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폭파각 [569111] · MS 2015 (수정됨) · 쪽지

2017-01-01 13: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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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수능보면서 봤던 진상들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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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6수능 손목시계 훔쳐간 개X발놈


1교시 시작 15분전에 화장실 급땡겨서 손목시계 책상에 풀고 화장실 다녀왔다.

사실 화장실에서 낌새가 이상한걸 눈치채긴 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볼일 다보고 교실에 왔는데

책상위가 상당히 허전했다.


"뭐야 쓰벌" 


순간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시계가 없었다. 분명 책상위에 있어야할... 전날 UTC까지 체킹해가면서 1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았던 손목시계가 없어졌다.


국어 시작 10분전... 이미 재수를 결심한 나였지만 이런 전개는 생각도 못했다.

모두가 숨죽이는 국어시작 직전에 나 혼자 일어서서 멍하니 책상만 바라봤다.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정수리부터 고간까지 내린다.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X됐다.. 이건 X된거다..."


그때부터 이미 정신은 안드로메다로 나가버렸다. 재수를 결심한 나였지만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그와중에 내 3칸앞 짧은머리 남자놈이 나를 흘깃흘깃 쳐다봤다. 순간 마음이 덜컹했다. 나를 견제하던 저 눈빛. 저새끼가 훔쳐갔을거 같은 심증이 강하게 들었다.


일단 급한 마음에 정적이 흐르는 수험실을 나왔다. 복도에 있던 감독관이 깜짝놀라 나를 불렀다.

"시험 시작 10분전입니다. 착석하세요."

"저기요.. (울먹) 그 뭐야.. 제 시계가 없어졌는데요. 교실 시계 앞에다가 안주나요?"


그러자 감독관 낮빛이 흙색으로 변했다. 왠지 감독관이 더 X된 표정을 짓고있었다.

"수험생 일단 진정하세요. 진정하시고... 아무일 없을겁니다."


감독관이 시계를 보며 허둥지둥 하는 사이에 나느 창문으로 수험장 애들을 처다보았다.

수험생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앞만 보고 있었다. 정말 야속했다. 

'저새끼들 누가 훔쳐가는지 다 봤으면서 모두가 침묵한다.' 

경쟁주의 야박한 세상을 진심으로 원망하던 순간이었다.


감독관이 다시 와서 나에게 말했다. 

"일단 시계는 없이 보셔야 할 것 같아요."

내가 물었다.

"감독관님 시계 빌려주시면 안될까요? 정말...."


"규정상 안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때 감독관의 표정은 정말...내가 다 미안했다. 

살면서 그런 연민의 표정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었다.


그렇게 난 다시 자리에 앉았고, 1교시를 아주 상쾌하게 말아먹을수 있었다. 풀이와 OMR마킹을 동시에 하는 기적을 선보이다가 비문학 다풀고나니 종이쳐버렸다. 그 후 과탐까지 모든 과목을 그렇게 풀었고, 나는 지체없이 강대별관 선행반에 등록했다. 


16학년도 수능 경기 수원 수성고에서 시험봤던 내 시계 훔쳤간 새끼야 잘사니??

안타깝게도 재수 결심한 내 시계를 훔쳐갔기 때문에 경쟁자를 제거하려던 니 목표는 실패하고 말았단다 ^^ 덕분에 17수능 볼때 시계 3개나 가져갔고 아무일 없이 수능 잘봤다. 경각심 일깨워 준거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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