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단편- 허교수와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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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교수는 언제나 복도를 다닐때도 고개를 든적이 없다
오늘도 어김없이 자료에 코를 박고 학생들의 인사따윈 건성으로 받아넘긴채
무언가에 몰두하며 걸어간다
낡은 면바지에 며칠동안 같은 셔츠의 옷차림새며 사무적인 강의방식이며 어제와 다르지않다
굳이 차이를 짚자면 전날과는 다른 심기에 있었다
오후부터 흐려오던 하늘은 굵은 빗줄기를 쏟아내기시작했고
중간고사가 끝난후 쌓여있는 시험지채점을 마감해야되는 허교수의 조급함에 날이 서기시작했다
그런 허교수의 작은변화를 눈치채지못한 학생들은 눅눅한 습기를 뚫고 날카롭게 떠들고 있었다
허교수는 불쾌함에 사뭇 무표정으로 응시하며 학생들이 눈치채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태도에 비웃기라도 하듯 째지는 목청의 세력은 빗소리마저 누르고있었다
"이봐 조용 이봐!" 그제서야 목청의 세력도 잦아들고 정적이 물들기 시작했다
"얼굴붉힐일있으면 서로 기분안좋지않나" 빗소리가 뚜렷히 귀를 적시고 있었다
"일반화학 219페이지, 프린트 쳅터7부터 시작하겠네"
허교수의 수업을 집중해서 이해하며 듣는 학생은 소수에 불과했다
몇몇은 허공에 시선을 둔채 육신을 내버리고 다른 세상을 향유하는 이도 있고
몇몇은 엎드려 잠을 청하는 이도 있고 몇몇은 시덥잖은 잡담으로 시간을 떼우기일수였다
나또한 허교수의 수업은 갓마른 솜이불속 나른함만큼이나 잠을 유도하지만
그가 칠판에서 고개를 돌릴때의 시선이 마침 내가 앉은 자리에 꽂힐때가 빈번하여
도무지 졸기엔 미안함으로 듣는 척할 수밖에 없게되었다
그렇게 졸음에 활자가 뛰놀며 춤추는것을 흐릿하게 응시하며
금방이라도 시야의 스위치가 꺼져버릴 것같은 찰나
복학생 최군이 깃털같은 흰물체를 던져준다 흡사 알약이든 약봉지같기도 했고
고이접은 학이 날개짓을 하는것 같기도하다
최군을 무엇을 보내온 것일까 설마 수업의 지루함을 잊게하려는 환각제일까
아니면 졸던 내모습을 눈치채 따끔한 잔소리를 던진것일까
차츰 시야가 뚜렷해지려는 순간 허교수의 손에서 날개가 삐져나온 학을 보았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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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