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재수충의 일기(수기아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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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충 일기.
"오늘 독서실ㄱ?" 친구의 카톡을 읽자마자 사물함에 넣어 먼지가 쌓인 중고로산 모르는 사람의 서울대 과잠을 꺼내든다. 프로 재수러라면 정신 건강을 위해 필수인 와이파이. 이것이 없다면 어찌 유튜브에서 따끔한 쓴소리를 들을수 있겟느뇨? 평균 4등급 대라는 자기 성적을보면 쓴소리 보다는 인강이 필요하지만 정작 공부는 하기 싫고 코스프레는 하고 싶어 6평을 포기한 공신 쓴소리 구독. 서울대 과잠 간지 장착 완료. 안방에서 파스 붙이고 주무시는 엄마 지갑에서 밥값과 독서실 명목으로 삼만원을 꺼내든다. 총알 세발 장착 완료. 덜컹거리는 지하철에 몸을 실고 철교 건너는 지금. 주위를 쓱 둘러보니 한손에 단어장을 장착한 놈들이 보인다.
'풉 지잡 고휘리 새끼덜... 보나마나 내년에 재수하러 와서 여자나 꼬시겠지.. 예비 재수생 새뤼덜...
어느새 독서실 앞에 도착하니 저 멀리 우리 크루들이 보인다. 잠시 우리 크루들을 소개하자면. 진성이, 게임과 티어를 위해 작년수능 직전까지 시마다 브라다스 스킨을 수집하며 키보드가 닳을때 까지 게임을하며 피씨방에 영어 연계 모음집을 들고 다녔던 프로 재수시스트 남바완. 장래희망은 맥도날드 사장. 다음 동우, 모의고사 값이라고 구라치고 오버워치 스킨 장착을 위해 엄마 카드로 현질했다가 삼일째 집에 못들어가고 있는 옵치스트. 사수생 다들 수능에 목숨을 건 리얼 입시 피플들이지.
우선은 우리가 독서실에 상륙했음을 알리는 페북 포스팅. 간드러지게.."독서실 현역들 시끄러워 죽겟네ㅡㅡ?." 댓글 안달려도 상관없다. 내가 지금. 바로 여기 독서실에, 글로벌 학업 선도의 의 중심지.이곳에 있다는것이 중요하니까. 수많은 술험생들중 후배들에게 혹여나 재수생인게 들킬까봐 머리를 조아리며 조심스레 워킹해간다. 우선은 오늘 독서실에 오랜만에 왔으니 피씨방 카운터에 정액제를 체크인하러 간다. 아니나다를까 크. 입구에서부터 우리 크루들은 프로게이머를 연상시키는 옵치스트 각자만의 간지를 뽐내고 있다. 가히 누가 이 모습을 보고 재수생이라 생각할꼬. 학점을 피해가는 자유로운 대학생의 자유가 살아숨쉬는 대학가의 뒷골목. 그게 바로 지금 여기 피씨방이다. 사실 나는 옵치을 할 줄 모른다. 그냥 자유가 살아 숨쉬는 옵치스트들의 영혼을 느끼기 위해 오는것뿐. 재작년부터 구석에서 리니지를 하던 군필 7수형과 슬쩍 눈인사 후 아이스티 완바틀 주문.
'후후.. 같은 재수생들 사이에서도 급이 있지..' 주위를 한번 둘러본 채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고 가방에서 꺼낸다. "EBS영어 연계 300제"
벌써부터 주위의 게임중독 고3들이 나를 의식하는게 보인다. 봐라. 나 지금 공부한다.
크루들과 함께 책을 키보드 옆에 둔채 하나씩 펴서둔다. 게임을한다. 내 케릭이 죽는다. 책을 읽는다. 나는 지금 게임을 하는 순간에 마저 공부를 하고있다. 자기 암시와 함께 간드러지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입술사이로 "아나 힐벤!! 아나 힐벤!! 리퍼 조심을 외치며 오더를 내린다
'나 방금 팟지 먹었다... 보이냐?
일단 아무것도 모르는 고3 사이에서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으니 이제 퇴장.
평소같았으면 어차피 내년에 가게될 명문대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대학로로 향했겠지만 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오버워치를한 지금. 나는 공부에 미치고 싶다. 너나 할 것 없이 근처 카페로 향한다. 혹시나 남자들끼리 카페에 들어가는 모습을 누가 볼까봐 조마조마하다. 남자끼리 카페 가는건 찐따들이나 가는것이라 주장했었으니..
능구렁이가 담벼락 넘 듯 눈알을 반쯤 돌린 채 스무스하게 입장한다. 가슴이 뛴다.
"아메리카노 쓰리바를."
네?
"아메리카노 쓰리바럴."
예?
"아메리카노 석잔 주소."
네.
역시 이디야는 촌스럽군.. 스타벅스는 가야지 영어를 알아듣는건가? 영어 4등급인 나도 병이 영어로 바틀인지는 안다.
수학의 정석 집합부분과 아메리카노. 교집합 문제을 하나풀고아메리카노 한입. 너무 뜨거웟나. 입줄기를 타고 아메리카노정석위로 뚝뚝 떨어진다. 왁자지껄 교양없이 떠드는 대학생들사이에서 뭔가 보여주고 싶다. 더기.. 집에서 사지말라해도 사버렸전 중고 서울대 과잠을 자랑하듯 당당히 걸치고 워킹.
얼마나 휘적였을까. 솔직히 여자하나정도는 꼬일 줄 알았으나 안꼬이네.. 내가 무슨 과인지도 궁금하지도 않나..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벌써 4시다. 한단원을 다보기는 커녕 혼자 과잠 자랑하느라 수열의 개념도 때지 못한채 카페를 나왔다
"야 사진찍으러가자.
늘 우리가 얼마나 멋있는지. 얼마나 더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우리 셋이 여기 독서실에 왔음을 알리기 위해 포토존으로 이동한다. 매번 올때마다 사진만 찍고 공부는 눈치 보이는 곳 토즈 독서실. 저 멀리 토즈 독서실 정문이 보인다. 긴장된다. 너나 할것없이 책가방에서 펴지도 않은 책을 꺼내든다
거울앞에 슨다. 165 진성이는 자연스레 계단에 덜컥 앉는다. 나는 중고 서울대 과잠 마킹이 박힌 등을 자연스레 내민채그 옆에 선다. 이번에 오르비에서 점수 위조로 에피를 박은 동우는 자연스레 에피 스티커가 붙은 수학의 정석을 치켜 든다.
"야 빨리 찍어"
"아 니가 찍으라고"
"아 나 머리 박고 있잖아 찍으라고"
절대 누구 하나 웃지 않는다. 입시의세계에 웃음이란 없거든.. 어렵게 사진 촬영을 하고 저녁 아프리카 방송을 놓칠세라 잽싸게 뛰어간다. 생방 놓지면 녹방 보면 돼지 왜그러냐고? 나중에는 인강들어야 하니까, 또 페북에 올려야 하니까
"독서실에서 밤새고 첫차타고 가는중."
집에 들어오니 엄마가 울고 있다.
괭이야! 엄마도 사람이야.. 사람.. 너 또 엄마 지갑에 손댔니.. 너 대체 왜그러니 흑흑흑..
아!! 공부하고 왔다고!!!
나는 세상에서 유일한 내편에게 돌을 던진다
아몰랑
진성이에게 사진을 받은 뒤 페북에 포스팅한다.
"낼 독서실가는 사람."
.
.
.
어딘가 공허한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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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