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끝나고 보니까 나 기균 대상자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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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님 이혼했대. 근데 난 그걸 10년 넘게 몰랐어
그걸 어떻게 모르냐고 물을 수 있는데 어떻게 몰랐냐면 원래 아버지가 출장 많이 다니는 직업이시고 워낙 어릴 때부터 집에 잘 안 오셨거든.. 이혼하고 나서도 가끔씩 집에 들르셨고 나 고3 다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한 달에 한 번 내지 두 번은 집에 오셨었음. 게다가 고등학생 되고 나서는 할머니가 아프셔가지고 아버지께서 할머니를 도와주셔야 한다. 네가 수험생이니 아버지만 할머니댁에서 잠시 지낼 거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셔서 의심 하나 하지 않았고... 워낙 어릴 때부터 이런 상황이었어서 모를 수 있었던 거 같아
사실 초등학생일 때 담임선생님이 나만 따로 불러서 혹시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냐고 물어본 적이 있거든? 어릴 때 기억인데도 너무 충격적인 질문이었어서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나. 당연히 난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네..? 아니요..." 이렇게 대답했고 선생님께서는 한 번 쯤 더 물으시더니 나를 다시 돌려보내셨어. 그 날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 뭔가 오해하셨나보다. 우리가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주소지 이전이 안 됐나보다. 라고 말씀하셨고 지금 다 알고 생각하면 이상하지만 그 당시 나는 초등학생이었고 스마트폰도 없었고 컴퓨터도 몇 번 만져본 적 없는, 그러니까 인터넷으로 찾아본다는 생각 자체가 어려웠기에 그 말을 그대로 믿었고 ㅋㅋㅋㅋ (사실 그냥 믿고 싶었던 걸지도)
알게 된 경위는 진짜 별 거 없어. 언니랑 이야기하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언니가 "우리 엄마랑 아빠도 이혼했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했는데 벙쪄서 물어보니까 이혼했다더라.. 당연히 내가 아는 줄 알았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벌써 10년도 넘었다고 진짜 몰랐냐고 되묻고... 그 말 들으니까 퍼즐이 맞춰지더라 왜 초등학생 때 선생님이 그런 말을 하셨는지... 그리고 갑자기 눈물이 막 나는거임 진짜 거짓말이 아니고 나 수험생활 하면서 절대 안 울었거든 다음날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울고싶어도 미친놈처럼 그냥 참았단 말야? 근데 진짜로 너무 배신감이 들더라 이혼을 했다는 사실이 슬픈 게 아니었음. 연인도 헤어지는데 부부라고 이혼 못할 건 뭐임? 그건 그럴 수 있는데.. 어떻게 자기 자식한테 그런 중요한 문제를 10년이 넘게 감출 수가 있어??? 심지어 직접 말해줘서 알게 된 것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얼렁뚱땅 다른 사람 입 통해서 알게 된 게 너무 미웠어. 정말로 나를 둘러싼 세계가 그 순간 다 거짓말같더라 ㅋㅋ
제목은 좀 안 심각하게 써보려고 했는데 내용은 어째 좀 심각해졌네. 이미 알았지만 부모님은 숨기려고 하는 거 같으니까 직접 말씀 하실 때까지는 모르는 척 하려고 해.. 이런 이야기를 다른 사람한테 털어놓을 수는 없으니까 여기에라도 끄적여 봤는데 괜히 무거운 이야기 접하게 했다면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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