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인드 이메일 보내기; 사회적 attitude(태도)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7875471
제가 뇌과학에 관심이 많고 앞으로 전공하고자 해서, 이번에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의 전현애 교수님을 1시간 정도 면담을 하게 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들 아시다시피 전 서울대생이 아니고 타대생이라서 그런지 교수님과 일정 잡는게 조금 힘들었습니다.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다 보니까, 미리 교수님이 가능한 시간을 여러 개 제시받고 그 중 하나를 골랐습니다. 그게 약 1주일 전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약간 변칙적인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4월 11일날 만나뵙기로 했는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4월 10일이 총선으로 빨간 날이었거든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리마인더 이메일, 즉 환기시키는 이메일을 하나 더 이틀 전에 보냈습니다. 교수님 언제 어디서 뵙겠습니다~ 라고요.
이 5초도 안걸린 짧은 이메일이 저에 대한 평가를 엄청나게 바꿀 줄은 꿈에도 모르고 만나뵈러 갔습니다.
약 1시간 정도 면담을 했는데, 매우 진지하고 중요한 이야기가 많이 오갔습니다. 그러던 와중 한 30분 정도 이야기하고 나서 교수님이 대뜸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군요.
"내가 이렇게 말하면 꼰대 같이 보이겠지만, 요즘 애들 진짜 버릇없고 예의없다. 그런데 너는 리마인드 이메일을 보내지 않았느냐. 사회적 attitude(대충 태도, 예의 정도로 번역 가능)가 되어있다" 라고 하시면서 저를 엄청나게 고평가하시더군요. 저와 마찬가지로 다른 학생 한 명도 자신을 만나고 싶어하는데, 일정 조율이 계속 엉클어져서 그냥 될대로 대라~ 하셨다고. 타대생이면서 심지어 학과도 다른 저를 만나신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요.
사실 제가 평생에 걸쳐서 리마인더 이메일을 보낸 것은 딱 한번! 입니다. 그 전까지는 주로 제가 다니는 대학교의 교수님들을 만나뵙었는데, 끽해야 2~4일이면 뵐 수 있었거든요. 근처에 자취도 하다보니까 접근성이 굉장히 좋고 교수님들을 만나뵈는 것이 결코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좀 거리도 있기도 하고 약속이 꽤나 이후에 잡혀서 리마인더를 보냈을 뿐입니다. 게다가 리마인더 이메일이라는 개념조차 최근에서야 알게 된 것입니다. 제가 또 유학도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아래의 책을 보니까 혹시라도 미국 교수님들이 답장이 없으면 리마인더 이메일을 보내서 확인을 요청하라는 팁이 있었습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1433900
사실 전 스스로를 그닥 예의가 바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 윗 사람에게라도 해야하는 말은 하는 주의이고, 꼬박꼬박 남들이 볼때는 대드는 것처럼 보이고, 귄위에 대해 강한 도전 의식이 있으며, 지금까지 살면서 예의에 대해서 주의나 지적을 많이 받으면서 자라왔거든요.
그래서 하도 신기하기도 궁금해서 오늘 지도 교수님께 의견을 여쭈어 보았습니다. 간단하게 '배려심'이라고 해설해주시더군요.
사실 윗사람이 아랫사람한테 보낼 때는 리마인더 이메일을 보낼 일이 없다고 합니다. 아랫사람이야 칼같이 윗사람 지시를 기억할 테니까요. 보통 리마인더 이메일을 보내는 것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또는 아쉬운 사람이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교수님들이 엄청 바쁘니까 일정을 까먹을 위험도 큰데 제가 리마인더를 보냄으로써 교수님이 저에게 실수를 할 여지를 없앤 것이라고 설명을 해주시더군요.
그래서 오늘 엄청나게 큰 교훈을 하나 얻고 갑니다.
여러분 첫 연락 이메일은 첫인상과도 같습니다. 최대한 정중하게 잘 쓰도록 노력하세요. 특히 학생이나 학부생 입장에서 교수님을 만날 때는요. 이것만 잘 해도 떡이 떨어집니다. 실제로도 저를 면담하신 전현애 교수님은 열과 성을 다해서 면담에 임해주셨고, 제게 큰 도움도 주시기도 했습니다. 고작 타이핑 하는데 5초도 안걸린 리마인더 이메일 하나 보낸 덕분에!
킹스맨의 "manners maketh man"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0 XDK (+1,000)
-
1,000
-
저 수험판 들어왔을때부터 이원준 선생님 들을까 말까 하는 글이 항상 있는거...
-
95점 개꿀 오답해야지
-
산책 중 이어폰 한 쪽 잃어버린 명문대생…수학공식으로 10분만에 찾았다 2
야외에서 블루투스 이어폰 한 쪽을 분실한 일본 도쿄대 재학생이 순간적으로 '삼각형...
-
하이브 특검법 0
설마 게이 진짜 이뤄지겄어?....
-
라고 하면안더ㅣ죠?
-
속보)교육부 "법원 요청, 대입 걱정 안 해도 돼" 4
https://naver.me/FiOTCh0C 교육부는 의대 증원 집행정지 결정...
-
고1 내신 수학 48점(5등급) -> 고2 기말 92점(2등급) -> 미적분 중간...
-
러셀 기숙 0
하루 당일치기로 급한 일 있으면 외출 가능한가요?
-
어디한번 같이죽어보자ㅋㅋ
-
공부 시간 다 까먹을 예정 짜증나네,,,,,,,
-
안녕하세요, 국어 EBS 연계 교재 ‘EBS 배경지식의 이해 - 이배이’...
-
추천 좀 해주실 수 있나요…? 한권에 다 정리하고싶어요! 좀 욕심인거같긴 하지만…...
-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벤치를 얼마를 들고 자기가 유명인이랑 알고 등등 모든말이 허세가 보임ㅋㅋ
-
웃고 가세여
-
트럼프 "주한미군 철수? 美 제대로 대우해줘야"… 방위비 압박 2
미국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美 대통령이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
과외쌤이랑 걍 책상보고 얘기하고 싶다 ㄹㅇ
-
작년 9월말 부터 공부시작해서 급하게 실모 양치기 하다가 수능장 들감 결과 평백98...
-
생윤하시는분들 2
생윤 종이ㄱ쌤 듣고 있는데 과목이 저랑 안맞는 것 같고 이해가 안되는데 제가 쌤이랑...
-
얼굴 서부저지대고릴라같이 생긴 불도저 1명때문에 입시판 개판났네
-
그이하 대학들 합격선까지 폭등할거라고 개주호 윤두창 씨발새끼야 올1등급...
-
얼버불 7
-
그게 나고 의치한을 aim
-
2026입시부터(2025학년도) 대부분 메디컬 학교다 70 80퍼센트 지역인재...
-
몇 시간째 소리 쩌렁쩌렁 울리네..
-
비슷할까요..
-
재종가는것보다 쉬면서 과외하면서 감유지하는게 차라리 효용성이 있을듯 수시반수면 더더욱
-
다음 수업이 휴강이라 갑자기 집으로 가는 중
-
ㄱㄱ
-
화학 개 어렵노... 객관식 거의 다 찍음. 서술형은 절반 정도는 풀었는데 ㄹㅇ...
-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 할 수 있다. 듣기 안좋은말은 누구나 들을 수 있다. 악행은...
-
23살의 고민 5
공부하다가 계속 현타가 와서 끄적이는 글 수능공부는 인생을 더 나아가게 하는...
-
그거 시작하면 오르비 또 며칠간 불구덩이 된다고
-
구찌 광고 근황 2
날 욕하지 마
-
ㅈㄱㄴ
-
공부에 매진하셔야할 분들이 보입니다 공부에 집중하세요
-
나왔는데 수학이 문제네요 어떻게 해야할지? 영어는 2등급 나올 수 있었는데 답...
-
윤사 개잘봄 이상
-
수의대 가고 싶다는데 부등호가 뭔지 모른다고...? 17
수의대 지망한대서 채팅으로 상담?해줬는데 부등호가 뭔지 모르더라...ㅇㅅㅇ 그리고...
-
애초에 왜 교육환경의 차이를 입시의 결과로 보상해야 하는 거지 2
ㄹㅇ 모르겠음 교육환경이 차이가 나면 그 차이를 줄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 흠
-
뭔가 점점 채팅이 쌓이는데ㅋㅋㅋㄱㅋㅋ
-
같은 학교 맨날 얼굴보는 애들을 라이벌로 만듬 이거 꽤 분위기 창남...
-
- (폰을 보여주며)이거 젖지님한테 쪽지온거야.. 아니 글 제목하고 벌점사유가.....
-
네이거이씨tv 1
-
물론 이상론에서 대학은 학문을 하는 곳이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한국 사회에서...
-
메인글 쉽지않네
-
오랜만에 외출 1
근로자의 날 기념으로 ㅎㅎ
-
드릴345 문해전 시즌1 했어요 한 두종류만 더하고 현강 들어갈거같습니다!!
-
으아아아아 0
학교가기 싫어요
-
미적분 선택, 수학머리가 없지는 않다는 가정하에 뉴런 + 평교사경 기출문제 + 실모...
다른 맥락이긴한데 사실 일을 하다보면은 리마인드 메일은 공격적으로 사용되기도 해요. 단순히 리마인드를 보내는 것이 매너 있기 때문에 적성자분을 높게 평가 하셨다기 보다는 정중하면서도 교수님을 정말 만나보고 고견을 여쭙고 싶다는 열정이 보여서 좋게 평가하고 도와주신 것 같습니다! 최근에 뽑은 신입 사원중에 인사팀이 누락해서 사개월 늦게 합격 통보를 받은 친구가 있는데, 이 글을 보니 그 친구도 직접 먼저 인사팀에 진행 사항을 물어봤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아주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