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의노후준비 [1265597] · MS 2023 · 쪽지

2024-04-05 10: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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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성 턱관절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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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크게 벌어지지 않고, 입을 벌릴 때마다 통증이 수반되는 그런 병이다.


요즘 구강내과를 다니면서 치료를 받고 있다.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해서 잘 생각해보았다.


무슨 스트레스를 그렇게 받았는가.


평소 생활이라고 해봤자 근무지 -> 집의 반복이다.


때문에 아무래도 근무지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리 스트레스였는가.


솔직히 업무강도는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생하는 현역들에 비하면 별거 아니다.


재작년에 학기중에 강의도 들으면서 과외수업 7개 돌릴 때가 훨씬 힘들었다.


하지만 그 때는 아무리 몸이 힘들어도 정신적으로는 멀쩡했다.


지금은 육체적인 일은 그리 힘들지 않아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근 2주간 병원을 다니며 잘 생각해봤다.


'인정의 부재'가 가장 큰 것 같다.


과외할 때는 비록 연속 6시간을 수업할지언정 항상 인정을 받았다.


'내가 필요한 사람이구나. 나에게 고마워하고 있구나.' 이런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근무지에서 일은 아무도 날 인정해주지 않는다.


문서 파쇄, 서고 정리, 택배받기,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귀찮아서 아무도 안하는 일들.


그런 일들을 누구의 인정도 없이 계속하고 있다보면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 같다.


사무실 구석에 무더기로 쌓아놓은 책들을 정리하고, 통신실에 박스 채로 버려놓은 폐지들을 파쇄하고 그리고 그 문서들을 파쇄하는 내가 있는데 고맙다는 말도 없이 다시 새로운 폐지 박스를 두고가는 직원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물론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다. 여기 직원들도 바쁘고, 이건 내가 해야할 일이고 이런거 사소한거에 고맙다고 해줄 여유는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나도 이 일이 하고 싶어서 온 사람이 아니다. 그냥 어쩔 수 없이 온거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보면 스트레스가 점점 쌓인다.


얼굴이 경직되고 목에 힘이 들어간다.


이런 일을 겪다보니 가사노동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가사노동도 내가 하는 일이랑 비슷하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도 안하려는 일..


나는 처음에 가사노동을 하는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게 잘 공감되지 않았다.


그런데 스트레스는 업무강도에서 오는 것만이 아니다.


아무도 내 일에 인정을 해주지 않을 때도 오는거다.


아무튼 이제 스트레스좀 덜 받고 살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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