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글싸개 [1159823] · MS 2022 · 쪽지

2023-02-03 20: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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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울대 메타여서 알아본 어원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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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병신

'병신(病身)'은 한자어로 '신체의 어느 부분이 그 기능을 잃어버리거나 기능에 제약이 있는 상태 또는 그런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풀이된다. 그러나 중세에는 문자 그대로 '병든 몸' 혹은 '병든 사람' 등을 의미했고 조선왕조실록이나 두시언해 등의 중세 시절 문헌의 '病身'이라는 기록을 통해 이를 알 수 있다. 이 말이 다리나 팔 등 신체 중 일부가 불편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 되고 시간이 흐르며 그러한 사람들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욕이 되었고 부정적인 의미가 포함되자 단순히 장애인을 욕할 때만 쓰이지 않고 머리가 좋지 않은 사람이나 멍청한 사람을 뜻할 때도 쓰이게 된다. 욕은 특히 부정적인 쪽으로 의미 확장이 잘된다. 



2. 노루


'노루(roe deer)'는 사슴과에 속하는 동물인데 관악산을 점프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깊다. '노루'는 '노로'로 쓰인 단어인데 단독으로 쓰이거나 자으으로 시작하는 조사와 결합하면 '노로'로,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와 결합하면 '놀ㅇ'로 이형태 교체를 하였다. 이는 '오ㄹㆍ다(오르다)'와 '다ㄹㆍ다(다르다)'에서도 보이는 이형태 교체와도 유사하다. 훈민정음의 "듕귁에 달아'의 '달아'는 '다ㄹㆍ-+-아>달아'가 된 것인데 아래아와 'ㅏ'가 만나 모음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아래아가 탈락하고 '달'은 '달ㅇ'이 되어 '달아'로 표기가 된 것이다. 여기서 ㅇ은 음가가 있는 후두 유성 마찰음[ɦ]으로 추정되는데 연철 표기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세국어에서만 보이는 유형의 ㅇ이다. 원래는 아래아가 탈락하고 ㄹ이 제2음절로 넘어와 '다라'가 되어야겠지만 이 경우 '-ㄹ다'로 끝나는 용언과 혼동될 우려가 있어 후두 유성 마찰음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달다(sweet)'에 어미 '-아'가 붙으면 연철이 되어 '다라'가 되고 '다ㄹㆍ다'에 어미 '-아'가 붙고 연철이 그대로 되면 얘도 '다라'가 될 것이니 '달아'로 써 표기를 구분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16세기 이래로 후두 유성마찰음 'ㅇ'[ɦ]이 점차 사라지면서 ㄹ이 첨가되어 '놀ㅇ'은 '놀ㄹ'로도 나타나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동사 '오ㄹㆍ다'의 활용형인 '올아'가 '올라'로 변화한 것과도 흡사하다. 이는 '올ㅇ-'과 같은 이형태가 '흐르-/흘ㄹ-'과 같은 교체를 보이는 불규칙 활용에 유추되어 '올ㄹ-'로 바뀐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놀ㅇ'이 '놀ㄹ'로 쓰이게 된 것은 용언의 활용에 유추되어 나온 변화로 보아야 할 듯하다. 혹은 중철로 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다 19세기부터는 '놀ㄹ' 형태가 사라졌고 더 이상 '노로/놀ㅇ'으로 이형태 교체를 보이지 않게 되며 '노로'만으로 쓰이게 되었다. 19세기 이후에 제2음절의 모음 'ㅗ'가 'ㅜ'로 바뀐 '노루'가 정착하며 지금까지 내려온 것이다. 


'노루'의 '노로/놀ㅇ'와 같은 이형태 교체는 '가ㄹㆍ(가루)'나 '쟈ㄹㆍ(자루)'에서도 보이는데 마지막 음절이 'ㄹㆍ'인 명사에서 주로 보이는 경우라 할 수 있다. ㄱ곡용(나모/남ㄱ)과 ㄱ 약화(몰개>몰애/알고>알오)를 생각해 보면 모음이 ㄱ이 되고 뒤에 오는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로 인해 약화되어 후두 유성마찰음 ㅇ[ɦ]이 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노로/놀ㄱ'이 되고 '놀ㄱ'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가 오면 'ㄱ'이 약화되어 ɦ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ㄱ과 모음 간의 음운론적 유사성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참고로 '노루'는 '노랗다'에서 온 말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현대 어휘의 음운론적 유사성을 근거로 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어원은 아직까지 불명이다.




rare-쉬라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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