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라 [721404]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7-02-04 01: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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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재수를 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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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 자존심이 제일 컸던 것 같다. 수능이 끝나고 수시 합격 시즌이 되니 정말 수많은 친구들이 놀라운 결과를 냈다. 나보다 항상 성적이 낮았던 애들이 최저만 딱 맞춰서 가거나, 다른 곳 다 떨어지고 가장 높은 대학 한 곳만 붙는 등...페북을 내려도 내려도 합격글들이 쏟아졌고, 나는 어느새 일렁이는 자괴감을 한껏 느끼며 되도 않은 나만의 잣대로 상대방과 나를 비교하고, 나를 한없이 깎아내리고 있었다.

 정시 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내 감정의 어항 속 먹이사슬의 최상단엔 자괴감이 굳건히 자리잡고 있었다. 그 즈음 인간관계에서 억울한 일까지 당하며 감정기복도 심했고, 정신병 수준의 스트레스를 겪었다. 어쩌면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재수란 길을 택해 철을 제련하듯 멘탈이 한결 단단해진 것 같기도 하다.

 그 외에도 당시 재수를 택한 이유는 많다. 나의 앞으로의 삶에 학벌이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겠다, 더 좋은 대학에서 더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다, 우수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다 등등...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당시엔 그저 자존심때문에 재수한다는 말을 하기 싫어서 내뱉곤 했던 변명거리들이었던것 같다. 주변에 자발적으로 +1수를 한 친구들도 대부분 그들의 자존심이 그들의 손목을 n수의 길로 끌어당겼던 것 같다.

 다만 자존심이란 극히 감정적인 부분이 나를 +1수라는 거친 샛길로 돌아가게 했지만, 샛길로 가면서도 끊임없이 나침반과 지도로 나의 목적지를 살폈고, 샛길을 택한 이유를 곱씹으며 한걸음 한걸음 정진했더니 결국 자존심은 나에게 커다란 선물을 안겨주었다. 때론 자존심은 커다란 동기부여제인것 같다. 실제로 재수하면서 공부하기 싫을땐 작년 입결표, 작년의 불합격 화면을 보며 긴장감을 되찾곤 했을만큼ㅋㅋ

 그러니 자존심때문에 재수,+1수 하시는 분들, 자존심 상한 만큼, 딱 그만큼 열심히하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자존심은 강한 촉매제 역할을 해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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