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직하게 [652474] · MS 2016 · 쪽지

2016-12-17 21: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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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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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심을 하기까지

우왕좌왕 갈팡질팡 왔다갔다 정말 힘들더라구요.


고등학교 3년동안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친구들에게 공부 잘 하는 아이로 인식되어왔고

부모님은 물론 고3 담임선생님께서도 

저에게 기대를 많이 하셨습니다.


6평이 나쁘지 않게 나오고 

육군사관학교 학교장 추천도 받으면서

저는 붕 떠버릴 대로 떠버렸던 것 같습니다.

9평에서 조금 불안한 점수가 나왔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충분히 다시 올릴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솔직해질게요.

놀았습니다. 많이 놀았습니다.

긴장을 푼다고 영화관에 갔습니다.

머리 좀 식힌다고 노래방에 갔습니다.

지웠던 페북도 다시 깔았습니다.

밤에 친구들도 만났습니다.


수능 당일

컨디션? 최상이었습니다.

시험장? 따듯하고 조용했습니다.

가채점을 하고 멍하니 벽을 바라보면서

핑계거리를 찾아봤습니다.

아무리 아무리 찾아봐도 

돌아오는건 자책감뿐이었습니다.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 되고

고등학교 3년동안 받은 성적표 중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혹시 부끄럽게 아이들 앞에서

울음이 터지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무덤덤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부모님과 얘기를 한 후에

성적에 맞게 대학을 진학하기로 결정내렸습니다.

다시하기가 너무 싫었습니다. 

진저리 나도록 싫었습니다.


며칠 몇 주를 잉여롭게 보내고

감정에 파묻혀있던 이성이 

조금씩 돌아왔습니다.

그 순간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에

제가 가졌던 목표,꿈,다짐 들이 떠올랐습니다.

어느샌가 잊고 살았던 그것들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부모님께 울면서 말씀 드렸습니다.

못난 아들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믿어달라고.


그래도 결정을 하고나니 마음은 후련하네요.

필요한 과목의 단과학원을 다니면서

독학재수학원에 등록할 예정입니다.

혹시 재수 혹은 N수를 할지말지 고민되시는 분들이 있다면

자기가 가졌었던 목표,꿈,다짐 들을 떠올려보시면 어떨까합니다.

저는 그게 결정적이었던 것 같네요.


쓰다보니 생각보다 길어졌네요.

다 안 읽으셔도 되고 댓글 안 달아주셔도 됩니다.

그냥 어디에다 제 생각을 좀 풀어놓고 싶었습니다.

또 나중에 대학생이 되었을 때 

내가 수험생 때 이런 일도 있었지 하면서

추억할 수 있게 쓴 글이기도 하구요.ㅎㅎ


P.S. 다 읽으신 분이 있다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원하는 대학에 진학한다면 재수후기도 올릴게요! (아무도 원하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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