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traum04 [1166450] · MS 2022 · 쪽지

2022-09-26 21:41:19
조회수 2,407

한국사 공부하면서 고평가되었다고 생각하는 왕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8536628

바로 정조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어서 영정조대의 경제사를 좀 파본 적이 있는데 정조 이 양반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무려 "18세기"에 "세종 시기"로 돌아가고자 노력했던 훈고적 인물 그 자체였습니다.


신해통공의 예를 들자면,


애초에 난전 자체가 소상공인 같은 느낌이라기보다는 권세가를 등에 업고 하는 불법 사업 같은 느낌이라 금난전권을 줘도 시전상인들이 그걸 실행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니 금난전권을 시행해도 잘 굴러갈 리가 없고(금난전권을 쓴다 -> 다음날 영의정 댁 노비 패거리가 몰려와서 린치를 한다.), 그래서 비변사에 고위급 관직으로 공시당상 같은 것도 만들면서 관리좀 해보려고 하다가 그것마저 잘 안되니까, 


나중에는 난전들이 시전상인으로 둔갑해서 금난전권을 독점적 지위확보에 쓰는 것 같으니까 걍 육의전 빼고 다 엎어 식으로 한게 신해통공입니다.


즉 우리가 흔히 신해통공 하면 생각하는 정조의 이미지와 달리 이미 다 망가져가는 재분배 체제를 어떻게든 사수해보려고 기를 쓰던 양반에 가까웠던 거죠.


즉 그 목적 자체가 따라서 민생을 보호한다기 보다는 지배체제 유지에 더 신경을 썼던 거고요. (애초에 유교의 국가론에서 말하는 민생, 애민 등의 개념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민생 개념하고는 아예 다른 소리이기는 합니다.) 그렇게 유지, 강화한 지배체제를 통해서 나라를 한 삼백년 쯤 전 상태로 되돌려놓고 싶어했던 양반이 정조입니다.


머리 좋았던 거 맞고 능력있고 진취적인 인물이었던 것도 맞는데 그 방향성이 참 이상한 데를 향해있는 양반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오늘날에는 방향은 모르겠고 진취적이었다는 거에 의의을 더 많이 두는 것 같아요. 


과장 좀 보태서 한 백년 쯤 뒤에 태어났으면 유사 흥선대원군처럼 될 것 같은 양반인데 말이죠.


아마 정조마저 이런 식으로 부정해버리면, 전근대 유교국가였던 조선에서 근대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보려는 내재적 발전론의 시각이 좀 살아남기가 어려워서일 것 같긴 한데, 내재적 발전론의 근거를 사실 지배층의 담론에서 찾겠다는 생각 자체가 웃기거든요 그건 민중-사회사에서 찾아야지.


정조가 실재에 비해 좀 많이 고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한번 써봤습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