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경험을 한다는 것에 대한 제 짤막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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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때는 다양한 경험도 하고 살아야지."
나이를 어느 정도 드신 분들이
젊은 층을 만날 때마다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이게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말처럼
젊은 층에 대한 희망고문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럼에도 젊었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하라는 말이 유용한 이유는
젊을 때가 뭐 다양한 경험을 하기 적절한 시기라서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가진 것이 많아진 상태에선
다양한 경험을 하기엔 기회비용이 커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 다른 것을 시도하는 순간
생기는 기회비용이란 측면에서
젊은 층이 장년층 이상보다는 적어도 유리할테니까요.
초중고 학창시절, 예전의 저라는 경우에는
음... 어찌보면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볼 수도 있고
또 어찌보면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 인터넷이라는 세상에서
수많은 역사학도들이나 정치평론가들과
일반적인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해보기도 하고
그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생각을 바꿔나가는 것
또는
수많은 문화컨텐츠들을 접하면서
이런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구나...라고 생각한다든지
이런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구나...라고 느끼는 것
또는
수많은 학술적 자료들을 접하면서
때로는 인문학도에 빙의하기도 하고
때로는 진화생물학도에 빙의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문학도나 지질학도에 빙의하기도 했다는 점에선
전자가 맞을 수도 있겠고
아니면
오프라인이 아닌 인터넷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다보니
시공간적 측면에서 제한이 있다는 것
또는
그저 당장의 점수에 연연해서
수행평가에서 1점이라도 깎이면
선생님을 찾아가서 감점 이유를 세세하게 따졌던
과거의 저 자신
또는
제도권 교육이라는 한계 속에서
그저 사고관을 그 안에서 둘 수 밖에 없었던
과거의 저 자신
이라는 측면들에선
후자가 맞을 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어느 관점으로 바라보더라도
어느 정도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인
학교와 학원
그리고 특정 주제에 대해 비슷한 관심도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인
커뮤니티 같은 곳에선
다양한 경험
즉, 다양한 사고관과 다양한 배경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다는 것에 대해선
살짝 한계가 있었던 면도 인정합니다.
(물론 완전히 그런 것은 아닙니다. 가령 음... 전통적 보수주의 성향 분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든지 등등... 사실 이 때는 워낙 키배나 토론을 즐겨했었기에...)
그러다가 재수생활이 끝나고
처음으로 대학에 들어갔을 때
이전과는 달리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는 장소라는 측면이
한 편으로는 혼란을 주기도 했고
또 한 편으로는 흥미를 주었던 것 같습니다.
뭐 가령 어떤 동기는 사회참여에 적극적이라든지
또 어떤 동기는 연구실험 설정에 적극적이라든지
그 외 사교육계에 깊은 발을 담군 동기도 있었고
또 누군가는 예술적인 부분에 관해 관심을 가지기도 했고
여하튼 이전의 초중고 시절과는 달리
다양한 사회적 배경, 개인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사고관을 접할 수 있게 된 순간
제 사고관은 그 순간부터 한층 더 성장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제 목표는 음... 그냥
점수 가능한 한 잘 받아서
좋은 학점과 좋은 성적으로
유리한 경쟁조건을 만들자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서서히
"가치있는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삼반수 생활로 급작스럽게 돌입하게 되면서
그 생각은 점점 심층적으로 변하게 되었고
비록 그 과정에서 혼란은 있었지만
어쨌든 입시에 성공하게 되면서
저는 그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에 대해
좋은 조건을 획득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당장의 점수가
이후의 진로에 바로 연결이 되는 시스템이었다면
(심지어 15년 당시 대학에 다녔을 때 조차도)
예과라는 특정한 조건은
당장의 점수가 좋든 좋지않든
이후의 진로와 별 연결이 되지 않는 시스템이니
쉽게 말하면 점수와 학점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삶을 몇십년 만에 처음으로
저는 맞닥뜨리게 된 것이었죠.
거기에 의대 선배들도
항상 만날 때마다
"수도권에 있을 때 수도권의 공기를 듬뿍 마셔라"
"서울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을 되도록이면 하라"
라는 조언을 하셨으니
제 입장에서는 환경상으로도 동력상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추구할 조건이 마련된 것이었습니다.
......음 솔직히 말하면
지난 1년동안 다양한 경험을 했느냐...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는 그것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모임에서 새로운 만남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들으려 노력하였으며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일을 하고자 노력했던 것이
작년의 제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어찌보면 그 모습의 연장선이고요.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말입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해소하기 힘든
보편적인 심리적 현상이 있다면
'확증편향'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확증편향... 다른 말로 하면 고정관념이죠.
이 확증편향의 존재는 사고관을 특정 형태로
굳게 만들어 유연한 사고가 불가능하게 만들고
다양한 생각을 떠올리지 못 하도록 하는 요소겠죠.
이 확증편향을 깰 수 있는 유일한 요소라면
제 생각으로는 '다양한 경험'인 것 같습니다.
다양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다양한 배경들을 접하는
'다양한 경험'
그 다양한 경험들이 모여서
굳어져 가는 사고관에 대해
충격요법과 같이 자극을 준다면
확증편향에 맞서서 유연한 사고관을
형성하고 유지해가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죠.
어쩌면 다양한 경험을 하라는 말을 사람들이 끊임없이 하는 이유가
이러한 맥락을 통해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저 자신도 지난 1년동안
수많은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사고관이 보다 더 유연해졌고
한층 더 성장한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다양한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오는 행복들은 어쩌면
그 순간 순간 모두를 장식하는
화려한 장식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먼 미래의 나 자신이 과거의 나 자신을 봤을 때
그 과거의 나 자신을 빛내는 요소로 말이죠.
또는 나 자신이 성장해오는 과정에서
그 밑거름이 되어준 토양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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