 매력. 선배들한테 싹싹하게 하고, 동아리에서 모나지 않게 윤활유 뿌린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능력. 소위 말하는 '인싸력'이 사람에 대한 평가를 좌우해요. 저는 아싸입니다. 사람 만나는게 너무 어려워요. 당연히 여자친구를 사귈 수가 없어요. 외모도 하자가 심한데, 성격도 소심하고 내성적이거든요. 당연히 꾸밀줄도 몰라요. 잘생기고 키크고 어깨넓고 말잘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었어요. 외모가 안되면 운동을 하고 옷을 잘입고 성격을 바꿔봐라. 그때서야 저는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타고난 재능 덕에 공부를 처음부터 잘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고, 계속 앞서나가며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거에요. 공부건 연애건 인싸력이건 간에, 어떤 집단에서 사람들이 선망하고 목표로 하는 추상적인 목표가 있어요. 그걸 위해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타고난 -단순한 inborn 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 nurture된 성격도 포함해서- 능력치가 있어요. 능력치가 좋은 사람은 일단 잘합니다. 일단 시작 지점에서부터 노력을 안 해도 성과가 좋아요. 자기가 잘 하면 더 하고싶어지죠. 사람들의 선망을 보다 쉽게 살 수 있거든요. 반대로, 능력치가 안 좋은 사람은 동일한 노력도 하기가 참 어려워요. 눈에 보이는 성과가 한참동안 안 나오거든요. 재능이 없는 사람에게 있어 고통스러운 노력은 재능러에게 있어서의 즐거운 노력과 절대로 그 난이도가 같지 않아요.
재능이 적은 사람에게 있어 너무 칼같은 기준을 내밀며 몰아붙이지 맙시다. 너무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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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더 잘생긴듯ㅋㅋ
상위권 의대 goat...
그렇게라도 말해주니 고맙네요. 집단 내에서 공부를 잘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우월감은, 공부를 더 잘 하기 때문에 더 공부를 잘 하는 집단에 소속되기 때문에 영속될 수 없다는걸 보다 많은 사람들이 빨리 깨달았으면 합니다.
힘내세요 인싸 재능을 배우는 것도 갖고계신 학습재능의 일부일 수 있어염
더욱 공부 잘하는 집단에 소속된다는 말이 제일 와닿네요 ㅠ
근데 진짜 수학머리없어서 힘든듯
무조건 재능탓 하는건 문제지만, 재능이 없으면 하기도 싫고 한다고 느는거 같지도 않고 진짜 힘들어요... 힘내세요
근데 상위권 집단내에서 이미 지적인 실력은 비슷한 거니까 그사이에선 다른게 더 중요한거아닐가요 ㅠ
피부좋게하고 살빼고 주변사람한테부터 잘 하시면 충분히 더나아질거같아요
여기서도 공부에 올인하면 상위권에는 들 수 있겠죠. 왜냐하면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 자체가 적으니까요 ㅋㅋㅋㅋ 왜 적냐면 그게 별 효용이 없다는걸 알기 때문이죠... 그래서 여기서 공부를 더 하면 제자리걸음일 뿐이구요.
뭐 노력이야 하고있습니다만 노력하는거 그 자체가 너무 힘이드네요. 하나 하나 문제점을 해결해나가고는 있는데 외모에 하자->소극적->취미가 게임, 만화->사람잘못만남->소극적->취미가 게임.... 외모라는 문제점이
시발점이 되어 양성피드백마냥 20년간 쌓아올린 저라는 사람을 바꾸기가 쉽지 않아요
그걸 이제야 느끼셨다니 안타깝군요
저도 제자신이 안타깝네요. 좀더 많은 사람들한테 잘 대해주고 무시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인간이 다 그렇죠 뭐.. 자신이 힘들지 않으면 남이 힘든걸 모르죠
수학만 잘하면 나머진 노력커버 가능한데 수학이 어렵죠
연애로 따지면 얼굴... 이려나요. 화장품 바르고 헤어스타일에 돈쓰고 피부관리 받아봐야 타고난 골격 차이가 심하면 넘을 수 없는 것처럼 타고난 수학적 센스라는건 수학공부에 있어서 큰 영향을 주나봅니다... 여태 수학 못하면 수학공부를 안 해서라고 생각한 제 자신이 한심하네요
근데 그기준은 88점이상이라는거.. 안해서 못하는건 못하는건데 까봐야아는거..
수학이 제일 머리빨 많이타는데 대학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게 수학인지라ㅠ
연애도 그런거같아요 ㅋㅋㅋ 젤 중요한게 얼굴인데 젤 많이 재능타는것도 얼굴
정확히는 연애를 못하는건 아닌데, 예쁘고 진짜 첫눈에 반하는 사람하고는 연애를 못하죠. 자신감에는 근거가 동반되야 멋있는 거거든요. 여자친구 두 번 있었는데, 여자친구를 사귀려고 사귀니까 좋아하는 감정도 혼자 만들어낸 것 같고, 그러다보니 어디가서 당당해지지도 못하고.
원래 공부를 잘하면서 사회성까지 뛰어난 사람은 극히 드물죠.. 사회성도 뇌를 많이 써야하기 때문이래요. 그럼 둘 다 잘하는 사람은 뭐냐.. 어릴 때 뛰어놀면서 기른 사회성이 커서도 적용하는 거래요. 늦었더라도 사교성, 사회성을 증진하기 위해서 뇌가 할일이 없을 때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내보는 건 어떨까요? -차이나는 클라스 정재승 편 중- 갓의대형님 저는 미물에 불과하지만 제 조언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의대 너무 부러워요..
이제야 봤네요... 진심어린 조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