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똥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8951617
저를 의심해 보세요.
결론부터 한 문장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무줄 하나로 미래가 바뀔 수 있다면 믿어지시나요?
음.. 여러분이 아무리 저를 신뢰하셔도 벌써 이 말이 믿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곧, 믿어질 겁니다. 그리고 저를 더욱 신뢰하게 되겠죠. 그러니 의심하면서 읽어보세요.
지금은 과외를 하지 않은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요, 저는 예전에 과외를 할 때 수업을 가면서 고무줄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고무줄을 착용하고 다녔죠. 물론, 머리를 묶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학생들은 물었습니다.
쌤, 엄지 손가락에 그거 뭐예요?
저는 대답했죠.
고무줄이지~
학생들은 다시 물었습니다.
네 그건 알겠는데요, 제 말은 왜 손가락에
반지처럼 고무줄을 하고 있는가 싶어서요.
저는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고, 학생들은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서랍을 뒤져봐도 괜찮은지 물어봅니다. 저는 그러라고 하죠. 결론은 거의 정해져 있지만요.
왼손잡이? 오른손잡이?
저는 왼손 엄지에 반지처럼 노란 고무줄을 끼워두었습니다.
허리가 아파서요.
허리가 아파서 왼손 엄지에 고무줄을 끼운다.. 음.. 카더라 민간요법이었을까요? 아니었습니다. 아주 뇌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제가 허리가 아팠던 이유는 앉아서 오랫동안 일하는데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코어 근육이 약했기 때문이었거든요.
그러면 고무줄을 손가락에 끼우면 코어 근육가 발달하는 걸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겠죠. 그런데 고무줄을 왼쪽 엄지 손가락에 반지처럼 끼는 것만으로도 마법과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저는 앉아서 일할 때 항상 손을 씁니다. 펜을 잡거나, 타이핑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볼 때 언제든 손은 제 시야에 존재합니다.
연필을 쥐어보세요. 그리고 글을 써보세요.
여러분의 엄지 손가락이 시야에 보일 겁니다.
키보드에 손을 올려보세요. 그리고 타이핑을 해보세요.
여러분의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스페이스바를 누르는 손가락은 엄지 손가락일 겁니다.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이 칼럼을 읽고 있을 겁니다.
지금 어떤 손가락을 이용해 화면을 내리고 있나요?
저는 왼손잡이입니다. 그래서 왼손의 엄지 손가락에 고무줄을 반지처럼 끼웠습니다.
아,맞다! 코어에 힘!
일을 하는 동안 왼손 엄지 손가락의 고무줄이 인지될 때마다 위와 같이 생각하고 배에 힘을 꽉 주고 자세를 바로 잡았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코어를 강화시켜 점점 허리 통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야, 손가락에 그거 뭐임?
무엇가에 열중하다가 친구 또는 부모님이 여러분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경험이 다들 있을 겁니다.
우리의 뇌는 정말 신비롭습니다. 물리적으로는 내 귀로 실제 들어오고 있는 소리임에도 나의 현재 상태에 따라 그 정보를 인지할 것인지, 그 정보를 차단해 버릴 것인지를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정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무언가에 집중한다는 것은 그 이외의 무언가를 놓친다는 의미입니다. 무언가에 몰입하는 행위는 그 이외의 것들을 내 머릿속에서 비워내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수험생으로서 무언가에 집중해야 합니다. 때로는 몰입함으로써 성장을 이뤄내죠. 그런데 중요한 무언가에 집중하고 몰입함으로써, 다른 중요한 것들 놓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점점 불균형이 찾아 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일에 집중하면서 건강을 챙기지 못했던 것이구요.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매번 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놓치고 있는 것이 있지 않나요? 꼭 일상적인 습관만 떠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매일 하기로 했는데 까먹고 하지 못하고 있는 학습이 있나요? 오늘 말씀드린 방법으로 고무줄을 활용해보세요.
고무줄을 보며 그 학습을 해야 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인지시키시면 됩니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는 것과 눈앞에 실제로(그리고 반복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집니다.
고무줄을 하고 있으면 친구들이 물을 겁니다.
야, 손가락에 그거 뭐임?
내가 놓치고 싶어도 주변에서 도와주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습니다. 단 하나의 고무줄만으로 말이죠.
옛날통닭 한 마리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속담입니다. 무슨 뜻일까요?
주변에 흔해서 평소에는 하찮게 여겨 거들떠보지도 않던 물건도 급하게 쓸 데가 있어 찾으면 없다는 의미입니다. 클립과 고무줄이 대표적인 예시이죠. 제 이야기를 듣고 서랍을 뒤지던 과외 학생들도 대부분 고무줄을 바로 찾지 못했습니다. 분명 수많은 서랍 중 하나에 넣어 놓았을 텐데 찾으려 하면 보이지 않는.. 아무리 찾아도 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엄마는 단번에 찾아내는 옷장 속 옷과 같은 존재입니다.
옛날통닭 한 마리 시켜먹는 건 어때?
고무줄을 핑계로 말이야ㅎㅎ
고무줄을 못 찾은 학생들에게 우스갯소리로 해준 말이었습니다. 과외를 안 한지 오래되어서 마지막으로 과외한 학생들도 벌써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했네요. 그래서 이제 여러분에게 말해보려구요.
오늘은 밤이 너무 늦었으니 내일,
옛날통닭 한 마리 시켜먹는 건 어떤가요?
재밌게 읽었길 바랍니다.
응원할게요 :)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고대 학우 쓸라다가 학추 썼기도 하고, 9평 시험지랑 등급컷 보고 이건 올해 안에...
-
학벌 보다 성적이라는 말도 있고 학벌이 젤 중요하다는 말도 있어서 헷갈림
-
Maybe I don't really wanna know 3
how your garden grows
-
쫄려서 어케 하지 일주일 유기 시도했다가 실모 바닥치고 쫄려서 다시 잡앗는데
-
씹사기 1티어 초능력 부여받고 싶음
-
하..
-
생명 실모 9
가계도 돌연변이 풀어놓고 근수축을 못풀었음 요즘 근수축 왜케 어렵냐ㅠㅠ
-
예전에 21살 서강대와 25살 경한을 올린적이 있는데 14
후자가 군필이라도 나이상7수나이라 좀 그렇긴 하네요
-
국어 유기해야지 11
아무리해도 안오를것같아서 그냥 국어가 3나오더라도 수학하나만 우직하게밀고나가서...
-
재밌었음
-
수능 준비하는 no인강팸 고3. 문제집 뭐 풀어야하냐 2
제목 그대로 인강 없이 집근처 학원다니면서 문제 풀고 있음. 농어촌 시골 청년이라서...
-
강E분 언매 0
작년 수능 때 언매 하나 틀렸습니다. 올해는 언매 공부 거의 안했구요 개념복습...
-
독서 연계는 출제 가능성이 우선일까 제재의 난도가 우선일까 0
아직도 뭐가 우선인지 몰루겠음..
-
그냥 과자로 때울까
-
7개 중에 두개 정도씩 틀리는데 괜찮은가요
-
크아악 3
폰 더보고 싶은데
-
임상우는 26드래프트에서 몇라운드 몇번일까
-
저메추좀
-
하와와 내일은 상상 국어와 10모 수학, 영어를 풀겠사와요 사탐은 유기 조져주기 ㅇㅇ
-
쌍윤러고 생윤 1 윤사 3 인데 하 윤사를 할수록 점점 어려워지는느낌이고...
-
참깨라면 작은컵에 물은 면높이 만큼만 참치캔 작은거 하나 마요네즈 조금 체다 치즈 한장
-
운명처럼 반드시 '노'와 대면케 될지니..
-
작년 6모에 2였는데 번아웃와서 수학 놓고 4로 떨어지고 올해 4~5월에도 실모...
-
죽을래요? 12번 산화수에서 멘탈 털리고 15번은 뭔 이상한 문제를;;;; 산이랑...
-
하 0
9모 쉽긴쉬웠지만 둘다 100인데 학원에서 실모풀었더니 국어 69점 ,수학 76점이...
-
노예가 말안들으면 떄려죽였지만 현대사회는 일안하면 굶어죽음 오로지 노예제도 귀족제도...
-
왜 나 아직도 1학년이지? ㅋㅋ
-
ㅈㄱㄴ
-
나이만 5수 나이고 시험은 내년에 보면 3번 보는건데, 군대 다녀왔다는 가정하에...
-
자~제목이 이꼬라지면 얼마나 낚일까요? 흐헤헤
-
국어 장클 3주차 예습 (문학 전지문/독서 '노자) 영어 스피드보카 day19 생윤...
-
월 아수라 화 마닳 2회독 1회 수 이감 모고 1회 목 아수라 금 마닳 2회독 1회...
-
님들 9덮 수학에서 10
몇번이 가장 어려웠나요 !?
-
공부 역대급으로망했다 한 게 더프 수학 오답이 끝 그냥 공부하려 해도 머리가 아예...
-
과목하나인데 강사 넘 많은거 아님?
-
풀어보신분들 난이도 차이가 얼마나 나는 거 같나요? 검색해보니 미적 문해전은...
-
7등급 노베인데 양치기로 2등급 턱걸이 가능할지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
헌역이라 학교 일찍 가는데 12시 취침한다치면 6시 기상이면 딱 적당할까요? 얼마...
-
6평 9평 둘다 2등급 입니다. 투표 부탁드립니다 따로 추천하시는거 있으시면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
lim x-> 무한대로 갈때 g(x) / f(x) 가 존재한다 이거 도대체 뭔...
-
디바이스당 한개인가 아니면 구글 계정당 한개인가 같은 사람이 쓰는 계정인거 어케 구분하는거지
-
유빈이에서 실모 왕창 뽑아서 가져갈건데 이거 걸리면 검거당함?
-
피곤하다 2
빨리 집가서 자고싶다..
-
잊힐권리를 보장하라 우우
-
공유해주실분있나요 제발요 반수생을 살려주세요
-
아랴 존나예쁘지 않나요? 이정도면 필독사항 ㅇㅈ?
-
중간고사 포기 0
망치고 각성해서 기말잘보면됨
-
개념테크트리, 기출테크트리 5~6월에 하고 재종에서 7월부터 매주 서바, 브릿지...
-
KPOPE 광팬이라고
그냥 지금 시켜먹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앗ㅋㅋㅋㅋ 저도 고3 때 야식 엄청 먹었던 기억이..ㅎ
어제 bbq를 먹어서 다음을 고대해야겠네요ㅋㅋ
갑자기 배가 고파지네요.. 내일 바로 황금올리브 반반 시켜먹어야겠습니다
좋은 내용입니더 내일(10분뒤) 통닭 시켜먹울게요 ㅎㅎ
헐 엄청 오랜만이에요!!
저도 내일 먹을 생각입니다..ㅎ
오랜만이네요 센세! 각종 일(국방관련..)에 몸도 안 좋아서 아쉽지만 공부를 놓고 요양중이었는데 조만간 회복하면 참전하려고요 멘탈레터 잘 보고 있습니다
에고 그랬군요ㅜㅠ 무엇보다 중요한 게 건강이라는 걸 저도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얼른 회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오늘 발행될 멘탈레터 마무리 중이랍니다ㅎㅎ 오늘 레터도 아진바라기님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잘 마무리해 볼게요.
오늘 거 내용 좋았습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네요 두고두고 읽으면 좋을거 같아요!
배 엄청 고파지네요 감사합니다
바나나님 제가 재수학원에서 너무
좋아하게된 친구가 있는데..(공부에 방해될 정도)
그냥 번호 후련하게 물어보고 마음 정리하는게 나으려나요
숨쉬는것도 , 눈깜박이도 평소엔 자동인데
의식하는 순간 수동 되는거랑 비슷하네요
치킨이 허리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칼럼이군요. 치킨 시켜먹을 핑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