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고통=0 [736900] · MS 2017 · 쪽지

2017-07-19 16: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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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 대타갔다 영혼털린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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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선배가 과외대타를 부탁해서 신나게 수락하고 신나게갔다


학생네 집 앞에 가니까 선배가 카드를 주면서 "이건 부모님 카드고, 

둘이 같이 식사비용이나 음료비용 2만원정도 써도 돼,대신 영수증은 예의상 챙겨둬 크게 어려운건 없고 문제생기면 바로 연락주라"


띠요옹오오옹...


카드까지 주는 알바라니...

시급 1만5천원의 알바도 모잘라서 엄카를 받다니

학생이랑 같이 뭘먹을지 기대하면서 씬나게 과외학생의 집으로 향했다.


학생의 집은 우리지역구에서 평당 매매가가 가장 높은 주상복합 아파트였는데, 나도 아파트 아래 위치한 영화관으로 영화를 보러 간적은 있어도 부의 상징이라는 00팰0스에 들어가보는건 처음이었다. 나름 기죽지 않은 척을 하며 최대한 입주민인척 들어갔다.


그런데 들어가니까 엘레베이터가 6대가 있었다...

급 당황을 탔지만 저층전용 고층전용 이렇게 써있길래 나는 당연히 학생의 집이 29층이기에 고층이겠구나 하고 고층을 탔는데  엘레베이터 버튼이 눌리지를 않았다. 그래서 열심히 29층을 입력해봤는데 눌리기만 할뿐 아무리 엔터를 눌러도 입력이 되지 않았다.


입주민 같은 자연스러움은 진즉에 망한 것 이었다.


그러자 뒤에 보던 입주민 분께서 외부인인지 판단을 하시고 " 어머 29층은 저층 엘레베이터 에용하셔야 해요. "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쭈글쭈글 29층이 저층이구나...하며 저층엘베를 탔다.


도착하니까 학생네 집 현관부터 신발장까지가 내 방만했다.

그냥 아주 좋은 집이었다. 바닥도 대리석에 드라마 세트 같이 생겼었다.

학생이 말을 조금 안듣는 다고 했는데 다행이 나에게는 잘 대해줬다.


그리고 나서 같이 밥도먹고 공부를 하려니까 학생이 계속 헛소리를 했다.

내가 원래 알아주는 잔소리 머신이지만 "선생님 진짜 예뻐요" 이 말을 반복해줘서 그런건 아닌데 잔소리는 크게 안했다. 진짜 내 학생이 아니기도 했고 


결국 공부는 엄청나게 못하고 과외시간이 끝났다.

끝나니까 내 영혼이 탈탈 털린기분이었다. 과외 시급이 쎈 이유를 알것 같았다. 나같이 유약한 영혼이 남고생이랑 입씨름을 하는건 정말로확실히상당히 피곤한 일이었다.


그리고 집에 가려던 참에 학생 부모님이 오셨다.

매우 근엄 진지하게 생기신 분이었다. 사실 이때부터 약간 쫄았다.

학부모님이 누구에요? 대타로 오신다는 분? 하고 아주 날카롭게 물어보셨다. 당연히 학부모님 입장에서 대타라는게 좋게 보일리가 없기에 나는 최대한 죄송하고 미안한 말투로 "네^^대타에요 아버님 안녕하세요"라고 말하고 빨리 빠져나가려고 했다.


갑자기 짐을 정리하는 나에게 아버님이 "선생님 _______이_______인가요?" 하고 과외내용에 대한 질문을 하셨다. 

과외가 원래 이런건가???학부모님이 원래 이런걸 질문하는건가????했지만 

나는 그래도 내 전공분야이기에 "아버님 그건 _________________아닌가요?" 라고 대답을 했는데 

아버님께서 인상을 팍 쓰시면서 "그건 ____________이죠 선생님 , 모르세요?" 라고 반문하셨다.

 "아버님 그건___________아닌가요?" 라고 내가 반박하자 학부모님은 근거를 대시며 내 의견을 반박했다. 


나도 사실 내가 약간 틀리다는 느낌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받아서 쪽팔리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흠...그런 관점이..그렇군요...하고 수긍하는 척을 했다.



대체 학부모님이 어떻게 이 분야를 잘 아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아무튼 그 집을 빠르게 탈출하고 싶었다. 수치스러운것 보다 학부모님이 또 질문할까 무서웠다.


방에가서 짐을 챙겨와서 인사를 빠르게 하고 털린 영혼을 가지고 집을 빠져나왔다.


과외는 못할짓이라고 뼈져리게 느끼며 '멍청이 죄다'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대체 학부모님이 그런걸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해서 대타를 부탁한 선배에게 물어봤다.(혼났다는 소리는 쏘옥 빼고)


그러자 선배는 당연하다는 듯이 "아 !ㅋㅋㅋ 00이네 아버님 의사셔서 그러그럴 거야 그  00병원 있잖아ㅋㅋ원장님이셔 쫌 까다로우시지? 많이 힘들었어?ㅋㅋㅋㅋ"


그 병원은 우리지역에서 상당히 전통있고 유명한 병원이었다.

그렇다 나는 무려 의사와 그것도 오랜 경력의 전문의와 토론을 벌인것 이었다.



그 순간 모든게 납득이 가며 '뭐 내가 좀 멍청해 보일수 있었겠네....'

 멍청함에 대한 자괴감은 바로 눈녹듯 사라지고 수긍을 하며 입금된 과외비로 만난걸 사먹었다.


결론 ; 돈은 좋다 헤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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