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ux] 투타임즈 [1136344] · MS 2022 · 쪽지

2025-12-08 23: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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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와 모루로 알아보는 원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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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 대군을 박살 내고 세계를 제패한 핵심 전술이 바로 '망치와 모루'임. 이 전술의 메커니즘은 단순하지만 강력함. '모루'가 적의 주력을 붙잡아두고 버티는 동안, '망치'인 기병대가 우회하여 적의 뒤통수를 후려갈겨 섬멸하는 거임.


입시 원서 영역도 이와 똑같음. 성공하는 입시는 어설픈 중도 타협이 아니라, 확실한 방어(모루)와 파괴적인 공격(망치)의 조합으로 완성됨.


많은 수험생들이 범하는 최악의 실수가 뭔지 앎? 원서 세 장을 전부 '모루'로만 채우는 거임. 5칸, 6칸, 6칸. 소위 '3승 전략'. 심리적으로는 편안할지 몰라도 전략적으로는 패배한 배치임. 모루만 세 개라는 건, 적을 막아낼 방패만 세 개 들고 전쟁터 나가는 꼴임. 방어는 성공하겠지만, 적진(상위 대학)을 점령할 수는 없음. 네 점수 그대로 대학을 가는 건 '본전'이지 '승리'가 아님.


냉정하게 가정해보자. A대학(5칸), B대학(5칸), C대학(5칸)을 써서 셋 다 붙었음. 그리고 2월에 "어디를 갈지 행복한 고민"을 한다고 치자. 이게 진짜 행복일까? 이건 원서 카드를 쓰레기통에 처박은 거나 다름없음. 


왜냐? 너의 몸은 하나임. 어차피 셋 중 하나밖에 못 다님. 나머지 두 장의 합격증은 아무런 효용 가치가 없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함.


현명한 사람은 그 "고민"을 합격한 뒤에 하는 게 아니라, 원서 쓰기 전에 끝냄. "A랑 B랑 C 중에 붙으면 난 무조건 A 간다"라는 결론을 미리 내렸으면, 원서에는 A 하나만 박고, 남은 두 장은 못 갈 것 같은 상위 대학에 던졌어야 함.


원서 3장을 5칸 위주로 채운다는 건, 스스로 본인의 상방을 닫아버리는 행위임. 네 점수가 100점인데 100점짜리 대학만 세 개 쓰는 꼴임. 운이 좋으면 120점짜리 대학에 갈 수도 있는 게 가나다군의 묘미인데, 그 가능성(옵션)을 스스로 0%로 수렴시키는 거임.


반면에 3칸 이하를 섞는 전략을 보자. 3칸은 겉보기엔 불합격 시그널 같지만, 입시 공학적으로는 저평가된 콜옵션임. 하나를 확실한 안정으로 깔아두고 하방을 막았다면, 나머지 카드는 무조건 질러야 함. 떨어지면? 어차피 아까 정해둔 안정 대학 가면 그만임. 손해 볼 게 없음. 근데 만약 그 3칸이 뚫린다면? 점수보다 급간 위의 대학 간판을 다는 거임. 인생의 가성비가 달라짐.


"떨어지면 기분 나쁘잖아요"라는 감성적인 소리고, 입시는 기분으로 하는 게 아니라 기대수익으로 하는 거임. 555 써서 3승 하고 "아, 나 점수 남았네" 하고 후회하는 비용이, 3칸 질렀다가 떨어지는 심리적 비용보다 압도적으로 큼. 전자는 평생 가는 학벌의 손실이고, 후자는 그냥 불합격 화면 한번 보고 마는 거니까.


제대로 된 전략가는 원서 3장을 철저하게 분업화함. 


우선 원서 3장 중 딱 한 장, 혹은 불안하면 두 장까지는 하방을 책임지는 모루로 써야 함. 여기엔 확실한 6칸, 혹은 발 뻗고 잘 수 있는 5칸을 박아야 함. 이 모루의 역할은 합격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나머지 카드로 미친 짓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심리적 담보임. 여기서 안정적인 5칸을 찾는 것 역시 실력임.


모루가 튼튼하게 버텨준다면, 남은 카드는 무조건 망치가 되어야 함. 이건 3칸, 2칸, 심지어 1칸이어도 상관없음. 점수로는 정공법으로 뚫을 수 없는, 저 높이 있는 대학을 후려치는 용도임. 대부분의 수험생이 기관 예측에 겁먹고 모루 뒤에 숨을 때, 너는 망치를 들고 적의 빈틈(펑크)을 노려야 함. '허리 실종', '추합 시프트', '공포에 의한 이탈'이 발생한 그 지점을 3칸짜리 망치로 내려찍는 거임.


이 전략이 무서운 이유는 '손익비' 때문임. 망치질에 실패해도 튼튼한 모루(안정 지원 대학)가 남아있음. 잃을 게 없다는 소리임. 하지만 망치질이 성공한다면? 실력으로 갈 수 없는 대학의 간판을 얻게 됨.


입시는 1승 2패를 목표로 하는 게임임. 


두 개의 망치가 부러져도, 하나의 모루만 멀쩡하다면 대학에 감. 근데 그 부러진 망치 중 하나가 기적적으로 적의 투구를 깨부순다면, 그 1승의 가치는 안전하게 얻은 3승을 전부 합친 것보다 압도적으로 큼. 


결국 입시판의 승자는 겁먹고 방패 뒤에 숨어 555를 쓴 보병이 아니라, 한 군이라는 단단한 모루 위에 서서 나머지 두 군이라는 망치를 들고 상위 대학의 뚝배기를 깨러 간 기병대장임.


물론 쌩삼수 이상은 할 말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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