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이 멈췄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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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 주의*
대선기간 동안 본인의 정치적 의견과 다르면 비꼬는 정도를 넘어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 글들을
종종 봐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자세가 매우 싫어서 정치적 댓글을 가급적 달지 않겠다고 다짐했었고,
잘 지켜온듯 했었지만, 오늘 한 글을 읽고 폭발했네요.
속상한 마음에 일기를 썼고, 저의 일기이기 때문에 편한 문체로 작성했슴을 미리 밝힙니다.
앞으로는 쓸데없이 똥글 싸지 않고 그냥 묵묵히 유머글이나 퍼오면서 조용히 오르비 생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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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가 끝나고 개표 중인 지금.
누군가는 출구조사를 보고 어떻게 저런 인간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
'저런 인간을 지지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비난한다.
또 혹자는 어떻게 저런 인간이 지지율 2위를 할 수 있느냐,
'저런 인간을 지지하는 지역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고 비난한다.
많은 사람들이 영호남 중심의 지역주의 구도가 많이 타파되었다고 말하지만
내가 만족하기에는 아직 이른 모양이다.
여전히 우리나라 정치에는 지역주의가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남의 표심을 지적하면 호남의 표심이 반박에 등장하고,
호남의 표심을 지적하면, 영남의 표심이 반박의 대상이 되는 상황은 언제나 그러했듯이 오늘도 유효하다.
'너는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니?'
'저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나왔는데, 우리나라도 여자 대통령이 나오면 그에 필적할만한 변화 아니겠어요'
나는 어릴 적 박정희 대통령을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했었고,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추진력을 닮아 일을 잘 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 박근혜 당대표가 커터칼 피습 당시에도 의연한 모습으로 대처했던 것이 어린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음은 물론이다.
그로부터 몇 년 후, 18대 대선 투표를 한 뒤, 친구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며 개표 방송을 봤던 기억이 있다.
18대 대선에서 내가 던진 표는 사표가 되고 말았다.
내가 지지하지 않았던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되는 그 시각 즈음에 나는 술을 잔뜩 마시고서,
대한민국은 아직도 박정희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이제 도래할 박근혜 정권 5년은 희망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술에 취해 귀가한 나는 침대에 누워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들을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인으로 확정이 된 시각, 지인 중 한 사람이 글을 올렸는데, 그 글의 내용인즉슨
‘호남권에서 90%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데 이게 정말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맞느냐, 아직도 호남은 빨갱이 사상에 점철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글을 보고 분노를 금할 수가 없었다.
이에 내 타임라인에 장문의 글을 올리게 됐다.
‘기독교인이라는 작자가 어떻게 호남 사람들을 빨갱이로 매도하며, 특정 후보에 투표하는 행위를 두고 비민주적라고 말할 수 있느냐. 그들은 경제 발전 측면에서도 소외의 대상이었고, 5.18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도 피해를 입었기에 그들의 계통인 정당을 뽑지 않는 것은 나름의 타당한 행위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호남권에 비해 인구가 2배 이상 많은 영남권에서 80%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이고, 호남권에서 90%가 찍는 것은 비민주적 이라고 할 수 있느냐?’
날을 세워 비판의 글을 게시한 뒤 홀로 분을 삭이다가 잠들었다.
이튿날 아침, 내 타임라인을 누나가 보고 부모님께 알렸는지, 부모님이 그 글의 내용을 이미 알고 계셨다. 그리고는 나에게 나의 글을 지울 것을 당부하셨다.
‘니가 분노에 차서 쓴 글이 당선인을 뽑은 니 친구들에게는 상처가 되고, 더 분란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잖니. 지금 당장 우리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이 되지 않았다고 절망할 이유는 없어. 우리는 결과에 승복하고 집권할 대통령이 선한 정치를 할 것을 기도하고, 응원해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한 자세 아닐까?’
치기 어린 나에게 부모님의 그 한마디는 말 그대로 일침이었다.
지역주의에 누구보다 분노한다고 생각했던 나지만, 그로 인해 영남사람들을 미워하며, 그들을 단순히 출신지와 소속당을
보고 투표하는 덜떨어진 사람들로 보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야 나의 편협한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누군가를 비방하고, 그들의 정당한 선거권 행사를 매도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을 했다.
2017년 5월 지금, 나는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의 글들을 보며 여전히 그 때의 나를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저런 인간을 뽑을 수가 있어? 머저리 같은 놈들.'
‘대가리에 총 맞은 새끼들 많네. 누가 봐도 저 인간은 대통령 감이 아닌데.’
관용의 정신이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선행 조건임을 나는 믿는다.
나의 사상이 옳음이고 그들의 사상이 그름이 아니라, 나의 생각은 이렇지만 너의 생각 역시 일리가 있네. 라는 정신이 이 순간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마치 내가 누군가를 옹호했었지만, 그 생각이 바뀌었던 것처럼 누군가의 정치적 신념은 가변적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후에도 내 자신이 온전히 존중받기 위해서는 현재의 내 관용적 태도가 중요하다.
사람은 누구든지 변화의 가능성을 가진다. 베버는 사람은 스스로의 사상이 현실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현실이 사상을 만든다고 했다.
나 자신의 위치에 의해 사상이 변할 수 있고, 언제든 내 위치는 변할 수 있기에, 우리는 나 이외의 다른 이들의 처지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관점에서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험한 말로써 그들에게 상처를 주기보다는 차라리 말을 아끼면서, 그들을 격려하는 것이 나의 발언이 존중 받는 사회를 만들 것이며 나아가 대한민국 정치발전에 훨씬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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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입니다 사실 저도 홍준표 지지하는 사람들 보면 화나고 그랬는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다양한 성향의 후보들이 나오고 지지받는건 어찌보면 당연한것 같더라고요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는게 참 많은 노력을 요하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