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트로쯔 [707979] · MS 2016 · 쪽지

2017-02-02 02: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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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썰.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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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봄이었을거에요! 저는 그때 어떻게 시작하게 됬는지는 모르겠지만 1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랑 카톡을 하며 연락하고 있었어요


저는 사실 그 친구를 1학년때 부터 그 아이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조그마한 키로 볼살을 이따만큼 달고 자기 몸만한 연두색 가방을 매고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던 애를 좋아하지 않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어요ㅠ


하지만 좋아하는 걸 티내는 건 지는 거라고 생각했던 쪼다였기 때문에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고 흔히 여사친들이랑 대화하는 식으로 농담따먹기나 하며 연락을 이어갔었죠ㅎ

그것조차 설렜던 저였지만 봄기운 때문이라며 애써 스스로를 위안했죠


그렇게 연락하던 중에 벚꽃이피고 1학기 중간고사기간이 되었어요

저희 학교애들은 시험기간이면 학교 근처에 있는 1일권에 500원하는 구립독서실에 모여서 공부를 가장한 노가리를 까곤 했었었요


3학년이 될 때까지 독서실을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저였지만 친구놈을 따라 우연히 독서실을 간 날 카운터에서 여자열람실에서 나온 그 애를 봤어요


쓰지않던 안경을 쓰고 반묶음을 하고는 " 어? 너도 이 독서실 다녀? 잘됐다 이따가 모르는 문제좀 알려줘~ " 라고 말하는 그 애를 보고는 전 그 자리에서 독서실 1달치를 끊고

그날 이후로 매일 학교가 끝난 후 집에 들려 옷만 갈아입고는 카톡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저는 싫어하지만 그 애가 좋아하는 바나나우유를 꼭 두개씩 편의점에서 사들고 독서실을 갔습니다


엄마는 공부 열심히 한다며 뿌듯해 하셨지만 제 목적은 당연 공부가 아니었죠ㅎㅎ


그 애를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여자열람실 앞을 기웃기웃거리고 

바나나 우유 마시자는 핑계를 대며 그 애를 독서실 옥상으로 불러내어 저녁 풀냄새를 맡으며 수다 떨고 간식먹고 노래듣고

그 애가 공부하다가 한 번씩 가는 학교 운동장에서 우연히 마주치려고 프라이머리의 입장정리를 들으면서 혼자 운동장을 10바퀴씩 돌고는 했어요


그 애가 바나나우유에 ' 매일 고마워! 여자친구 빼고 다 가진 00아~ㅎ ' 라고 쓴 포스트잇을 붙여 제 자리에 가져다놓은 날은 그 날 풀었던 문제도, 집 가면서 봤던 노을, 들었던 노래도 기억이나네요


중3 1학기 중간고사 기간은 제 인생에서 제일 짧고 행복했던 시험기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중간고사가 끝나고 계절이 바뀌고 또 한번의 시험을 치루고 방학이 되어서야 저는 그 애에게 "좋아해"라고 말하고 3일을 잠수를 타는 희대의 병신같은 고백을 하고서 기적처럼 그 애와 사귀게 되었어요


누구보다 순수하고 서로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연애를 하며

그 애와 두번의 봄을 함께 보내고 고2 가을에 헤어졌습니다


요즘도 가끔 그 때 생각을 해보면 저는 누구보다도 바보같고 찌질한 병신이었고 그 애는 누구보다도 착하고 이쁜아이었네요!


이 글을 쓴 이유는 이렇게 순수한 연애를 다시 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에 조금이라도 추억을 곱씹어 보려고 여전히 찌질하게 오르비에 써보네요


대학가서 연애나 제대로 할 수 있으련지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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