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Petit Prince [622521] · MS 2015 (수정됨) · 쪽지

2017-04-16 12:12:57
조회수 6,224

친구야, 나는 그렇게 대학생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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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너에게 존경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매 쉬는 시간마다 공부를 하는 너의 모습은 경이로움의 눈길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진심을 다하여 공부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아마 지금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중학교 시절의 관성으로 나는 고등학교에 와서도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아니하였다.

     

너는 아마 나보다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하여 일찍이 공부의 중요성을 깨달았나보다.

     

너와 나는 꽤 나쁘지 않은 사이였지만 너는 공부에 더 집중을 하였고, 나는 그 외에의 것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렇게 점점 멀어지고, 2학년, 3학년 때는 계열도 서로 달라지면서 멀어지게 되었다.

     

다행히 집 가는 방향이 같아 가끔씩 마주치면,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너는 의대에 가고 싶어 했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한결 같다.

     

반면 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진로가 일관되지 않았다

     

진로에 대해서 나 자신에게 신뢰를 갖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는 그게 부럽다.

     

너는 그것을 잘 해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그렇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 생각해보면 내 고3 생활은 후회로 가득 차 있었다.

     

여름방학 때부터 인강에 의존하기 시작했던 것이 문제였다.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고, 무의미하게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은 늘어났다.

     

사실 문제는 그것 외에도 엄청 많아서 여기 쓰기 부끄러울 정도지만...

     

그런데 네가 수많은 인강 사이트 프패를 결제했다는 얘기를 듣고 혹시 나처럼 되지 않을까 잠깐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너는 이미 그것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너에게 공부 조언은 하지 않는다.

     

나보다 잘 해왔고, 나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너와 시시콜콜한 얘기들, 고민들, 그런 것들을 나눈다.

     

나는 후회로 점철된 고3 생활을 해왔고, 조상님의 은덕으로 겨우 인서울 대학을 들어오기는 하였으나

     

지금도 흔들리고 있다. 네가 알고 있는 나의 진로에 한 발 더 다가서기 위해 고민한다.

     

고맙게도 너는 내가 성공할 거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자신에 대해서 그렇게 고민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고 하면서...

     

미안하지만 친구야, 나는 거시적인 것을 바라보다가 눈앞의 것을 놓치고는 훗날에 지난날의 것을 후회하는 그런 사람이다.

     

표류보다 못한 항해를 해온 그런 사람이다.

     

후회만 많은 대학생이 되고 말았다.

     

제대로 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서 과분한 성취를 거저 얻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

     

너는 재수생이 되었지만, 나 같은 길을 걷지 않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 마음이 놓인다. 제발 후회 없는 재수생활을 하자.

     

후회는 과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더러 나를 앞으로 가지 못하게 발목을 잡더라

     

나는 대학에 붙은 뒤로 오르비를 끊었지만, 넌 오르비를 자주 들어온다고 들었다.

     

그래서 이 글이 초록글이 되어 네 눈에 띄기를 바란다.

     

친구야, 6월 모의고사를 치르고 나면, 그 때 만나서 저녁이라도 먹자. 카톡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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