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망친 고3 학생들에게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130233
이번 수능 좀 어려웠지요?
생각보다 점수가 나오지 않아 실망하고 좌절하고 있을 많은 후배들에게 그냥 짧은글 생각나는대로
몇자 적어볼까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수능을 본건 96년도 이맘쯤이었습니다. 그 어렵다는 불수능 97 수학능력시험..
시험장에서 언어 푸는데 마지막 지문만 20분정도 읽고 또 읽었는데 4문제 중에서 2문제 맞추고...
그나마 가장 자신있어하던 수학에서 6~7문제를 손도 못대보고 찍고...
외국어는 또 왜 이렇게 어려운지... 수능 치고 학교 정문 나서는데 자꾸 눈물이 나올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정말 잠시였어요. 슬픔은... 그냥 수능이 끝나서, 그 지겹던 수능이 어떻게든 끝나서
마냥 좋았지요. 다음날 수능 채점해보고 고3 기간 동안 10번도 넘게 봤던 모의고사 최하점보다
더 낮은 점수가 나온걸 보고 순간 멍했지만 어떻게 되겠지란 생각에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냈지요.
한달여라는 시간이 지나 수능점수가 나오고 (가채점과 0.5점도 다르지 않게 정확하게 나오더군요^^)
점수에 맞춰 대학을 쓰고 전라북도 촌놈이 서울이라는 낯선 곳에 오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학점 관리는 하지 않고 그냥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요. 그리고 대학 2학년을 마칠쯤
군대에 갔고 30개월 군복무 잘하고 다시 복학할 생각으로 아르바이트를 했었지요...
그때 제 나이 24살... 작은 보습학원에서 학원강사를 했습니다. 수학을 가르쳤지요.
수학 공부해본지 너무 오래되서 퇴근하면 정석 풀고... 다시 학원가서 가르치고.. 가르치면서 배우고...
그때 잊고 있었던 고등학교 시절 제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를 보내고
아무생각없이 원하지도 않은 대학에 가서 그냥 별 생각없이 지냈던 시간들을...
그때서야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학원에서 대충대충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니
그전에 몰랐던 제 모습이 떠 올랐습니다. 고2때 공부가 뭔지, 인생이 뭔지 방황했던 시절...
고3때 다시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생각처럼 공부가 잘 되지 않아 대충 보냈던 하루하루...
당연한 결과로 받은 초라한 수능점수...
사실 수능을 망친게 아니라 그냥 그 점수가 제 실력만큼 나온 점수였습니다.
거의 5년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내서야 깨달았습니다.
수능을 망쳤다는 생각으로 5년이라는 시간을 대충 보냈구나. 꿈도 목표도 없이 보낸 5년...
그 시작은 바로 수능을 망쳤다고 생각한 그 시간 이후였습니다.
대충 대학들어가고 대충 학점관리하고 어떻게 되겠지란 생각을 가진게...
바로 97수능 이후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제가 받은 수능점수는 제 인생에 별개 아닌 것이었습니다.
그 점수가 내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점수에 맞춰 내가 원하지는 않았지만 대학에 들어가서
정말 열심히 했더라면...수능이라는 시험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험이 아니라는 것을
좀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그렇게 쉽게 제 소중한 인생을 대충 보내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수능을 망쳤다고 생각하고 있는 고3 여러분...
생각보다 시험을 못 봤을 수도 있고 아니면 시험의 난이도로 인해 전체적으로
수능점수가 떨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수능을 망쳤다는 생각으로 대충 대충 하루하루를 보내지
마시라는 겁니다.
여러분 원래 꿈이 있고 목표가 있지 않았었나요?
그 꿈이 수능이라는 시험으로 끝날리 없습니다.
설사 원하는 대학에 못가면 어떻습니까...
결코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인생을 사시길 바랍니다. 다른 공신 분들의 말처럼 여행도 다니시고
아르바이트도 하시고 이성교제도 하시구요^^
설사 수능을 망했을 망정 여러분의 아직 피지 못한 찬란한 인생이 망가지면 너무 아깝잖아요^^
전 고2때까지 의사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고2때 모의고사 점수가 많이 떨어져
아주 쉽게 꿈을 포기했었지요. 그리고 점수에 맞춰 대학에 들어가고 대충 대충 5년 보낸 후
깨달았습니다. 다시 내 꿈을 이루자..
25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도서관 다니며 수능 공부하는 내 모습에 초라함을 느끼며..
떨어지면 어떻하지라는 불안감에 잠을 설치며 정말 잘 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구심을 매일 가지며...
힘겹게 2003년도에 수능을 다시 보게 되었지요..
지금 33살이라는 나이에 병원에서 힘들지만 나름 즐겁게 인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가끔 내 버려진 5~6년을 후회하면서... 그때 좀 더 치열했다면...이란 생각도 해보구요.
저와 마찬가지로 원하지 않던 대학에 들어간 제 친구가 있습니다. 서울대를 원했지만
지방대 수학교육을 들어갔지요. 원래 꿈이 학교 선생님인데 서울대 나온 선생님은 되지 못 했지만
지금 훌륭한 수학선생님이 되어있습니다.
여러분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수능 망했다는 생각에 여러분의 꿈을 잃진 마세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행복해 ㅎㅎ
-
세지 드랍하고 0
생명런은 너무 객기임? 대학가려면 사탐 그냥 해야하나 ㅠ
-
안녕하세요 12
-
낙지 개자식 0
-
3시간 전에 전화 기다린다고 연락 왔었는데...... 왜아무얘기가없니ㅠㅠ
-
뭐 떨어진 마당에 말 하는건데, 처음에 골라주신데로는 최초합이고 막판에 바꾼데는...
-
군의관으로 가고싶네
-
후다닥 미용실가고 옷사기
-
유익추인가 아니면 동의하는 의미인가
-
추가모집하려고 합격한 학교 버리는건 절대 안되는 짓인가요? 3
소신지원한 곳은 추합 뒤지게 안돌아서 예비 한자리수로 떨어지고 안정으로 넣은 인하대...
-
3모 내기하실분 21
현역만 가능
-
학부아닌 석사는 세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뭐 물론 교수하고싶어서 석사 박사 취득하는...
-
고연대는 왜 안그러지
-
계좌이체해야하는데
-
건대vs경북대 16
건국대는 공과대학 자유전공 추합으로 합격했고 경북대는 전자공학부 1학기...
-
그리고 난 한달용돈 12만원이고 모은돈이없다 원래였음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을 드려서...
-
추가모집 찐막이 있으니 혹시 원서 잘못 쓰신분들은 잘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작년...
-
원과목이라 투투,사탐한테 설대식 따일 가능성이 매우큼
-
6평대결모집함 9
내 약력 > 국어 2등급 받은적 있음 > 고1때 수학 3등급 받은적 있음 > 영어...
-
경희대 전화추합 했는데 합격자 조회 어디서 할 수 있나요?
-
예비 1번떨 9
근데이제 삼수 수능좆망과 스나성공과 빵꾸는 빵꾼데 코앞에서 끊김과 그 안에 내...
-
미적은 학원에서 할꺼라 괜찮은데 수1 수열이 좀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
7년 뒤 소행성 충돌 3%대로 상승…‘지구 방어’ 시나리오는? 2
2032년 지구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 소행성 ‘2024 YR4’의 충돌 확률이...
-
ㅋㅋㅋ
-
국어는 한다고 0
점수 오르고 안한다고 떨어지는게 아니란 걸 알앗어 강평 유기하고 언매랑 수학만 달린다
-
센츄 에피 X Only 현역
-
있으면 알려주세요ㅠㅠ 서울대는 있던데 연고대는 없길래요… 누백말고 점수로 나와있는 정리글 있나요?
-
헤헤
-
개노베였어도 올해까지 3년 박으면 정규 교육과정만큼의 시간을 쓴 거잖아 올해도 안...
-
순대쓰닥닥 3
고 사학
-
그래도 사과는 했으니까 봐주겠지?
-
추가모집 라인 4
국 수 영 생 지 89 87 2 90 88 건동홍 3떨했는데 인서울~인경기에서...
-
하나가 무조건 될줄알고 나머지 하나를 안했다가 첫번째도 안되서 망했음...
-
합격 투표 0
.
-
현강을 다닐 수 없는
-
국어 노베이스 (문학 개념어 인강은 들엇어요 근데 수능국어 자체를 공부해본적이...
-
돈을 쓰레기통에 버렸어요
-
입학처 홈페이지 마감이던데
-
6평 대결 모집합니다 19
오르비 평균 미만 저능부엉이와 6평 설대식 대결 밸런스 맞추기 위해 조건은 1....
-
내가 해봄 이왜진
-
에타 가입 0
에타 가입 어떻게 하나요? 합격증 인증은 안 된다고 뜨고 학생증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ㅜㅜ
-
[Agent K] 피오르 2025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선 조사 3
https://forms.gle/S3XbcEZpmS6B8ePz5 입결표 작성에 큰...
-
현역 때 생지 해서 96 70 받았고(지구 그래도 3등급 이상은 떴는데 두 개 정도...
-
진짜 에반데.. ㅔㅔ
-
이걸 잘려?????
-
냥 최초합 서강 마지막날 전화추합 중앙대 2차추합 군외 유니는 아쉽탈…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전 한의사가 꿈입니다
정말 너무너무 아쉬워서.....
인생에 미련이 남을까봐 포기를 못하겠습니다
이 글보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위안 되는 글이네요. 어제도 울며 밤을 지새웠는데, 감사하네요.
ㅠㅠ 아... 감사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