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비판 2 - 불필요한 경쟁과 교육을 야기하는 대치동의 학원들(묻혀서 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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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 지인이 쓴 글입니다. 제 생각과 많은 부분이 겹쳐서 양해를 구하고 올리게 되었습니다.
글쓴이는 대치동에서 살다가 의과대학에 진학하였습니다.
제가 쓴 글이 아닙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일부 담고있습니다.
이 친구는 사실 고 2이하에서 이뤄지는 대치동 교육에 방점이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이 글과 본인의 생각은 별개입니다. 하지만, 의견은 제가 올렸기에 제가 답글 달겠습니다.]
저번 글에 대한 여러가지 반응을 보며, 제가 글을 참 못 썼었다는 사실 하나와, 제가 문제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확실하게 "대치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 하나를 느꼈습니다. "대치동"이라는 단어를 제가 쓴 이유는, 이곳이야말로 학부모들의 과한 욕심이 그들의 재력을 통해 눈에 보이는 가장 강렬한 형태로 나타나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글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 굳이 "대치동"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학부모들이 비슷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모든 승부를 이기는 사람이 결국 마지막에 지는 일은 생각보다 잦습니다. 경쟁에서 승리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경쟁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장기적인 목표, 대다수의 경우 '대입'을 고려하여, 이에 대한 전략을 짜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입니다.
제가 제 부모님께 감사드리는 부분중에 하나는 중학교때 장래희망이 의사였던 저를 다른친구들처럼 특목고에 보내려고 애를 쓰시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저는 그런 과잉 경쟁 대신, 적당한 수준의 수학 선행학습과, 영어등 나중에 고등학교나 대입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할 수 있었고, 또한 그런 친구들에 비해 덜 지쳐있었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가서는 여러모로 더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중학교때 받았던 사교육중에도 지금 생각해보면 쓸데 없는 것들이나, 돈 낭비였던 것들이 한두개가 아닙니다만, 그래도 몇몇 장래희망이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특목고 준비를 위해 공부해야했던 친구들보다는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번 글에는 학부모들의 근시안적인 경쟁심에 대해 다뤘다면,
이번에는 불필요한 경쟁과 불필요한 교육을 야기하는 대치동의 학원들에 대해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배우고 싶은 걸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은 매우 감사할만한 일입니다. 대치동 아이들은 그러한 기회를 누릴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치동 아이들중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는 경우는 드뭅니다. 학원을 고르는 주체가 아이들보다는 학부모, 그것도 앞서 얘기했던 근시안적인 학부모들인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학원을 이용하기보다는 학원에 이용당하는 편에 가깝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원에서 제공하는 교육들이 빛좋은 개살구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어린나이의 아이들을 교육하는 학원일수록 심해집니다.
대치동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중 하나는 캐리어가방을 끌고 다니는 초등학생들입니다. 이 학생들의 가방을 무겁게 만드는 주범은 바로 영어학원입니다. 이 영어학원들이야 말로 빛좋은 개살구의 전형입니다. 이 학원들에서는 미국, 초등, 중등, 심지어 고등학교에서 쓰이는 교재 혹은 교과서들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책 한 권, 한 권이 상당히 무겁고 또 여러권을 들고다녀야 하기에 캐리어가 없이는 들고다니기가 매우 힘이 듭니다. 저희 때 지역에서 유명했던 곳으로는 ILE, PEAI와 같은 곳들이 있었는데, 공통적으로 "원어민" 선생님이, "영어로 된 교과서"를 가지고 수업합니다. 원서로 선행학습이라니, 듣기에는 참 좋아보이지만, 이 학원들만큼 듣기에만 좋은 교육을 하고 있는 곳은 없습니다.
"영어로 된 교과서"의 수준과 과목이 첫번째 문제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짜리 아이들 혹은 그 아래 나이의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 중학생 이상의 수준의 내용들을 수업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때 생물에서는 미토콘드리아, 생물학적 분류와 진화, 화학에서는 양적반응, 산화환원반응을 배웠던 걸로 보아 상당히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물론, 무엇을 배웠는지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해가 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어떤 경우는 고등학교나 미국의 prep school같은 곳에서 수업하는 교재등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아이가 똑똑하더라도, 본인의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된, 그것도 본인이 흥미가 없는 과목을 공부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결국, 영어 수업이 아니라 그 과목에 대한 수업이 이뤄져야합니다. 따라서, 그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경험이 풍부하거나 지도에 전문성이 있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가르칠 수 해야합니다. 또, 학생들의 나이가 어림을 고려해서, 수업중 진도나가는 속도를 유동적으로 조절하며, 아이들이 무엇을 이해하고 있지 못한지 수시로 체크해서 따라가는 것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문제는 이 학원의 "원어민 선생님"이 이 두가지 다에 해당되지 못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생물학" 과 "화학", 그리고 "사회학", "글쓰기", "문학"을 한 선생님이 전부 다 영어로 가르치십니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다는 분이 이 5가지에 대해서 동시에 지도 경험이 풍부하시거나 전문성을 띠실 수는 당연히 없겠죠. 그렇다고 아이들이 잘 따라오도록 도와주고 있지도 않습니다. 많은 양의 숙제를 주고 스스로 해오도록 시키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숙제를 해오지 못한다고 어떤 피드백이 이뤄지거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다시 설명해주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애초에 선생님들도 그 과목을 이해시키는데에 목적이 있지 않고, 영어로 된 교재로 진도를 나가는데에 목적이 있으니까요. 결국 숙제를 못하는 것은 아이들의 책임이 되지, 아이들이 숙제를 해올 수 있도록 수업내용을 잘 이해시키지 못한 선생님의 책임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부실한 수업과 많은 양의 숙제는 아이들이 특정 과목에 대해 부담감 혹은 거부감을 갖도록 촉진해줍니다.
여담으로, 보통 이런 학원들은 아이들을 수준별로 분리해서 수업합니다. 아이들이 숙제를 잘 해오지 않으면 높은반에서 낮은 반으로 이동시킵니다. 반의 높낮이는, 아이들, 그리고 그보다 학부형들의 자존심과 관련되어있기 때문에, 결국 학부형들이 아이들의 숙제를 해주게 됩니다. 아이를 교육시키기 위해 학원을 보냈는데, 결과적으로 엄마가 아이대신 영어로 화학공부를 하는 신기한 장면이 벌어집니다. 이때, 정상적인 학부모라면 학원이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학원을 그만 보내야 하지만, 학부모들은 아이들 학원숙제해주느라고 바빠서 그런것인지, 그 학원을 다른 학부모들도 보내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합니다.
부끄럽게도 앞서 말했던 것들은 제 개인적인 경험담이기도 합니다. 재미있게도, 저 학원에서 그 고생을 하면서 공부했던 내용들은 잘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애초에 잘 이해도 가지 않았는데 기억날 거리가 없는게 당연합니다. 결국 제가 저기서 배웠던 것은 공부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어교육은 중요합니다. 영어는 수능에서도 평가받고, 우리 사회에서 영어를 할 수 있는건 매우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학원에서 가르치는 것들은 영어실력을 늘리지 않습니다. 애초에 가르치는게 없기 때문입니다. 숙제는 있지만,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지점을 찾아 그 부분을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일은 없습니다. 결국 할 수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뒤쳐지고, 뒤쳐지는 아이들은 엄마가 숙제를 도와주는 기형적인 교육이 이뤄집니다. 이런방식으로 돈을 버는 학원과, 그것을 모르고 이용하는 학부모, 그리고 이에 의해 악영향을 받는 학생들이 계속 있을 것이라는게 저는 한탄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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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국어 지문에 서브프라임 사태 나와서 빅쇼트 또 보고시퍼
이 글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립니다.
아이들에게 무리한 교육, 흥미를 잃게 만드는 교육을 하면 안됩니다.
그 교육과 배움 자체에 흥미가 있는 학생들조차 흥미를 잃게 만들면 그 아이의 가능성을 막는 것입니다.
흥미를 이끌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전달하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며, 지금의 현 상황은 그와는 반대인듯 합니다.
아이들이 숙제를 하지 못해서 어머니께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것은 제 생각에는 어렸을 때부터 컨닝 비슷한 행위를 권장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의 현실이 그렇게 아이들을 몰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양질의 컨텐츠가 전달되어야할텐데
왜 굳이 아이들이 할 수 없는 것을 강요하는지는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좋은 영향이 아닐것임을 아신다면, 조금 더 고민하셔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독서교육과 다양한 놀이문화 경험을 통해 아이들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친절하고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기위해 저는 노력하고있습니다.
또한 이 노력은 개인이 아닌 원래는 사교육과 공교육차원에서 해야하는 것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여러분과의 토론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들이 있고, 여러분과 다를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 학원들 유명하죠. 인기는 초등들한테 많지만 저 학원들이 유명해진게 한창 외고 전성기때 저 학원 출신들이 때거지로 외고 민사고에 입학했거든요. 실질적으로 학원에서 외고나 민사고 입시 준비를 해주지는 않지만 저기를 다닌다는건 유명 외고나 민사고에 진학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를 잘한다는 상징이고 저 곳에서 친구도 만들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죠. 무엇보다 대다수가 외국 유학 갔다온 학생들인데 그들에게 영어 안 까먹게 하려고 학부모들이 보내는 이유도 있고 대치동에 그런 학원이 저기들 포함 렉스*까지 3곳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