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꿀꿀이☆ [701072]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7-03-17 19:39:07
조회수 1,073

엘리베이터에서 같은 통로에 사는 여자애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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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뻘글이에요.. 반말투 양해부탁..)


독서실에서 되도 않는 공부 한다고 앉아 있다가 너무 잠이 와서 모의고사 일정표 뽑아서 붙혀 놓을거 들고 갈 겸 집에 잠깐 들어온다고 오는 길이였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금요일이여서 그런가 친하진 않지만 우리 엄마와 친한 윗층의 여자애를 우연히 보았다. 예전에 학원 같은 반이여서 얘가 나보고 펜 빌려 달라고 했을때를 제외하고는 초딩때 같은반이였을때 말해본 게 전부였을 정도로 안 친하다.


이 동네에서 엄마 친구분 자녀들이 대부분 이 동네에선 상위권에 그 학부모 사이에서 인맥이 끈끈하다.


방금 만난 그 여자애도 저 사이중 한명이고.


이 동네가 학구열이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지는 동네라 그런지 주위 사람들도 재수에 대한 시점이 좋지 않다. 애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히 그런 인식이 없지 않아 있고..


진작에 내가 고3초부터 정시로 잘 갈수 있다는 허영심에 부풀어서 내신 전부 버리고 학교에서 쌩 마이웨이로 전교에 유명했던 내가, 이렇게 재수를 하고 있으니 나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이 겉으로는 안 드러내셔도 속으로는 꽤 나를 비꼬고 있을거는 당연했다.


이미 주변 지인들로밖에 입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엄마가 나보고 재수하는거 쪽팔리니 어디 나가서 얘기하지 말라고 할 정도면...


엄마의 영향도 컸던가 수능 치고 나서 두달간은 주변 친구들은 내신 대충 맞춰서 그냥 가는데 왜 너만 특별하게 한 해 더한다고 난리치냐 라는 말을 매일같이 들었어야 했다.


뭐 사실 내가 나왔던 모교 친구들과 선생들, 그리고 엄마의 조금 가까운 지인분들은 다 알고 있는거 같다. 그래서 내가 또 이거에 대해서 따로 숨기진 않는다.


며칠전에도 아침 10시에 저희 지역 과기원에 입학한 친구의 어머니를 길에서 보았다. 나는 그때 독서실에 가는 길이였고, 아마 그분은 친구들과 어디 놀러가시는 길이신 것 같았다. 나도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그때 엄청난 자괴감을 느꼈고 눈을 순간적으로 마주치자마자 인사는 커녕 횡단보도도 덜왔는데 마침 보행자신호가 받아서 그냥 빠르게 뛰어 건너 왔다.


사실 내가 재수하는게 뭐 죄를 짓는것도 아니고, 만족감이 안들어서 한 번 더 하는것 뿐인데,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무의식적으로 피하게 된다. 주변사람 영향이겠지만...


오늘도 이렇게 잠깐 몇층 사이를 엘리베이터로 올라오는 짧은 순간이였지만 많은 생각이 스쳤다. 여자애의 인상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고 꾸미기도 엄청 꾸몄었다. 그에 반해 나는 대충 집에 굴러다니는 반팔티에 외감 떨어져 나가는 패딩 하나 걸치고 있었고. 괜히 그 여자애는 날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도 궁금하다. 재수하는건 당연히 알고있을거고...


왜 재수를 한다는걸로, 아니 잘못한것도 없는데 스스로 무의식적으로 알수 없는 자괴감과 패배감이 드는지 잘 모르겠다.


어짜피 이 길은 내가 선택한 것이고, 내가 책임져야될 부분이니 뭐 누굴 탓할수도 없는 부분이긴하다. 이제 벌써 240일정도 남았다. 작년에도 했었는데 올해도 하면 되겠지. 11월 16일, 결전의 날때 성공하면 이런 기분도 전부 좋게 되돌아오지 않을까. 암튼 힘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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