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이해시켜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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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동일할까?
몸도 마음도 많이 달라졌는데, 왜 같은 '나'로 볼 수 있을까?
이전 학자들은, '영혼'이 같기 때문에 '나'도 같다고 보았다.
즉 나의 본질이 '영혼'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과거와 현재의 영혼이 같으면 나도 같은 것이다.
음. 그럴 듯하다..
2.
그런데 칸트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잠깐 중학교 때 배운 삼단논법을 떠올려 보자.
(전제1)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전제2)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결론)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언젠가 죽는다.
A->B이고, C->A이면, C->B라는 뜻이다.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이게 성립하려면, 전제1과 전제2의 A가 같아야 한다. 무슨 말이냐고?
(전제1)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전제2) 돼지는 동물이다.
(결론) 따라서 돼지는 언젠가 죽는다 (??)
이 논증은 형식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거다. 당연하지 않은가?
전제1에서는 사람에 대해 얘기했는데, 전제2는 동물이 나왔으니 틀렸다는 거다.
(2506 에이어에서도 나왔었다. 전건 긍정식에서 전제의 두 P가 다르면 안 된다.)
3.
이제 칸트로 돌아오자.
'생각하는 나는 존재한다.'
코기토 에르고 숨, 데카르트의 직관이다.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생각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생각을 하는 주체가 있을 것 아닌가.
하지만 칸트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왜냐고?
지금부터 집중해야 한다.
(전제1) '시간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의 동일성을 의식하는 것은 인격이다.'
(전제2) '영혼이 자기의식을 한다.'
여기서 전제1은, '자기의식을 하는 것은 인격이다'와 같은 말인 것처럼 보인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기 동일성을 의식하는 것', 줄이면 '자기의식' 맞지 않은가?
하지만 칸트의 대답은 NO다. 둘이 다르다.
그래서 이전 학자들이 틀렸다는 거다.
왜?? 대체 뭐가 다르다는 건지??
4.
칸트는 2문단에서 '자기의식'이 '인식'의 조건이라고 보았다.
자기를 의식할 수 있어야, 무언가를 경험하고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칸트가 볼 때 '자기의식'과 '인식'은 같은가, 다른가?
당연히 다르겠지. 그러니 조건이라고 했을 것이다.
아하.
여기까지만 이해해도 된다. 둘이 다르다는 게 포인트다.
(4.5)
여긴 스킵해도 된다.
칸트는 '자기의식'과 '인식'이 왜 다르다는 걸까?
'생각하는 나는 생각한다.'
여기서 '나'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관찰당하고 있는 '나'가 있고,
그런 관찰을 하고 있는 '나'가 있다.
관찰되는 '나'는 경험될 수 있는, 실제로 존재하는 자아다.
하지만 관찰하고 있는 '나'는 경험적으로 인식되거나 대상화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식'은 경험적인 것이지만, '의식'은 선험적인 것이다.
선험-후험의 스키마.. 기출에 X나 많이 나왔긴 한데.. 이렇게 보니 또 생소할 것이다.
5.
돌아와 보자.
(전제1) '시간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의 동일성을 의식하는 것은 인격이다.'
(전제2) '영혼이 자기의식을 한다.'
전제1에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의 동일성을 의식하는 것'은, '인식'이다.
그리고 전제2의 '자기의식'과 '인식'은 다르다.
따라서, 저 둘로 아래와 같은 삼단논법을 할 수가 없다.
(전제1) '시간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의 동일성을 의식하는 것은 인격이다.'
(전제2) '영혼이 자기의식을 한다.'
(결론) '영혼은 인격이다.'
틀렸다.
왜?
두 전제의 '의식'이 서로 다르니까.
전제1의 '의식'은 '인식'이며 경험적이지만,
전제2의 '의식'은 '자기의식'이며 경험적이지 않다.
따라서 결론, 영혼은 인격이 아닐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칸트는 '영혼이 같으니 인격도 동일하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것이다.
스트로슨부터는 그래도 이해할 만하니 생략한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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