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성장 [265927] · MS 2008 (수정됨) · 쪽지

2017-01-11 02:52:32
조회수 3,141

성과연봉제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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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 글을 보니 성과연봉제 글이 있기에...


내가 경영지원부서에 있다보니 경영자 마인드를 갖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는 사실 정년연장을 위한 단계이다. 서구의 경우에 우리보다 오히려 회사에서 은퇴기간이 늦은데 성과연봉제 등이 정착되어 있어서 연차가 되면 자동적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에 비해 장기경력자의 퇴사압박이 덜하다(본인 스스로건 회사 입장이건)


성과연봉제라면 좋은 실적을 보인 직원에게는 연봉(성과급)을 많이 주고 저조한 실적의 직원에게는 연봉을 덜 주고 그런 것인데, 공기업의 경우에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지만 그보다 앞서 성과연봉제 도입에는 법적인 제약이 있음에도 정부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는 점이 있다.


회사에 들어가면 나의 임금을 결정하는 문서는 연봉계약서, 회사 사규, 노조가 있다면 노조와 회사간에 맺은 임금합의서 등이 있다. 이때 연봉계약서는 직원 개인이 사장과 1:1로 결정하는 것이고 사규는 기본적으로 사장이 결정한다.


다만 사규 중에서도 직원의 임금 등과 관계되는 것은 사장이 일방적으로 바꿀 수는 없고 직원들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경우에 따라서는 직원들이 동의해야 변경 가능) 예를 들어 어떤 회사는 직원들에게 교통비로 매월 20만원을 지급한다고 사규로 정할 수 있다. 사규라서 사장이 정하지만 사실상 연봉계약서에 들어갈 내용이다. 그러면 연봉계약서를 정할 때 사규내용과 무관할 수가 없다.


"생활비 올라가서 기본급 올려달라고? 걱정마. 내가 내년에 교통비를 2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사규에 바꿔놨어. 그러니까 기본급은 그냥 동결하자구" 이러면 고개를 끄덕끄덕할 거다. 어차피 통장에 찍히는 거로 따지면 해피한 상황이다. 그런데 연봉계약서에 도장 찍고 나니 사규는 사장이 정하는 거니까라면서 사규를 바꿔서 교통비를 도로 20만원으로 원상복귀시켜버린다면? 황당무계할 거다.


그래서 사규를 불리하게 바꿀 때에는 직원들이 동의를 해줘야 된다. 사규를 정하는 것은 사장의 권리지만 저런 특수한 상황에서는 직원들이 동의해줘야 가능하다. 유리하게 바꿀 때에는 직원들의 합의는 필요없다. 교통비를 60만원으로 더 올리겠다. 직원들 합의 필요없이 사장이 결정하면 된다.


문제는 성과연봉제는 사규에 정해져 있는데 일부 직원(실적이 좋은 직원)에게는 유리하지만 일부 직원에게는 불리하다는 거다. 법원에서는 명백한 입장이다. 직원 중에 몇명이라도 불리해진다면 전체 직원들 과반수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니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면 직원들의 합의가 필요한데 정부에서는 이상야릇한 논리로 직원들의 합의가 필요없고 사장이 정하면 된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온갖 티격태격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데... 박근혜 정부의 주력과제라서 밀어붙이고는 있는데 아마 정권 바뀌면 취소될 과제이다. 법상으로 말이 안되니까... 박근혜 정부가 싸놓은 똥 중의 하나이다.


물론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 등은 필요한 것은 분명하고 그 대세를 피할 수는 없을 거다. 언제 도입되느냐의 문제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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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병우 · 610645 · 17/01/11 02:54 · MS 2015

    마지막 두 문단이 핵심이군요

  • 빠나나나 · 654820 · 17/01/11 02:59 · MS 2016

    사실 취지는 좋은데 너무 이상적인 얘기라 제대로 시행되리라는 기대는 안하네요... 모든 회사에서 성과가 그렇게 칼같이 측정 가능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대부분 회사의 경영자 마인드가 문제 아닐까요. 정년, 연봉은 고사하고 당장 성과급, 설 선물 비용, 복지 비용 등도 어떻게든 줄이려고 발버둥을 치던데 그런 사람들이 과연 이 제도를 잘 이용할지는 미지수입니다.

  • To_mato · 433978 · 17/01/11 03:47 · MS 2012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정욱 대박수느 · 706409 · 17/01/11 10:08 · MS 2016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지구과학센세 · 694155 · 17/01/11 11:01 · MS 2016

    이 글과 비슷한 소재를 국어지문에서 본것 같...

  • Limelightee · 284608 · 17/01/11 13:52 · MS 2009

    이게 요즘 로스쿨 면접에서 그렇게 핫한 주제라고..

  • 담담하게 · 566668 · 17/01/11 17:00 · MS 2015

    성과연봉제가 이상적이긴 한데,
    산업화과정에서 구축된 우리나라 기업들의 연공서열식 급여체계와, 서열식문화가 고착화된 상태에서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려면 상당한 과도기와 이해당사자들간의 치열한 이해상충 해소가 필요할텐데 이를 어떻게 조정하여 시행할지 모르겠네요.
    덧붙여,
    신뢰받지 못하는 경영자나 관리자에 대한신뢰회복과, 성과에 대한 공정한 정량화 등이 전제되지 않으면 성과연봉제 도입은 요원해 보입니다.
    모든건 어찌보면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