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 [383625] · MS 2011 (수정됨) · 쪽지

2017-07-09 22:25:13
조회수 20,638

키 170cm 안 되는 남자의 연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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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키가 작습니다.


169cm입니다.


20, 30대 남자 평균 키가 173cm 정도이니,


꽤 작은 편이지만,


살면서 키 때문에 연애 못하고 살진 않았습니다.



가장 최근에 사귀었던 여자친구는,


173cm였습니다.


저보다 4cm가 컸죠.


그 전에 만났던 여자친구는 170cm였습니다.


역시 저보다 컸습니다.


175cm인 사람도 잠깐 만나 봤었습니다.


이 경우에는 좀 빡세더군요. ㅋ

(높이가 안 맞아서 길에서 손잡기가 힘들더라는)



그 외에 제가 만났던 대부분의 여성들은,


키가 165cm 이상이었습니다.


희한하게도 제가 남자치고는 꽤 작은 편인데도,


여자치고는 큰 사람들만 만나고 다녔습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하다 보니 그렇게 되더군요.



그래도 제가 만났던 여자친구들 중에 그 누구도,


제 키가 작다고 싫어한 사람 없었습니다.

(싫어하면 만나질 않았겠지만)


물론 힐을 못 신는다고 불평한 경우도 없었습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단화만 신더라고요. ㅠㅠ

(아마 속으로 욕했을 듯)



그럼 얼굴이 잘 생겼느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을 머금고 단호하게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객관적으로 제 얼굴 별로입니다.


안경 썼고, 피부도 안 좋고, 덧니도 있고...

(자살할까)



비율은?


전 여자친구가 제게 붙여준 별명이 '레고'였습니다.


아시죠? 레고... 머리 크고 팔, 다리 짧은... -_-;;



그리고 소위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체질이라,

(사실 핑계고 식탐이 엄청납니다. ㅠㅠ)


일생의 2/3 정도를 뚱뚱하게 살았습니다.


체형이 제가 어제 사진 올렸던 스윙스와 비슷합니다.

(스윙스보다 조금 더 살집이 있긴 하네요. -_-;;)



혹시 포르쉐나 벤틀리 끌고 다니는 건 아니냐?


수저로 따지면 제가 말이죠.


GS25 김혜자 도시락에 달린 플라스틱수저 쯤 됩니다.



써놓고 보니 저도 참 엉망이네요. ㅋ -_-;;

(전생에 매국노였을 겁니다)


그래도 키 크고 예쁘고 착한 사람들만 만났습니다.

(착한 건... 음... 뭐 저도 착하진 않으니)


연애라는 거 생각보다 별 거 없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고,


외모는 그 중 하나일 뿐입니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제 경험으로는 그렇습니다.



여자친구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나를 왜 좋아하게 됐느냐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제가 매력적인 사람은 아니거든요.


저도 저를 잘 압니다. ㅎ ㅠㅠ



그때 여자친구들이 했던 말들이 재밌더라고요.


1. 말이 잘 통해서


2. 내 얘기를 잘 들어줘서


3. 똑똑해 보여서

(똑똑하다는 소리는 아닌)


4. 꼰대스럽지 않아서


5. 매너 있어서


6. 글을 잘써서


7. 담배 안 피워서


8. 재미 있어서


9. 키스를 잘해서

(실제로 들은 얘기입니다)


10. 기타(9번의 연장선)



진짜 별 것도 아닌 엄청 사소한 이유들이더군요.


저런 걸로도 사람이 좋아진다고?



본인들이 직접 말한 거니까요. ㅎ -_-;;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20년 정도 연애하면서 느낀 건,


사람이 사람 좋아지는 데는 참 별 거 없다.


외모?


물론 잘 생기고 예쁘면 더 바랄 게 없을 정도지.


그런데 그거 아니더라도,


다 자기 좋다는 사람 만나서 연애 잘만 하고 산다.



내가 뭐뭐 때문에 연애를 못해 하는 사람은,


뭐뭐 때문에 연애를 못하는 게 아니라,


뭐뭐 때문에 연애를 못한다고 믿고 싶은 사람이라고,


그냥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요.



가장 먹지 말아야 할 마인드는 키 작다고 위축되는 거...


사람 자체가 정말 볼품 없어집니다.


저는 작아도 저보다 큰 여자들에게 먼저 다가갔습니다.


의외로 그런 점에서 플러스 되는 부분도 있더군요.



좋으면 다가가세요.


거절 당하면?


잠깐 쪽팔리고 마는 거죠, 뭐.



너무 키에 얽매여서 자기 가치를 스스로 낮추지 마세요.


오르비에서 보다 보면 장난인 거 알면서도,


한 번씩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몇 자 적어 봤습니다.



근데 다 쓰고 나니,


갑자기 급우울해지는데 이거... ㅠㅠ


한강물은 따뜻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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