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이슬 [690274] · MS 2016 · 쪽지

2016-09-28 04:57:55
조회수 209

2016년 9월 28일 오전 4시 44분에 저장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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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https://youtu.be/B8HZXVFmS34


마음먹기를 반복한지 어연 89번째. 

그러나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나태와 잦은 밤샘으로 인해 떨어져 가는 체력과 무너진 생활습관, 

그리고 약간의 외로움과 고독함 어쩌면 약간의 그리움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수많은 순간들에 사로잡혀 마치 두꺼운 유리창을 통과하지 못하는 대공원의 동물들처럼. 

어쩌면 화분에 심어져 스스로의 힘으로는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선인장처럼. 

그렇게 제자리를 맴돌고 과거의 실패에 얽매여 자기연민에 빠져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기를 포기하고 

고통받는것이 두려워서 도전하기를 그만두고 또다시 나태한 생활로 되돌아오고.

내친구도 말했었지 넌 절실함이 없어 성공할수없다고. 그말이 옳았다. 이제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때 난 보란듯이 성공하기로 결심했지만 식어버린 열정과 어쩌면 분노 혹은 반항심이었던 그 감정과 

세상물정을 몰랐던 어리석은 과거의 난 이제 이곳에 없다.


도망치기를 반복한지 어연 89일째.

그러나 너무 멀리 도망쳐와버린 나는 이제 돌아가는 길을 잊었고

돌아가는 길을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핑계삼아 계속해서 정처없이 도망쳐다닐뿐.

통제하기를 그만둘때 어느정도 직감했었지. 난 혼자서는 어려울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나는 무너졌고 역시 무너진 자리를 깔고 앉아 반성하기보다는 좌절하기를, 그리고 스스로를 원망하며 자조하기를

좌절한 채 그저 흘러가는 세상을 망연히 바라보며 거짓과 가식으로 점철된 나날을 보내기를.

어쩌면 지금까지 내 삶은 이런 식이었지 않았던가. 지금까지의 나는, 그리고 지금의 나는. 아마도 앞으로의 나까지도.

그러나 또다시 나는 희망을 가진다. 기회는 언제든 있다고. 그러나 기회는 언제나 오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잘 안다.

나에게는 없는 그런 의지와 인내를 가진 사람을 하냥 부러워 하지만 그들을 닮으려하지 않는 모순덩어리라는것도

잘못된것을 분명히 인지하면서 곧바로 시정하지 않는 지금 나의 태도가 얼마나 미련하며 장래에 후회할 일이라는 것도.


북적대는 세상을 떠난지 어연 290여일째.

그러나 나는 어느새 세상으로 돌아와 이미 세상의 일부가 되어있었고

그렇게 또다시 수많은 실수와 과오를 반복하며 하루를 보낸다.


어쩌면 나는 달라지기에 글러먹은 사람이 아닐까. 달라지는 사람들에겐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걸까. 아니면

그저 나태함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의 문제일까. 그렇다면 그 의지의 원천은, 지속시키는 방법은 무엇인가.

외부적으로 방법을 찾는것 자체가 모순인것인가. 그러나 실제로 이런 실수를 반복하는사람이 적지 않다는것을 나는 안다.

그렇기에 아직까지도 내가 이 과오를 합리화하며, 타인의 실패를 위시하여, 나만이 그런것은 아니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여태까지 도망쳐올 수 있었기에 나는 너를 더이상 믿을 수 없을 것 같다. 

아무래도 너는 나를 수없이 많이 배신했기 때문에. 너를 믿은 나를 저버렸기에. 이제 나는

너를 더이상 믿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제는 기대도 하고싶지 않다. 수없이 많은 실망만을 안겨주었기에.

너는 나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그리고 이 죄는 아무래도 용서하기가 어렵다. 적어도 지금의 너에게는, 그렇다.



그렇게 도망할 곳을 겨우 찾은 내게 주어진 안식은 오직 이 세상의 문물을 몰래 접하며 은밀히 세상과 교류하는 것뿐. 그러나 그것으로써 너의 존재를 긍정할 수 없다. 네가 선택한 길과는, 애오라지 반대방향이기에. 그렇다고 너의 존재가 부정되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가짜든 진짜든, 애매한 위치에 애매함으로써 존재하기에. 존재하지도, 존재하지 않지도 않은 홀로그램 영상처럼 그렇게 흐르는 세상에 잔류하는...


근시안적인 행복을 찾아 오늘까지 왔다. 장래의 불투명한 행복을 뒤로 한 채.

그러나 내 손아귀에 들어온 행복은 시커먼 허영이었다. 거친 발길에 채인 모래성처 부서져 내렸고, 그 흔적이 나를 더 처량하게 한다.

가끔은 땅 아래 현란한 불빛을 찾으며 현실을 잊으려 했지만. 잠시뿐. 곧 현실로 돌아오며 발생하는 그 괴리감에 또다시 허망함을 느끼고

조금씩 사라져가는 자아를. 실오라기 같은 빛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썼지만. 말과 행동은 반대였고. 생각과 말 또한 반대였다.

다른사람들이 아는 너의 모습은 이 세상에 없어. 네가 주변사람들에게 말로써 창조한 가상의 인물이니까. 모두 가짜로, 짜맞춘 인물이니까.

그러나 너의 진짜 모습 또한 이 세상에 없다. 너의 진짜 모습은 아무도 알고 있지 않기에. 너는 너의 모습이 탄로나는 일이 두려워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을 꺼리고 혹자를 속이고 도망하여 다니기를 수없이 반복해 왔기에. 아무도 너를 알지 못한다. 하여 너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가장 무거운 것은 아마도 시곗바늘이 아닐까. 일확천금을 가진 자도 시곗바늘을 되돌릴 중장비는 가질 수 없을테니.

가장 가벼운 것은 아마도 너의 혀가 아닐까. 말과 행동이 달라 그 행동의 무게에 결코 상응하지 못하는 너의 혀는 가벼울테니.


그러한 혼란 가운데 그리운 사람이 있다. 그러나 당당할 수 없다. 약속을 어겼으니까. 나는 그에게도, 죄를 지었다.

거사가 끝나고 다시 만났을 때, 반갑게 웃으며 인사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나는 그렇지 못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시 이 그리움은 그에게서 기인한 것이리라...

온갖 감정이 뒤섞여 다소 착각한 것이라며 부정할 수도 있지만,

비겁하고 염치없게도 나는 이것조차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이제 내게 남아 있는 것은.

형체와 크기를 짐작할 수 없는 허망함과, 약간의 시간뿐.

나는 또다시 결심하고, 선택하고, 절망하고, 그 결심과 선택과 절망을 딛고 또다시 결심을 하고...

종래에는 책임을 지게 될테니.


임계 속도에 도달한 날.

너에게서 나에게.

나에게서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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