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원 [1144720] · MS 2022 · 쪽지

2023-02-18 02:46:05
조회수 4,345

(공연) 서울대 합격, 또 다른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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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2월 말 끝나면 계정 이름 넘겨주고 계삭하려고 했는데, 마음이 바뀌었어요. 계정 이름 보존한채로 반영구적 휴르비가 될 것 같습니다. 계정 이름 받으시려고 했던 분이 계셨는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사과드립니다. 물론 2월 말 끝나면 한참동안 안 돌아올 것은 자명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추후에...

짤은 이 글과 관련이 있습니다.



오늘도 저의 이야기를 들으러 와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지난 몇 달 간의 진심어린 응원과 사랑 덕에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자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합격 이후 행복한 순간은 찰나, 저에게 또 다른 벽이 남았다는 것을 직감하는 순간, 다시금 한숨을 쉬게 만듭니다.

(예전 글에서 올린 적 있어서 글 읽다보면 그때 글이 무슨 내용이신지 짐작은 하게 될 겁니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서울대 가면 친구 좀 만들어야지"

"학점 좋고 논문 쓰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야"

"이젠 예전처럼 혼자 다니지 좀 말고"

"친구 좀 만들어, 자기관리 좀 하고"

...

그렇습니다. 예상은 했었지만 제가 찾아가는 곳마다 저에 대해 상세히 아시는 분들이 모두 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축하 -> 군대+저 말' 이 구조가 정말 지겹게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감사한 마음보다 불안한 마음만 커져갔습니다.



분명히 설대 합격은 축하받을 일이고, 뒤에 따라붙는 말들도 어떻게 보면 '그냥 관례상 하는 말' 정도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아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15년 가까이 '친구', '인간관계', '사교'라는 말만 들으면 저절로 심장이 쪼그라들고, 숨이 막히고, 머리가 새하얘집니다.



물론 다들 왜 저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친구는 커녕 인간관계 링크 자체가 거의 연결 불가에 가까운 수준이기 때문에..

중학교 때 까지는 스트레스는 받지만 그래도 '의지'라는 것 자체가 있었습니다. 근데 고등학교 때부터는 '의지'를 상실하고 그냥 흘려보내고, 대학교 넘어오면서 부터는 저 말 자체만 나오면 한숨만 푹푹 나옵니다. 어떤 말투로 말해도 그냥 잔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몇 번은 예민한 시기에 "그 얘기 좀 그만하지?"라는 어투로 나오다가 제대로 싸운적도 있었습니다.




이번 새대나 새터도 당연히 가지 않았습니다. 다만 새대는 어머님도 알고 있었는지 제가 적당히 둘러대며 빼버렸고, 새터는 예전에 심리적으로 죽을 듯한 기억에(이건 이번 주말 중~다음 주 초반에 '새터썰'로 풀도록 하겠습니다.) 안 말하고 넘어가려다가 하필이면 학부모간담회 일정과 새터 출발날이 겹치는 바람에 들켜버린... 



이제 개학까지 2주도 남지 않은 시점, 당장 몇 시간 후에 화학 시험보러 서울대에 가야 하는데 벌써부터 설렘이나 기쁨은 사라지고 두려움과 걱정, 한탄만 남게 되었습니다. 신입생의 패기는 예전 학교 들어갈 때는 있었지만 지금은 24살이어서 별 감흥이 없어요. 물론 상대방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만...



가뜩이나 신입생 중 나이도 많은데다가 대인기피, 우울증 등으로 점쳐진 저에게 또 아무도 없다면 그냥 학교만 바뀐채 몇 년을 또 홀로 외롭게 다니게 될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저 위의 짤을 다시 가져와보죠.

현 코로나 이후 모든 관계가 끊어진 현재, 딱 이 상황입니다. 



(장면 1) : 나는 외롭다고 느끼는 상황이고, 실제로도 외롭습니다. 그리고 대놓고 외롭다고 푸념을 하는 상황입니다.

(장면 2) : 나는 이 삶에 대해서 굉장히 푸념을 하면서, 서울대에서도 완전히 은따(아싸면 차라리 다행입니다, 예전 대학에서 무관심 되기 전까지 이 취급이었기 때문에...)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온갖 생각에 지쳐 있습니다.

(장면 3) : '누군가 너 친구 좀 만들어라' 라고 다가오면 짜증부터 나기 시작합니다. '그 방법을 알면 내가 이러고 있겠냐?' 이러면서 상담이나 치료를 사실상 거부해 버립니다. (어떻게 보면 서울대병원 의사 쌤과 제 관계 같습니다. 이미 Rapport가 사라진 지 4~5년이 지났습니다.)

(장면 4) : 저에겐 해결책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고독사 할 것 같다며 밤새 잠을 뒤척입니다.



예전부터 제 안에 온갖 역설과 모순이 가득 자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외로움' -> '인간관계를 형성하길 원함' -> '사람들에게 다가감' -> '사람들이 거부하고 싫어함' ->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싫어짐' -> '사람들이 다가옴' -> '사람들이 무서워서 벽을 쌓음' -> '외로움' -> ...



'외로움' -> '인간관계를 형성하길 원함' -> '자기자신을 가꿈' -> '사람들이 싫어함' -> '상처받음' -> '자기자신을 가꾸지 않음' -> '(주변) 사람들이 싫어함' -> '상처받음' -> '집에서 나오지 않음' -> '주변 사람들이 싫어함' -> '집에서 나옴' -> '외로움' -> ...



도저히 뭔가 할 수 없는 환경입니다. 어디다 손을 대야 하는지 감조차도 안오는 사이클이 돌고 있습니자. 이 복잡한 회로가 담긴 곳은 초등학교 입학 이후 약 16년을 거대한 성벽을 쌓아놔서 마치 강력한 절연체와 같은 상태로 변했습니다. 어떠한 전류자극이 들어와도 반응하기 힘들어진.




더 이야기하기도 지치네요... 그래서 저는... 그냥...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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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짜증을 내기 시작합니다. 표정이 매우 좋지 않네요.

내가 저 사람 한탄 들으려고 몇 분 몇 십초를 낭비하는 것인지, 배터리 2~3%를 왜 날려야 하는지, 일부 반응에서는 험한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잠시후, 그렇게 불평하는 사람들이 모두 나가버리고, 공연장의 불은 꺼집니다."







잠시 후, 다시 작은 불이 저를 비추이며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저기까지만 읽었으면 그냥 흔히 보는 푸념글, 한탄글에 속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에 결심했어요. 



24살, 수능 다시 보기 힘들어질 수도 있는 이젠, 마지막 대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 저에게 도저히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제 관계적 운명을 바꾸고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3월부터 다치고 죽을 듯이 한 번 부딪혀 볼 거에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합니다. 



결과는 2가지 중 하나일 것입니다. '지석진' 아저씨 같이 나이가 많지만 동생들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되던지, 아니면 구) 대학 1학년 생활보다도 더 비참해질지. 물론 후자의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만, 혹시 또 어떤 좋은 인연이 만들어질지...



인간관계에 너무 집착하는 것도 물론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어요. 관계의 동물이죠. 저도 이제 제 스마트폰 스크린에서만 빛나는 가상의 친구, 사랑말고... 현실에서 살아가는 그런 친구, 사랑... 깊지 않아도 좋으니 나랑 연락해 줄 사람, 나의 생사라도 알아줄 사람... 




올해 입시를 기적적으로 통과한만큼, 즉 한 개의 높은 벽을 통과한 만큼 나머지 하나의 벽도 통과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럼 개학하면 학교에서 다시 만나요☆기다리고 있을게요...




저는 서울대 어딘가에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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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원 씨의 희미한 독백과 모든 공연장의 불빛은 꺼집니다.

I see you... Sicenrely

the way of 'I 'connects all things... 

Before my birth, and after my d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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