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혹은 n수를 결심한 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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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고딩때 공부해본 적 없는 삼반수생입니다
흔히 노베라고들 부르죠
친구들 다 대학 가니까 불안한 마음에 재수를 시작했습니다
근데 뭐 처참히 망했죠 수능에서 커리어로우를 찍고 지거국 갔습니다
독학재수학원을 다녔고 상담도 제대로 안 해주는 곳에서 오르비분들 글 올린 거 보고 혼자 정보 찾고 해서 공부했어요
맨처음엔 인서울을 쉽게 생각했습니다
3개월? 아니 2개월 깔짝해놓고 6모 때 성적이 어느정도 나왔거든요 노베 상태에서
‘노베에서 이 정도 공부했는데 이 성적이라고? 인서울 그냥 가겠는데?‘ 이 안일한 생각
9모 보고 나서도 변한게 없었고 수능에서는 앞서 말했듯 커리어 로우를 찍었습니다
울면서 지거국을 갔고 반수 목표로 갔기에 1학기 끝나자마자 휴학 했습니다
작년에 한 게 있으니 독학재수학원을 갔고 계획 세웠습니다
정말 착실히 공부했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2~3개월을 보냈습니다
9모 보기 전까지 자신감 만땅이였고 9모를 보고 난 후 밑도 끝도 없이 추락했어요
9모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군수 준비하자‘ 이 생각하자마자 아찔하더라구요
군수를 준비해서 두 번 더 본다고 해서 이 문제들을 맞출 수 있을까?
9모에서 멘탈 완전히 박살난 이후로 공부를 거의 안 했습니다
아니 했는데 머릿속에 들어오는 게 없었어요
매일 웃고 다녔고 살면서 화낸 적은 손에 꼽아요
웃는 상에 남들 기분 나쁜 말도 손에 꼽아요 만약 내가 잘못을 했다면 바로 사과하는 편이구요
음
근데 이제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10대 때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어떤 말을 하고 다녔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요 그냥 웃고 다녔다? 나쁜 말은 거의 한 적이 없다?
내가 왜 그랬지? 병신인가? 왜 참고 다녔지? 하며 지금은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웁니다
틈만 나면 화를 내고 있고 이제는 웃고 있지도 않아요
그냥 별 것도 아닌 거에 화를 냅니다 이게 ㅈ같네 저게 ㅈ같네 하면서요
멘탈이 강한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사람도 안 만나니
그냥 미쳐가더라구요
생각해본 적도 없는 정신과 약을 먹게 되었고
상담을 받으니 뇌가 불안 초조 우울 화남으로 찌들어있는 상태라고 하시더군요
이번 수능을 어떻게 보든 그냥 성적 맞춰서 학교 들어갈 거 같습니다
내가 원하던 인서울 학교에 학과? 이제는 중요하지가 않아요
그냥 일단 살아야겠습니다 이 입시판에서 떠나야겠어요
다시 나를 찾고 싶어요
다른 평범한 친구들처럼 웃으며 해외여행 다니고 싶고 축제들도 다니고 싶습니다
원래 잘했던 분들이 재수 혹은 n수를 하신다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원래 잘하셨고 잘하실 거니까요
그런데
노베이신 분들에게는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쉽지 않을 겁니다 많이요 그쪽이 생각했던 그 이상으로 힘들 겁니다
나는 멘탈이 강하니까 괜찮아
나는 외로움을 안 타니까 괜찮아
아뇨
실패를 경험하는 순간 멘탈은 무너져 내릴 것이며
학창시절엔 당연히 내 옆에 있던 친구들은 없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겠다 하시는 분들은
독재학원은 가지 마시길 바랍니다 기숙을 들어가든 하세요
하나부터 열까지 내 행동을 제약하고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알려주는 곳을 가세요
분명 혼자서도 잘하시는 분들 있을 거예요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극히 일부입니다
잘되신 분들만 글을 쓰니 당연히 잘될 거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그런데 지거국만 해도 n수생들 꽤 많습니다 그 분들도 분명 잘될 거라고 생각하셨겠죠
입시판에 발을 들인 그 순간부터
‘한 번에 나가야지’라는 생각을 버리지 마십쇼
현우진 강사님이 그러셨잖습니까
올림픽이 아니라고
한 번뿐인 이십대입니다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흔히 말하는 청춘이죠
뭐든 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제일 자유로울 나이죠
이 시기를 버리고 하는 겁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20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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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재수 생각하게 되는 현역인데.. 너무 무섭네요 ㅠ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