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 신입생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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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발표가 난지 벌써 열흘이 넘었습니다.
벌써 2월도 중순으로 접어들었네요 이제 곧 고2들은 고3이 되고
n수생들은 또 다른 입시를 시작하겠죠, 이젠 입시가 저와 상관없다는 사실이 아직 실감이 나질 않네요.
부족한 제가 수기를 쓰는 이유는 어린 수험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 입니다.
저는 삼수를 했습니다. 고1부터 수험생활을 했다고 친다면 5년을 입시를 위해 쏟아 부은 셈이네요.
자랑이 아니지만 나름 입시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학교 물론 다녀봤고,
재종반도 다녀봤으며, 독재도 해봤습니다. 반수도 했습니다.
설대논술 준비하다 성적 발표 후 학원 때려쳐봤으며(가채점과의 괴리)
경찰대 다 붙어놓고 면접에서 거부당해봤습니다.
돌이켜보면 제 수험생활은 정말이지 형극의 시간이었습니다.
단지 그 기간이 길었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제가 입시에... 대학에 저의 모든 의미를 부여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긴 세월동안 자립하여 존재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전교 몇등으로서의 나, 모의고사 몇프로로서의 나로서만 존재했습니다.
빌보드 몇등으로서의 나였고, 예비 OO대생으로서의 나였습니다.
제 자존감을 유지시켜주는 것은 외부에 있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많은 상위권, 최상위권 학생들 또한 그럴 것입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입시에 쏟으며 노력하다 보니
입시의 결과나 결과를 예측해주는 지표(점수)가 자신의 실존적 조건이 되어버리는거죠.
이렇게 되면 인생이 불행해집니다.
우선 입시에 매몰되어 소중한 것들을 놓치게 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가장 빛나는 시절을 칙칙하게 보내게 됩니다. 훗날 돌아보면 많이 후회가 될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입시 결과 같은 외부적 요소가 자신의 행복을 좌우하게 되면 삶이 불안정해집니다.
저는 수능을 세 번 다 아주 더럽게 망쳤는데 그 때마다 제 자존감은 뿌리부터 적출되었습니다.
자신이 벌레같다고 여겨지고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집니다. 왜 수능 끝난 뒤에 몇명씩 자살하는 학생이 생기는지 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가치가 한순간에 벌레 수준으로 전락되는 겁니다. 내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대학이고 수능 점수니까요.
물론 대학은 개인의 인생에 있어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그래서 다들 입시공부에 매달리는 거지요. 제가 싶은 말은 열심히 하되 극단적으로 입시에 모든 것을 쏟지 말라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마음도 편해질 뿐더러 아이러니컬하게도 입시 결과도 훨씬 나아집니다. 이건 경험상 제가 자신할 수 있습니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연습처럼 실전에 임하려면 연습 때처럼 마음이 편해야 합니다.
반대로 입시에 모든 가치를 갖다 바친 인간은 수능날 벌벌 떨면서 시험을 보게 됩니다.
물론 대범한 사람은 안그럴 수도 있지만 새가슴인 저는 세 번째 수능을 볼 때도 속으로 개다리춤을 췄습니다.
저는 세 번째 수능도 터무니 없이 망쳤지만 운 좋게도 원하는 학교와 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도중에 희망하는 학과가 바뀌긴 했지만 그 희망하는 곳에 합격할 수 있었구요.
이런 걸 보면 입시에서 운도 정말 중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정말 날고 긴다 하는 애들이 재수 삼수해도 터무니 없는 학교 가는 경우 많이 봤습니다. 2GB씨도 삼수를 하셨죠.
이렇게 확신할 수 없는 입시의 세계에서 수능 점수에 자신의 가치를 내맡기는 것은 정말 위험한 짓입니다. 수능 점수로 다른 사람의 가치를 매기는 행위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겠죠.
이건 입시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는 것이니까요.
자신의 실존적 조건을 외부에서 구하는 자는 반드시 위태롭게 된다. - 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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