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존재하는한 [551104] · MS 2015 (수정됨) · 쪽지

2017-01-13 23: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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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학력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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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와는 안어울리는 글일지 모르지만,

저는 학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큽니다.


고1때부터 스카이만을 바라보며 입시를 했고, 고3때도 모든 모의고사가 0.5안에 들만큼 나름 안정적인 상위권


하지만 수능 때 삐끗하여 누백 3.5%정도로 추락했고, 결국 스카이는 커녕 서성한도 갈 수 없는 성적을 받았습니다.


다시 도전하기가 싫었습니다. 허무해서,패배했습니다. 결국 점수에 맞춰서 원하는 과에, 낮은 레밸 대학에 가게 되었고, 한동안 자괴감에 빠져 살았죠. 원래 가지고 있던 학자라는 꿈도 흔들리더군요.


하지만 이 무기력한 생활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학4년을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전액 장학금, 30개가 넘는 각종 대외활동, 연구참여, 토론프로그램, 동아리, 학점, gre, aicpa, 방문학생, 세계일주, 연애 등등..


이렇게 살다보니 어느새, 많은 것이 쌓여 있었고, 그 경헌들은 저를 강하게 했습니다. 


하늘이 감동했는지, 본래의 제 성적으로는 약간 상향지원 했던 콜럼비아 대학원 통계학 석사과정에 합격했습니다. 행복 그 자체였죠..지금은 막학기를 남겨두고, 지금 케네디 공항에서 환승을 기다리며 이 글을 씁니다.


하지만 진짜 시련이 찾아오더군요. 수능을 망쳐서 느끼는 슬픔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던, 그 노력의 원천들이 제 학부 네임 하나 때문에 박살나고 무시받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학도가 되고 싶다고 당당히 말할 때면,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너 스카이도 못나왔잖아 ㅋㅋ'


제가 좋은 대학원을 가서 행복하다고 말할 때면,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꼴에 ㅋㅋ학력세탁봐라 ㅋㅋㅋ아무도 안알아줄걸?'


화난 제가, 그래도 난 4년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걸 이라고 말할때면, '그러게 수능을 잘보지 그랬어 병x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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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은 틀렸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씽크탱크를 왜 손댑니까.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분명 문제가 있는 부분이 몇가지 있습니다.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가는 대학은 노력으로서 인정을 해주지만, 대학4년의 노력은 대부분 인정받기 힘들다는것. 그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에 미국대학원은 학력 세탁소다 라는 오르비 글을 읽었습니다. 석사를 하고 경영박사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본인이 그 글을 읽었을 때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나 진짜 열심히 했는데 여기오려고. Gre 점수 맞추려고 아침 6시부터 저녁 9시 까지 강남 해커스에서 1년동안 썩으면서, 주변에 정보도 별로 없어서 교수님들 만나러 이래저래 뛰어다니고, sop는 또뭐야, 미국식 자기소개서 쓰는데만 1년을 썼다고..미국으로 인터뷰 가는 날 비행기에선 너무 긴장 돼서 물만 먹었는데 사례가 들린적도 있고, 또 가끔씩 인종차별을 당했을 땐 얼마나 서글픈데. 학점으로 트집잡히지 않을까 해서 학부 때 기본 한달전부터 빡세게 공부했어.


그래도 금수저여서 부럽다. 이 말 백프로 나올거 압니다. 하지만 제가 아무리 제 힘으로 노력을 하려고 해도 금수저,학부 프레임에 갇혀서 제 노력이 과소평가되는것이, 제 인생을 너무 힘들게 합니다.


감정에 북받혀서 글이 길어졌는데,전 이제 서브웨이나 먹으러 갈랍니다.


아무튼 학부의 네임벨류도 존중해주는 동시에, 그 학부에서 한 개인의 노력 또한 동등하게 존중해주는 사회가 우리의 다음 세대한테는 넘겨지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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