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국스퍼거한테 오체분시당한 신작 드라마 ‘졸업’ 1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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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개강하고 학교 다니랴, 알바하랴, 팀프로젝트하랴 눈코 뜰 새가 없었네요.
오랜만에 써보고 싶은 글감이 생겨서 키보드를 잡아 봤습니다.
저는 최근까지 김지원, 김수현 주연의 드라마 ‘눈물의 여왕’을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요, 드라마 종영 막바지에 이르러서 동시간대 후속 드라마 ‘졸업’을 알게 됐습니다. 메인 포스터가 좀 끌리더라고요 ㅋㅋ
별 생각 없이 틀어놓고 보다가, 생각보다 교과과정을 딥하게 다루길래 오? 싶었습니다. 솔직히 주인공 정려원(서혜진 역)이나 위하준(이준호 역)의 연기가 다소 어색하고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대사가 있긴 했지만 극본 상(특히 수능 국어나 입시 쪽으로) 재미있는 것들이 꽤 있어서 다뤄보고자 합니다. 이 글의 모든 내용은 전적으로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그 어떤 단체의 입장이나 생각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드라마 ‘졸업’에서(1화 기준) 주인공 혜진은 대치동의 실력있는 국어학원 강사로, 준호는 혜진의 옛 제자이자 대기업의 2년차 신입사원으로 등장합니다. 드라마 초반부, 혜진은 찬영고 이하율이라는 학생이 중간고사를 보고 학원에 와 울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율을 찾아갑니다.
여기서부터 좀 웃긴게, 담당하고 있는 내신반 학생 하나가 울고 있다는 이유로 당연하다는 듯 회의 중인 강사를 불러내는 상황 자체가 좀 의아하더라고요. 보통 그렇게 하나?
무튼 하율이 울고 있던 이유는 한 문제 때문이었는데요, 하율이가 ‘반어법’에 해당한다고 생각한 작품의 특정 표현법이 반어법으로 인정되지 않아서였습니다.
논란이 된 문제가 제시한 작품은 신경림의 ‘농무’였습니다.
자세한 문제 형식까지 제시되진 않았지만, 시행 중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에 밑줄을 주고 이와 유사한(혹은 동일한) 수사법이 사용된 표현을 고르라는 것이었을 겁니다.
정답이었던 5번은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있어야만 하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학교 측은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와 5번 선지를 모두 역설법이라고 봐 5번을 정답으로 제시했습니다. 하율이가 택한 오답인 2번은 반어법의 예시가 실린 선지였을 겁니다.
학교 측이 제시한 정답과는 달리, 혜진은 하율의 해석에도 손을 들어줍니다. 자신이 반어법 선지를 택한 이유를 설명하는 하율에게 지금 설명한 대로 선생님께 말씀드려 보라고 말하기까지 하죠. 그러나 하율은 이의제기를 했다가 선생님들의 눈 밖에 나 찍힐까 무섭다고 말합니다.
와중에 등장하는 하율맘 <<< 연기 개쩖 ㄹㅇ “애 멘탈이 무너졌다니까요오옹ㅇㅇ!!!” 가끔 보이는 무개념 학부모들이랑 존똑
혜진의 설득에 하율은 담당 선생님인 상섭에게 이의제기를 해 보지만 상섭은 자신이 여러 번 논리적 모순을 이유로 역설법으로 설명했다며 하율의 이의제기를 차갑게 기각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된 혜진은 상섭과의 통화 후 학교로 찾아갑니다.(?????) 진짜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 작가님이 현대 배경의 판타지 작품을 쓰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그리고 1화의 명장면이 시작되죠.
https://youtu.be/mO2ImPghUmE?si=Ew70drtFrtSmEPvE
상섭을 만난 혜진은 논란이 된 문항에 대해 가장 먼저 ‘다른 국어과 선생님들도 그렇게 해석하시는지’를 묻습니다. 사실 혜진의 이 질문에 모든 답이 들어 있습니다. 아마도 드라마 측이 의도하는 방향과는 정반대의 답이겠지만요. ‘다른 국어과 선생님들도 그렇게 해석하시느냐’는 질문은 곧, 해석의 방향이 여러 개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혜진의 입장에서는 2번 선지의 반어법 역시 복수정답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의도에서 한 말이지요.
그러나 여기에 바로 문제의 핵심이 있습니다. ‘해석의 다양성’이라는, ‘채점’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국어과목에 존재하기 때문에 내신은 특히 ‘담당 교사’의 수업이 매우매우 중요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상섭이 해당 표현을 ‘역설법’이라고 가르쳤다면, 정답은 역설법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상섭이 해당 표현에 대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수업을 했더라면, 문제가 되었겠죠. 그러나 상섭은 분명히 정답을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가르친 내용을 토대로 문제를 출제했구요. 대체 뭐가 잘못됨 여기서???
혜진은 해당 문제와 상섭의 출제 스타일에 대해 처음에는 ‘신선했다’고 말하다가, 나중에 가서는 ‘낡았다’라고 말을 바꿉니다. 이것도 웃긴게, 혜진은 “문제가 이렇게 출제된 이유를 알겠어요, 낡았거든요.” 라고 말합니다. ? 좀 문장이 이상하죠? ㅋㅋㅋㅋ 뒷말은 분명 욕인데
물론 이 맥락에서 “의인과 활유, 역설과 반어 같은 걸 개념적으로 구분 짓는데 목매는 문제는 수능에서 사라졌다.”와 같은 대사는, 대본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을 받게 만들었습니다. 역설과 반어의 논쟁에 빗대는 대립쌍으로 의인과 활유를 가져왔다는 것은 논쟁의 본질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혜진의 말 역시 잘못된 비판입니다. 어디까지나 논란이 된 문제는 수능 문제가 아닌 내신 문제였고, 그 어느 교육방침에서도 내신 시험은 수능의 출제 기조를 철저히 따라가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러프하게 말해서, ‘수능 스타일로 내지 않았음’을 이유로 상섭이 욕을 먹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거죠. 교사 입장에서, 수능 스타일이 어떤지는 솔직히 알빠노니까요.
두 사람의 말투가 조금씩 거칠어지고, ‘교권을 앞세워 정당한 문제제기를 받아들이지 않는 꼰대 공교육 교사 vs 학생들을 위해 끝까지 문제제기를 하는 따뜻한 사교육 강사’의 클리셰적인 구도가 형성됩니다. 결국 교무실 대첩은 상섭의 “기생충 같은 것들”이라는 하남자 대사와 함께 끝이 납니다.
결국 찬영고 국어과는 대대적인 회의 끝에 재시험 실시를 결정하고, 상섭은 혜진에게 사과하겠다며 그녀를 한정식(???)집으로 불러냅니다. 아 진짜 이런 걸 이유로 한정식집 개 오바임… 상섭은 자신이 지방 일반고에서 근무하다가 대치동에 처음 부임하여 오바를 한 것 같다고 말하며 우디르급 태세전환을 보여줍니다. 허허; 이게 맞나?
인상적인 주요 장면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수험생 커뮤니티 들어가 봐. 수험생이 아니라 소위 명문대 재학생이 거기 붙박이야. 거기서 왕노릇 하는 게 제일 재밌거든.” 이라고 말하는 준호의 친구 대사에 울면서 개추를 누르기도 했답니다.
교무실 대첩을 마치고 학원에서 맥주 한 캔을 기울이는 혜진을 찾아온 준호에게 혜진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보라고 말합니다. 준호가 전화를 걸자, 혜진의 휴대폰에 ‘나의 자랑’(으악 ㅅㅂ)이라는 이름이 뜹니다. 너무 오글거려 이런 거...
아무리 생각해도 레퍼런스 조사하다가 베꼈는데 이거
아 그리고 학원 내부 보여지는 씬에서 복도에 박스랑 책 쌓여있는거 고증 ㅋㅋㅋㅋㅋ
근데 너무 학원이 너무 밝고(물론 이건 촬영해야 하니까…) 깔끔하더라구요. 뭉친 머리카락도 돌아다니고 교재 귀퉁이도 좀 구겨져 있고 뜯다 말고 이래야 하는데
작중 대사에 “화자한테 공감 안 되잖아, 외워.” <<< 개추
남주인공 준호의 퇴사... 같은 것도 말이 좀 많은데, 그냥 판타지라고 생각합시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짱짱한 대기업(작중에 "신입사원 연수 끝나면 파란 피가 흐른다며?"라는 대사 = 삼성을 암시)을 그만두고 강사를 한다 <<< 이게 진짜 에바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리고 학원물 볼 때마다 느끼는데, 애들이 교복을 너무 잘 처입음
후드티나 집업도 입고 교복 와이셔츠만 입기도 하고
아디다스 저지 한두 명 입고 암튼 적당히 사복 섞어서 커스텀 해줘야 하는데 그건 아쉽더라
아무튼, 가볍게? 드라마 한 편 보려다가 글 뽕이 차서 끄적끄적 해 봤는데 재미있게 읽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전 고3때부터 미친듯이 K-드라마를 보기 시작해서 이제는 꽤 교양이 쌓인 편인데, 오르비언 여러분들은 드라마… 좋아하실지…
포스터 보고 품었던 기대에 비해 배우들의 연기나 대사가 좀 아쉽긴 한데(개인적인 의견)
전작의 영향인지 1화 시청률은 꽤 괜찮더라구요.
바로 몇 시간 전에 2화가 올라왔을 텐데, 아마 몇 편 정도는 그래도 더 챙겨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강조해서 말하지만, 정말 어디까지나 진지 쏙 빼고 재미로 썼고, 재미로 읽으시라고 올리는 리뷰니 ‘진지충이네, 방방봐를 못하네’ 하고 타박하지는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ㅋㅋ ㅠㅠ
그리고 사실 학원물의 현실고증 정도와 흥행은 큰 관련이 없기도 해요. 일타스캔들같은 드라마만 봐도 ㅋㅋㅋㅋ
지치는 수험생활, 주에 드라마 두 편 정도 챙겨보는 건 매우매우 괜찮은 것 같아요.
5월도 절반이 다 가까이 갔네요. 끝까지 후회 없이 달려나가시길 바랍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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