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ito Ergo Sum [1105120]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2-12-01 21:30:34
조회수 3,854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9952202

오늘도 돌아온 잡담식 칼럼


지금 시기에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든 졌든 여러모로 고민이 많은 게 당연합니다.

예상보다 시험을 너무 못 봐서 슬퍼하는 학생만큼이나

나름 잘 봤는데 본인은 만족하지 못하는, 그런 학생을 보는 것도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래서 수험생 신분으로 이 즈음에 제가 했던 생각을 조금 적어둔 걸 

이것저것 고쳐서 올립니다.

그때에 비해 글 솜씨는 좀 좋아진 거 같네요 ㅋㅋㅋㅋ


----------


왜 살아가냐? 라는 말을 들으면 예전의 나를 포함한 99%의 사람들이

또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듯이 쳐다보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또한 본인의 삶을 놓고 고민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질 수밖에 없다.


사실, 정신 없이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 번뇌가 어디서 오는지 이미 알고 있다.

할 일이 차고 넘치는 사람은 그러한 주제를 꺼내볼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유로울 때 할 수 있는 생각이라지만, 한 번은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

.

.

늘 행복할 수는 없다.

언제나 행복만이 가득하다면 그 순간 행복의 가치는 사라지리라.


우리가 삶을 연명한다..라고 농담처럼 말하면서도 오늘을 살고, 또 내일을 살 수 있는 이유는

힘든 시간 속에서 피어나는 조그만 행복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관념적인 이야기이자, 감성 충만한 끄적임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불만이 어느 정도 사라지게 된다.



새옹지마.

늘 쓰이는 말이면서

불행을 겪는 입장에서 저 말을 건네는 위로만큼 듣기 싫은 게 없다.


적어도 불행 속에 있는 사람은 이를 공감할 수 없으며

지금 당장 눈 앞에 닥친 일에 분노하고 좌절할 뿐이다.



하지만 조그만 행복을 위해 살아간다는 대전제를 깨닫는다면 저 말의 의미에도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르는 생각을 떠올렸었다.


하지만 이 당연한 이야기조차도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모른다.

모르기에 분노와 절망이라는 감정을 '긴 시간 동안' 느낀다.


긴 시간을 강조한 이유는 간단하다.

뭔가 깨달은 것처럼 글을 쓴다 해도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전하는 다른 모든 이들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고 확신한다.


내가 남들과 다르게 무언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느끼는 부분은

감정을 낭비하는 시간이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다는 거.


어차피 지금 찾아온 불행은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왜 나왔을지 생각해보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은?


결국 우리는 수많은 절망 속에서 몇 안 되는 희망을 건지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


살아있으니까 살죠 - 와 같은 실없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결국은 다 똑같다고.


잡다한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었던 수험생활.

요즘은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언젠가 찾아올 희망을 생각하며 그저 웃어 넘긴다.


"오~ 멋있는 말인데?"


겪어본 사람은 '멋있어 보이는 말'에 생각이 그치지 않는다.

설득력을 얻는 차원에서, 문득 생각나는 나의 암흑기..를 조금 풀어보고자 한다.



불행은 길었다.


새옹지마라며. 희망도 있는 게 인생이라며.


절대 믿을 수 없는 말이라고 되뇌이면서 4년을 보냈다.

분명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치면서 명석한 두뇌를 인정받은 학생이었는데.

중2병 한 방에 모든 게 무너져 내렸다. 이거 진짜 드라마 찍는 거 아닌가?


하루에 10시간 이상 PC방을 전전하며 친구들과 지냈고

학교를 빠진 적도 있었고

게임하다가 들켜서 머리가 밀린 적도 있었다.

2016년 4월 13일이었을 텐데, 이 날 아마 국회의원 선거가 있지 않았던가?

맞는지 모르겠다. 숫자 기억력 하나는 타고난 편이라 맞지 않을까.


중학교 때는 동네 PC방을 다니다가

고등학교에 올라가고 나서는 집으로 돌아오는 역 - 대화역에서 열심히 게임을 했다.


그때는 야자가 있을 때라 석식도 먹어야 했는데, 석식이 안 맞다고 하며 저녁값을 따로 받았었다.

당연히 밥은 굶고 게임하는 데 썼다.


그런 인생을 18살 겨울까지 살았다.

4년 동안 그렇게 살면 정말로 뇌가 망가진다.


우리 형은 예체능으로 진출해서 아주 잘 살고 있는데

얼마 전에 그런 얘기를 했었다.

요즘 애들 잘 가르치고 있냐고, 자기도 수학 모의고사 볼 때 1페이지는 다 맞고 나머지는 밀었다면서..


나는 공부를 처음 다시 시작할 때 1번도 못 풀었다.

지수 법칙이나 합성함수 기호가 뭔지 몰랐으니 풀 수가 없었던 건 당연하다.


뇌가 망가지기도 했거니와 그 속에 든 것도 없었으니 정말 금상첨화였다.



그럼에도 공부를 시작했고, 약 1년 만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라고 하지만 좌절했다.


이후에 쓸 일이 있다면 쓰겠지만, 사람은 스스로가 바라는 대로 살게 된다고 믿는다.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그렇다고 해두자.


그런 이유로 내 목표는 시작부터 서울대였고

고3때 놀라운 성취를 이뤘음에도 남은 건 좌절 뿐이었다.

그리고 재수 때는 그 점수로도 서울대를 떨어졌고.


그럼 결국 나는 몇 년을 불행 속에 산 걸까?



내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끝이 좋으니 희망이 있니 없니 말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스스로 말하기 참 가슴 아프지만 끝이 좋지 않았다.

어쨌거나 진정한 내 목표는 이루지 못 했으니까.


그럼에도 이제는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

잠깐의 행복을 생각하며 살아가도 충분한 게 인생이다.



이건 사실 대학에 합격해본 사람은 당연히 아는 거겠지만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라고? 한국 최고잖아!(최고 아님)"

라는 말을 들어서 기분이 좋은 건 합격의 순간 그 쯤?


아마 서울대 의대라고 해도 마찬가지일 걸? 사람마다 다르니 확정은 지을 수 없는 게

나도 서울대 경영 붙여주면 죽을 때까지 행복할 거 같으니까..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역시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는 걸 깨닫게 된다.



딱 그 순간의 기쁨. 모두가 축하하는 상황.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느끼는 보상 심리.

짧게 지나가는 일이다.


그거 잠깐 느끼자고 각자의 역경을 견디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생에는 의미가 없는가?

오히려 짧은 시간 동안 행복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생각한다.



세 줄 요약


지금 좀 힘들어도 짧게짧게 찾아 올 희망을 떠올리며 살면 그게 인생이 아닐까.

지금은 공감하지 못 해도 상관없다.

불행 속에 있다고 느낀다면 그냥 어렴풋이 느껴지는 걸로 그런갑다 하자.. 어차피 빠져나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안 보인다.


끗.

 

0 XDK (+1,000)

  1.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