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독존 [1055336] · MS 2021 · 쪽지

2023-03-31 19: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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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하면, 될까?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2564338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마이클 센델의 책을 읽으면서 요새 느끼는 바가 있어 컴퓨터 앞에 서보았습니다.

이 책에서도 제게 와닿았던 부분은 바로 승자와 패자에 대한 관점이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자유에 대한 과도한 강조와 함께 능력주의가 세계를 지배하는 원리가 되었습니다.

이때 능력주의의 핵심은 바로 '하면 된다'라는 키워드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기에


이 말은 희망을 주는 것처럼 보통 쓰이지만, 뒤집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건데 넌 못해?) 


이런 식으로도 적용되면서 해내지 못한 사람들에겐 굴욕을,

해낸 사람은 자신에 대한 성취감에 둘러싸여 오만을 얻게 됩니다.


문제는 해내지 못한 사람들은 굴욕을 느끼면서도 해낸 사람들을 부러워해야 합니다.

왜냐면 자신이 게을러서, 노력이 부족해서 ... 즉, 잘못을 해서 이런 상황이 되었다고 생각해야 하거든요.


이런 풍조는 우리나라에도 직격으로, 특히나 수험판에서도 지배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오르비만 해도 검증을 위한 뱃지 시스템이 있는데, 

검증된 사람의 학습 글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뱃지가 없는 사람의 글은 상대적으로 묻혀 고르지 못한 기회 분배가 이루어집니다.


그렇다면 뱃지가 없는 사람은 능력이 없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글이 노출될 기회가 적어도 되는 게 당연할까요?

수학은 뱃지가 있는 사람이 잘할지언정, 노뱃인 사람이 특정 공부 관점에서는 더욱 날카로운 견해를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회 자체를 부정하는 풍조가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너 점수 얼만데'


'나보다 점수 낮으면 그냥 조용히 하고 있어'


물론 저런 말을 들을 만한 짓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신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뭐라도 된 양 뇌피셜을 써서 수험생을 혼란스럽게 하는 분들은 저런 말을 들을 상황이 될 수도 있겠죠


그치만 저런 표현들이 너무 과도하게 쓰이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읽어보고 나서 타당성 검증을 해보고 그 다음에 평가가 이루어지면,

보다 많은 글들이 빛을 보고, 읽는 사람 입장에서도 원하는 정보를 얻을 기회가 많아질 텐데


요새는 '타이틀', '네임 밸류'가 너무 막강해져버린 느낌입니다.


이 사이트는 그나마 여러분들이 관심을 갖고 칼럼, 학습글들을 봐주는 덕택에

저같은 사람도 단기간에 나름의 평판과 명성을 쌓을 수 있었죠.


물론 제 글이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 덕도 있겠지만,

애초에 저렙노프사였던 제 글을 처음부터 알아봐 준 몇몇 분들이 없었다면

저도 이 곳을 탈퇴한지 오래였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풍조가 공부 마인드에도 상당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

하필 이곳에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100일이면 노베 의대 ㄱㄴ?




ㄴ ㅇㅇ ㄱㄴ

ㄴ 하면 되긴 하지 이론적으로









정말 하면 될까요












여기서 가장 무서운 두 글자는 바로 '하면'입니다.

단순한 조건 같지만 엄청나게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너의 머리가 얼마나 좋은지에 따라 결정될 노력의 양을 모두 충족하며,


그 노력의 방향이 공부의 본질을 정확히 가리킬 수 있으며,


위의 두 가지를 하도록 도와줄 선생님이나 교재를 마련하고 알아볼 수 있으며,


1년 동안 초심을 잃지 않고 위의 것들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가능입니다.

그렇지만 저기에는 재능, 환경, 노력이 뒤범벅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주로 [노력]으로만 '하면'을 해석합니다.




정말 노력하면 된다. 상황이 안 좋으면 좀만 더 하면 된다.


이게 오히려 수험생들에게는 독이 됩니다.




저도 현역 때 정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의대는커녕, 인서울 공대를 서성이는 정도의 성적을 받았습니다.

재수때보다도 노력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력의 양만 많았습니다.




제 기존 공부 방식이 잘못되어 즉, 노력의 환경과 재능이 부족했었지만,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현역 때는 없었고,

노력의 방향이 공부의 본질과 거리가 멀어 노력이 무산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죠.




그래서 저는 지난 1년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어디가 옳은 방향이고, 전력을 어디에 쏟아야 할지 알리려 노력했습니다.




노력! 


정말 좋은 단어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저 단어의 무게를 반드시 연초에 알았으면 합니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최고가 아니면 사람은 꺾입니다.

노력의 '양'만이 최선을 결정하지 않는데, 그렇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노력의 방향도 맞아야 최선을 다한 거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진짜 최선을 다해보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런 내용을 담은 글의 링크를 하나 드리겠습니다

작년에 수험판에 계셨던 분들은 아마 많이 보셨을 것 같으니 양해부탁드립니다.


https://orbi.kr/00054557791 _ 공부란 무엇인가  _ 좋아요 수 400대 / 조회수 3만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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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내용들을 상세하게 담은 글을 제가 쓰기로 여러분께 약속드렸던 바 있습니다.


죄송스럽게도 아직 마무리짓지 못했고, 일부만을 올리기에는 완결성이 떨어져 무기한 보류해야 할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하려 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좀 생겨서 글의 빈도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걸 저 자신도 체감했기에


좀 더 명확하게 여러분들과 옳은 길의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선 짧은 글들부터 다시 써보면서 페이스를 찾아보겠습니다


또다시 기다림을 기약드려 죄송합니다 


다음 짧은 글은 '내신 서술형에서 근사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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