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쪽빛 [310160] · MS 2009 · 쪽지

2011-07-03 00:47:37
조회수 964

여러분은 '꿈'이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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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좀 쉬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어 글을써보네요 -,

저는 평범한 사범대학 재학생이지요... 올해 임용시험을 준비중입니다.

그러다보니 5월경에 사범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하는 한달 교사체험이벤트 -_-a 를 하고왔어요.

제가 맡은 곳은 고2 문 여자 문과반이었습니다. 

아직 민감한 고3시기가 아닌지라 그런지 참 아이들이 순수하기도 하고 풋풋한모습에 감동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일례로 교생이 다 끝나갈무렵 청소시간에 친하게 지내던 아이들 몇몇이 하도 졸라 매점에 데려간적이있는데, '마음껏 골라'란 말에 400원짜리 네 개들은 소시지를 하나 골라서 나눠먹더랍니다 . ㅋ;; 그 백원짜리 소시지하나에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잊혀졌던 지난 내 모습들이 떠오르기도하구요.

참 교생기간이 보람있고 즐거웠던 시간이었지만 씁쓸한 기억도 있었습니다.

교생기간내 동안 담임선생님꼐서 아이들의 상담을 해보라는 권유를 하여 내심 반갑게 받아들였습니다.

될수있는데로 여러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는데, 선생님께서 대놓고 먼저 하라하시니 저로써는 싫을 이유가 없었죠.

그렇게 시작한 상담... 

사실 상담을 하기전에 가능한한 상담대상자와 레포를 형성하기위한 작업을 하였고, 정식교사가 아니라는게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여 많은 학생들과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수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상담한 아이에게 꿈을 물었습니다.

망설임 없이 대답하더군요. 사회복지사가 되고싶다.

그 이유를 물으니 중학교때부터 있었던 경험들과 연관시켜서 술술 이야기 하더군요. 또랑또랑했던 눈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다음 가고싶은 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고등학생인지라 아무래도 간단하게 개인적인 경험담을 토대로한 공부법 상담등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더해서 그 분야에 현재 일하고 있거나 관련학과를 나온 인맥들을 통해 그 업계의 현실적인 사정 -_-;.. 같은 것들을 조사해서 다음날 이야기를 해주는 식으로 마무리했지요.(잔 인맥이 넓은게 이럴때 도움이되더군요 -_-;..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정보를 주기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_-;.. )

아이들의 꿈은 다양했죠.. 뮤지컬배우가 되고싶다던 학생.. 연기자지망생(뭐 벌써 단역으로 여기저기 출연작이 꽤 되더군요 ㅎ) 등.. 

아직 꿈을 찾는 아이들도있었고, 꿈을 이미 꾸고있는 아이들도있었죠.

그치만 , 제가 이 상담을 하면서 가슴아펐던 이유는 다른데 있습니다.

오직 몇몇의 아이가 '꿈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꿈을 찾는 과정과 꿈이 없는 것은 질적으로 다릅니다. 아이의 눈빛자체가 일단 다르죠.

가고싶은 학과라도 있을까 하여 물어봤으나 "글쎄요. 점수맞춰봐야죠."

그렇게 생기없는 눈빛으로 꿈이 없다는 학생을 보니 마음이 무거웠죠..

그 아이는 그 반의 1등이었으며, 문과에서 1등을 기록한 아이였습니다. 

전교에서 순위권이던 다른 아이 한명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럼 무슨 목적으로 공부를 하는가? 에 대한 질문을 하고싶었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습니다.

일단 공부하고 진로는 대학가서 생각해보라 - 는 입시계의 오랜 이야기가 아마 이 학생이 그렇게 공부를 하게하는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우리는 흔히 '원하는대 가고싶으면 공부 열심히하면 다 골라갈수있다' 고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이야기이죠.

성적이 낮으면 낮은 데로, 높으면 높은데로 그 점수에 형성된 대학에 들어가야하고, 대부분의 학생이 그렇게 점

수에 맞춰 대학을 고르기에, 사실 성적이 좋다고하여 자유롭게 골라가기보단 점수에 맞춰가는게 가까우니까요.

이에 저항하기란 상당히 힘들죠. 저 역시 그랬구요.- 

아이들에게 가끔 재미삼아 저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습니다.

시골중학교에서 턱걸이로 도시 인문계고등학교 배치고사 전교 270등으로 들어와서는 처음 접하는 그 경쟁속에 열등감때문에 공부를 시작했던 이야기-, .  (아이들은 뭐 아무래도 고등학생이다보니 제가 270등으로 들어와서 성적이 꽤나 올라간것에 대해 호기심이 크더군요 -_-;..)

제 꿈이나 적성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냥 주변에서 이공계가 좋다더라, 혹은 이과로 가야 열심히하면 뭐 의약대도 갈수있지않겠냐는 이야기에 혹해서 이과를 선택하여 결국 H공대에 합격했던 이야기 도 해주었죠.

하지만 아이들에게 해주고싶었던 이야기중 가장 하고싶었던 것은 사실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순간이자 어려웠던 결정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별다른 진로에 희망없이 선택했던 공대.. 지방도시의 평범한 인문계고등학교에선 플랜카드에 이름을 걸어놓을 정도였지만, 전 사실 제 인생의 목적이나 목표, 삶의 이유로써 공대를 원했던 적은 한번도없었습니다.

막연히 그냥 공부하다가 이쪽이 좋다더라, 그래서 이과를 가고, 점수에 맞추다보니 거기에 들어간거죠.

하지만 진짜 제 오랜 꿈은 따로있었다는걸 깨닫게 되었죠..

교사가 되자. 그리고 그 교사라도 아이들과 교감을나눌수있는, 그리고 내가 아이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줄수있는 그런 스스로가 흥미있는 분야의 교사가 되어야겠다.

그래서 다시 수능을 보게되었고  전 문과를 선택합니다. 조금 급하게 시작하느라 아마 6월경에서야 수능공부를 시작했던걸로 기억남네요. 

수능성적이 나왔고 급하게 준비한것치곤 과분한 점수를 받았습니다만 전 그냥 생각한대로 원서를 썻죠.

사범대에 과까지 이미 정해놓고 공부를한터라 사실 점수가 얼마나 남던지 별생각안했고.. 고대나 서울대가 아닌이상에야(고대사범대에는 조금 모자랐던 점수였습니다. 그땐 또 사범대 점수거품도 있었던 시절이라..) 서울에서 사립대사범대를 다니기엔 학비와 생활비, 그리고 임용고시를 고려해봐도 별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해서 집 가까운 국립대 사범대를 썻습니다만.. -_-;

부모님은 찬성해주셨는데 친척들은 반대가 많았습니다. 저 역시 아직 나이가 많진않지만.. 20대 후반에 가까운 인생중에 가장 커다란 선택이었고 꽤나 힘들었던 결정이었습니다.

가끔 친구들중에 이미 취업해서 직장을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그냥 나도 공대나와서 취업이나 준비했으면 더 편하지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일단 지금은 학벌로 따지게 되면 기존 대학에 비해 훨씬 마이너스이고 돌이킬수없기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이번에 교생에 나가서 이 선택에 대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내가 종사할곳은 바로 이곳이구나.

그 얼마나 보람있던 시간이었던지!  (얼핏 사진관에 그릇논란이있던거같은데.. 제 그릇이 이거밖에안되나보군요,)


참 진작에 고등학교때부터 꿈을 향해 뛰었다면 조금더 빨랐을텐데 말입니다.-

아.. 글을 쓰다보니 개인적인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그냥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꿈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 해주고싶었습니다만..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네요.(사실 선배나 후배에서 꽤 나이 많은 분들도 간혹있었죠.. 한의사 면허증이있으신 분도 다른과에있으시더군요 ; 지금은 졸업하셨지만..)


사실 아직도 가끔 그 아이가 그렇게 무심하게 '꿈 없어요 ' 라고 말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참 가슴아픈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0대의 눈이 꿈을 이야기할때 빛나지 않는다는건 슬픈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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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누아르 · 214884 · 11/07/03 01:21 · MS 2007

    H대 공대에 재학 중인 11학번 학생이자 본문과 비슷한 생각에서 새로운 꿈을 가지고 사범대를 목표로 하는 반수생인 제게는
    정말 많이 공감되면서도 큰 가르침을 주는 글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  :D  · 207408 · 11/07/03 01:46 · MS 2007

    정말 좋은 글이네요. 저도 아직 어리지만 그런 생각 많이했어요. 진심으로 하고 싶은 걸 모른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가 하구요.. 일단 거창하게 말하면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란 게 정말 점수 맞춰서, 일단 당장 눈 앞의 점수를 올리는 것에 급급했지, 막상 학생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 하는 지에 대해선 점수를 올려 대학을 가고나서 소위 간판을 따고 나서 생각해보라고 하고 이게 맞는 말인 것처럼 되어 있는 것도 문제인 것 같다고 생각했었구요. 저도 그런 교육 시스템 안에서 맞춰져 자라온 사람으로 대학 와서 고민도 많이 했고 물론 지금도 하고 있는 중이구요. 특히 여기 오르비 계신 분들 중에는 상위권 학생이 많을텐데 소위 말해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이런 현실에 더 길들여져 있는 것 같아요. 아직도 내가 무엇을 정말 하고 싶은지에 대해 정말 이것저것 생각이 많고 찾아가고 있는길에 서있는데 님 글을 보니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떻게 꿈을 찾게 된 건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기도 한데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있으시면 써 주시길 부탁드려용. 저도 어서 확신할 수 있는 "나의 길"을 찾고 싶네요. ㅎㅎ좋은 글 감사드려요

  • 푸른쪽빛 · 310160 · 11/07/03 02:02 · MS 2009

    꿈을 찾는다는게 방법이있을까요.. 그냥 스스로에게 되물었고, 그러던 어느날 대답해주더군요. 난 이게 하고싶다. 라고..

  •  :D  · 207408 · 11/07/03 03:03 · MS 2007

    네 방법을 물은 게 아니구요 과정이 궁금했어요. 저는 아직 세상 경험이 부족한 것 같아서 안다고 생각해도 막연히 알 뿐 실상은 모르는 게 더 많은 것 같아서 그래서 떠올릴 수 있는 보기와 답에 한계가 있진 않을까 싶어서 이것저것 많이 겪어보고 경험해보고자 하고 있어요. 좀 더 넓은 시야로 알아보고 제 갈 길을 확신할 수 있게 되고 싶어요..
    스스로의 대답이라는 게 참 인상깊어요. 좋은 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가지신 꿈처럼 멋진 교사되시길 바랄게요.

  • 디핑소스 · 285827 · 11/07/03 01:57 · MS 2009

    멋진 글이네요. 꿈...

  • 북학인™ · 180702 · 11/07/03 02:31 · MS 2007

    잘 읽었습니다

  • 괴델 · 339853 · 11/07/03 03:09 · MS 2010

    친구들앞에서 얘기하면 "이색끼 겉멋들어서 개소리한다"라는 핀잔듣는게 뻔하니까 ㅋㅋ 아닌척 살지만 레알 공감하는 말입니다!

  • 디핑소스 · 285827 · 11/07/03 03:38 · MS 2009

    ㅋㅋㅋㅋㅋ개소리한다라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