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대학이 '계층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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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2021.8.9
내가 쓴 교과서에도 설명해 놓았지만, 경제학자가 보는 교육의 의미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견해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인적자본이론(human capital theory)으로, 교육은 이를 받는 사람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일종의 투자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견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더 많은 보수를 받는다고 설명하는 거지요.
이것이 바로 가장 많은 수의 경제학자들이 지지하는 다수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교육이 일종의 신호를 전달하는 수단이라고 보는 견해입니다.
정보경제이론에서는 정보를 갖고 있는 측이 (정보를 갖지 못한) 상대방에게 자신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신호발송(signaling) 행위를 한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상품의 품질에 대해 의심을 갖고 있는 소비자에게 품질보증(warranty)을 제공하는 것이 신호발송 행위의 일종이지요.
이 견해에 따르면 교육은 이를 받는 사람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신호를 보내주는 역할만 한다고 합니다.
마치 수컷 공작의 화려한 깃털이 암컷에게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다는 신호를 보내듯이요.
즉 교육의 핵심적 의미는 신호발송 수단으로서의 역할에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인적자본이론에 비하면 신호발송 수단으로서의 교육을 지지하는 경제학자들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곰곰이 살펴보면 이 견해가 매우 큰 설득력을 갖는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현실의 교육이 그것을 받는 사람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측면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생산성과는 무관한 측면이 의외로 강한 것 역시 사실입니다.
소위 명문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취업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더 좋은 대우를 받은 이유가 과연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명문대학일수록 교육의 질이 더 높고 그래서 명문대학 출신의 생산성이 더 높아서 그런 걸까요?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본질적으로 말해 난 명문대학 출신의 생산성이 더 높다는 주장 그 자체에도 선뜻 동의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것과 직장에서 일을 잘 하는 것은 각기 다른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예컨대 공부 잘 하는 데 좋은 인간관계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사회에서의 성공에는 좋은 인간관계가 필수적입니다.
이기적인 사람이 대학성적은 all A를 받을 수 있겠지만, 그가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기업들이 명문대 출신을 우대하는 것은 그것이 사실인지의 여부를 떠나 명문대학 출신의 능력이 더 좋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대학 졸업장, 특히 명문대학이라고 불리는 대학 졸업장에서 그것의 소유자는 좋은 능력을 갖는다는 신호를 받고 그들을 우대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런 믿음이 현실과 부합하는지를 실제로 검증해 보려고 노력하는 경영자는 거의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Northwestern대학의 L. Rivera 교수가 쓴 Pedigree라는 책을 읽었는데, 미국의 엘리트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신입사원을 뽑는지에 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는 엘리트 기업은 미국사회에서 최고의 직장으로 여겨지는 투자은행, 컨설팅회사 그리고 대형 로펌들입니다.
이 기업들의 초임은 여느 기업의 몇 배나 되고 여기서 직장을 얻는 순간 미국 사회의 엘리트 계층에 편입되게 됩니다.
저자는 이 기업들을 통틀어 EPS(elite professional service) 기업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의 신입사원 선발과정을 자세하게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극소수의 소위 명문대에 한정해 지원자를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이 core school이라고 부르는 최고 명문대 출신만 고려대상으로 삼고, target school이라고 부르는 차상위 대학 출신은 드물게 고려대상으로 삼는다고 하네요.
그 외의 대학 출신자들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하구요.
저자는 EPS 기업들의 인사담당자들을 만나 왜 최고 명문대 출신만 고려대상으로 삼는지 물어보았답니다.
그들의 대답은 명문대의 입학사정관들이 최고의 능력을 갖춘 사람들만으로 골라 뽑아놓았을 테니까 우리는 그걸 믿고 그런 대학에서만 신입사원을 뽑는다고 대답했다는군요.
개개인의 능력을 검증할 생각은 전혀 없고 그저 명문대 졸업장이 보내는 신호만 보고 신입사원을 뽑는다는 의미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엘리트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엘리트 직장을 갖는 경로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소위 명문대라고 부르는 곳에는 부유층의 자제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지적합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명문대에 부유층의 자제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의심의 나위가 없는 사실입니다.)
이와 같은 구조 때문에 사회계층이 고착되는 경향이 발생한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입니다.
영어로 pedigree라는 것은 가문, 문벌 혹은 혈통을 뜻하는데, 바로 이 단어를 제목으로 선택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누구나 노력만 하면 출신과 관계없이 성공의 사다리에 올라탈 수 있다는 소위 ‘미국의 꿈’(American dream)이라는 게 허황된 수사에 불과하다는 뜻이겠지요.
그리고 대학은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아니라 계층구조를 고착시키는 도구가 되어 버렸다는 의미도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게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사회의 이야기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우리 사회에서도 대학이 계층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하던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기득권층은 온갖 그럴듯한 논리를 동원해 자기네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대학입시제도를 고착화시켜 왔습니다.
이런 불평등한 사회구조하에서 자신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말은 지극히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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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JZRHd3oOdFA
??: 모두가 용이 될 수도 그럴 필요도 없어
사회가 선진국이 될수록 더 저런게 더 고착화되죠..
계층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과 질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저런 결과는 당연한 결과임
이러한 차이는 과거보다 현대에서 굉장히 경감된 모습을 보이는데 그 이유는 매체의 발달로 접하는 정보의 양과 질이 부유계층과 차이가 경감되었기 때문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관점에서는 대학이 계층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충분히 한다고 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