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Webb [1160601] · MS 2022 · 쪽지

2022-09-26 23: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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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씌어진 N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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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대치동은 남의 나라,

N수생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원비 봉투를 받아

필기 노-트를 끼고
늙은 강사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N수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N수가 이렇게 쉽게 이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대치동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형광등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수능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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