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1을 가꾸는 화2타짜 [704895] · MS 2016 · 쪽지

2016-12-12 03: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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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똥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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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감성에 젖어 옛 추억을 찾으러 메이플에 접속하여 피아누스 잡으러 가 보았다. 그러나 나와 같은 사람이 서버에 한 명 더 있는지 도는 곳마다 이미 잡혀있었고, 기어코 섭첸을 하다가 아란분 한 명을 보았다. 

 

 그도 나와 같은 심정으로 옛 추억에 젖어 피아누스를 잡는 것일까? 아니면 메이플 내 돈벌이 수단으로써 매일매일 이  시간대에 와서 기계적으로 잡는 것 뿐일까?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전자였으면 좋겠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더 있다면 내 마음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함과 같은 그 무언가가 채워질 것만 같은 느낌이 순간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공허함은 무엇인가? 단순한 외로움? 소속감의 부재?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 무렵, 특이한 브금과 함께 피아누스가 소환되었고, 어렵지 않게 잡았다. 내가 그토록 기다린, 메이플스토리 한 때 악명높았던 보스 피아누스는 전리품을 한 개 남기고 수 초만에 초라하게 사라졌다. 결국 내가 이 꼭두새벽에 메이플을 켜서 얻은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모니터 속 피아누스가 남기고 간 전리품의 눈동자는 공허하다. 심지어 동공조차 없는 그 눈동자는 건어물집의 말라 비틀어진 북어의 그것과도 흡사하다. 침대 위에서 무의미한 글을 싸지르는 나의 그것과도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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