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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9 22: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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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물방울과 별의 꽃 (제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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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물방울과 별의 꽃

이시키 소타 


제2장


  

열여섯 살 여름. 7월 27일, 오토미가와의 불꽃놀이 축제. 거리를 내려다볼 수 있는 카제나데 언덕. 큰 불꽃 한 발이 빛의 커튼같이 눈앞에서 엄청나게 커졌다. 옆에는 네가 있다. 네 목소리가 들렸다.

“좋아해”

    나는 너에게 고백 받았다. 그걸 안 순간이었다.



    그 예언을 한 건 내가 여섯 살일 때였다. 한 여름이라 햇빛도 강했지만, 그런 건 신경도 안 쓰고 동네 친구들과 물총으로 물을 뿌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의식이 끊겼던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에 고백받는 장면을 봤다. 한순간의 일이었기에 아무도 내게 의식이 없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 같다.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아버지에게 말하니 그것이 예언이라고 가르쳐 주셨다. 그로부터 이치미야 집안 남자는 예언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도 들었다. 이치노미야 집안은 신관 집안이지만, 이 능력과 관련 있는지는 잘 모르시는 것 같았다. 아직 여섯 살 밖에 안 된 나는 10년 후인 열여섯 살 때를 예언했다. 그 정도로 먼 미래를 예언한 건 드물었다. 옛날에는 천 년 앞도 예언한 사람도 있었다고 할아버지에게 들은 적이 있다. 그러니 신기하다 해도 여기 3대 에게만 신기할 것이다.

    그로부터 주의할 것이 한 가지. 예언이 바뀌면 능력을 잃어버리니 예언을 바꾸려 하면 안 된다. 그렇게 아버지가 말했다.

    예언으로 고백하는 상대의 목소리는 귀에 익숙했다. 목소리는 10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그건 남자와는 다르게 변성기가 없어서인가.

    상대는 후타미 카에데. 동갑이고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집도 가까워서, 같은 집단 등교 그룹으로 매일 마주쳤다. 하지만 반이 달라서 말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우리 초등학교는 2년마다 반을 바꿔서 3학년 때 처음으로 그녀와 같은 반이 됐다. 그것도 바로 옆자리였다.

    반이 바뀐 후 자기소개 시간. 차례를 마친 나는 친구가 될만한 애들이 있을까 하고 설레하며 자기소개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1, 2학년 때도 같은 반이었던 애들의 자기소개는 무엇을 얘기할까 하고 재밌게 들었다.

    후타미 카에데의 자기소개를 들을 때만은 달랐다.

    나는 미래에 고백을 받을 상대를 잘 몰랐다. 자기소개는 그녀를 알 수 있는 다시없을 기회다.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도록 집중했다.

    지금 알 수 있는 건 그녀는 날씬하고, 지금은 나보다 키가 크다는 것. 가늘고 긴 머리카락이 아름답다는 것. 가끔 그 긴 머리카락의 일부를 얇게 땋는다는 것 정도다.

“후타미 카에데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모든 말을 놓치지 않겠다던 내 마음과는 달리 카에데는 그렇게만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엄청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결국 카에데에 대한 것은 딱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사람 앞에서는 긴장하는 성격이라는 것은 알게 됐다.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카에데에 대한 것은 앞으로 알아가면 된다. 왜냐하면, 우린 짝이니까 말이다.

    우선 첫걸음을 내디뎠다.

“잘 부탁해” 자기소개를 끝마치고 자리에 앉은 그녀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잘 부탁해” 자기소개를 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그녀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봤다. 많은 사람 앞에서는 긴장하는 것 같지만, 낯을 가리는 건 아닌 거 같다.

    그녀와 짝이기도 해서, 금방 친해졌고 한 달 후에는 카에데에 대해 꽤 알게 됐다.

    카에데는 피아노를 배우고 있고, 음악 수업을 좋아한다고 한다. 운동은 평균. 시험에서는 모든 과목에서 대체로 100점을 받을 정도로 머리가 좋았다. 책도 좋아해서 쉬는 시간에는 여자아이들과 도서관에 자주 가는 것 같다.

    수업 중에는 교과서를 빌리기도 하고, 잔소리를 듣기도 했다. 학교에 가는 것이 그렇게나 즐거워서 1학기가 끝나는 여름방학이 싫을 정도였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카에데와 만날 일이 없어졌다. 그래도 어디선가 카에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외출을 잔뜩했지만, 결국 만나지 못 했다.


    초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의 마지막 날. 거실에서 가방에 준비물을 싸고 있을 때였다.

    예언을 봤다.

    비오는 날. 하교길. 카에데가 강에 빠지는 일이었다. 나는 카에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거기서 장면이 끊기고, 의식이 돌아왔다.

    거실 텔레비전에서는 태풍 21호가 일본 열도에 접근한다는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저 강의 물높이로 짐작해보면 예언으로 본 날은 분명 태풍이 오는 날일 것이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등교 첫 날. 태풍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휴교 없이 수업을 하는 것 같았다. 어머니에 의하면 경보가 나오지 않으면 쉬지 않는다고 했다.

“조심해서 다녀와”

“네~”

    아버지의 배웅을 받으며 현관문을 열자 비가 내렸지만 지금은 그렇게 강하지 않아서 처마 앞까지 땅이 젖어 있지는 않았다.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갔다. 바람도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나는 집단 등교 아이들이 모이는 집합 장소로 향했다.

    1분 정도 걸어서 집합 장소에 도착하니 카에데가 있었다. 아직 다른 사람은 오지 않았다. 카에데는 내가 온 걸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우산 너머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옆모습을 봤다.

    카에데에게 가까이 갈수록 걸음이 느려졌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오랜만에 카에데와 만나는 것에 긴장하는 나였다. 여름방학 전에는 그렇게나 친했는데, 어떻게 말을 걸어야할지 몰랐다.

    카에데에게 다가가자 깨달은 것이 있었다. 카에데의 복장은 어깨에 프릴이 달려 있는 분홍색 티셔츠에 아래는 청반바지. 그건 예언으로 본 옷과 똑같았다. 역시 오늘이 그날이다. 이런 걸로 머뭇거릴 수는 없다. 카에데 옆까지 가서 말을 걸었다.

“안녕”

“아, 안녕. 아무도 안와서 정말 학교 가는 건가 불안했어” 카에데는 이곳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갈 거야. 쉬어도 좋을텐데” 그렇게 말하며 조금 전 카에데처럼 하늘을 올려다 봤다. 하늘 한 켠에는 회색 구름이 덮여있었고, 빠르게 흘러갔다. 하늘에서 부는 바람은 강한 것 같았다.

    카에데와 잠깐 얘기를 하니 다른 학생들도 속속히 모여들었다. 조금 전까지 한 긴장은 이미 사라져있었다.



    교실 창가 맨 뒷자리에서 밖을 내다본다. 빗줄기는 강해지고 있다. 창문에 비가 떨어져 안뜰 풍경을 번지게 한다. 바람도 아침보다 강해진 것 같다.

    3교시 수업이 시작하는 종이 울렸다. 평소라면 종이 울리기 전에 담임 선생님이 교실에 있었겠지만, 아직 오지 않았다. 모두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나도 옆자리에 있는 카에데에게 선생님이 왜 안 오실까라는 얘기하기 시작할 때, 교실문이 열리고 담임 선생님이 조금 급한 모습으로 들어왔다.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교단 앞에 서서 칠판에 무언가 쓰기 시작했다. 빗소리 속에 칠판과 부딪히는 분필 소리가 교실에 울린다.

“여러분, 이미 알고 있듯이 태풍이 접근했어요. 오늘 수업은 취소됐으니, 지금부터 집단 하교하세요” 선생님은 빠르게 얘기했다.

    교실이 다시 술렁였다. 선생님이 소리 높여 말했다.

“곧바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칠판에 쓰인 장소로 집합하세요”

    칠판에는 그룹과 교실이 각각 쓰여있었다. 카에데와 집이 가까워서 같은 그룹으로 중간까지는 함께 돌아가는 것 같다.


    1층의 여덟 개 교실에 서로 같은 지구에 사는 학생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 모인 그룹부터 하교를 시작했다. 한 그룹에 선생님 한 명이 인솔하는 것 같다.

    우리 그룹은 조금 늦게 모였고 하교했다. 바람은 이때도 아직 폭풍이라고 말할 정도로 강하진 않았지만, 우산을 써도 무릎 아래가 비에 축축하게 적을 정도로는 강했다. 종종 강한 바람이 불어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강하게 났다.

“조심해서 걸어가자”

    맨 뒤에서 인솔하는 체육 선생님의 소리는 빗소리 속에서도 잘 들렸다.

    나는 카에데 옆에 있으려고 했지만, 거기에는 친구인 여자애들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카에데 뒤를 진 치듯이 걸었다. 2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이 2열로 나란히 걸어갔다.

    열여섯 살에는 내 키가 더 커지는 걸 알고 있지만, 지금은 아직 카에데가 더 컸다. 카에데의 빨간 우산으로 슬쩍 보이는 분홍색 가방을 멍하니 바라보며 걸었다. 머릿속에는 이 아이를 지켜줘야 한다는 정의감으로 가득했다.

    예언에서 본 곳은 카에데 집에서 가까운 강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올 때는 우리 집이 더 가까워서, 내가 먼저 집에 도착한다. 집을 지나쳐 카에데를 쫓아가면 수상하게 생각해서 선생님은 말릴 것이다.

“나중에 보자”

    우리 집 근처까지 오자 나는 카에데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말하고, 집단과 헤어졌다.

“조심해서 가라” 체육 선생님의 쓸데없이 큰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나는 돌아가는 척하며, 길을 빙 돌아서 살금살금 집단을 따라갔다. 들키지 않도록 너무 가까이 가지는 않았다. 작은 우산 다섯 개와 큰 우산 하나를 쓴 집단이 10미터 정도 앞에서 걸어가고 있다. 선생님은 아마도 집이 가장 먼 학생을 따라갈 것이다. 그러니 예언에 나왔던 시기는 카에데 혼자였을 것이다.

    집단을 3분 정도 따라가니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서 카에데와 또 다른 한 명의 학생이 집단에서 떨어졌다. 예상대로 선생님은 남은 세 명 쪽에 붙었다. 집단과 떨어진지 얼마 안 돼서 카에데와 또 다른 한 명과도 떨어져서 혼자 남았다.

    그 뒤에도 몰래 따라갔다.

    카에데의 집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작은 돌다리에 다다랐다. 그러자 카에데가 돌다리 구석에 쭈그려 앉았다. 뭐라도 있나. 카에데는 다시 일어나서 돌다리에서 되돌아왔다. 들킬 거라는 생각에 몸이 굳어졌지만, 카에데는 그대로 강 옆으로 가서 다시 쭈그려 앉았다.

    내 눈에는 강가에 쭈그려 앉은 카에데가 보였다. 예언으로 본 것은 이 장면이었다. 나는 급하게 달려갔다.

    그때 카에데는 강에서 손을 뻗었다. 몸은 휘청거려서 강에 빠질 뻔했다. 내가 카에데에게 도착하기 직전, 카에데의 발이 미끄러져 강에 삼켜질 뻔했다. 강에 흐르는 탁한 물소리가 한순간에 멀어지고 카에데의 움직임이 느리게 보였다. 카에데에게 손을 뻗었다.

    닿았다. 내가 카에데의 손을 잡은 순간, 시간이 원래 속도로 흘러갔다.

“우왁”하고 카에데가 소리를 냈고, 둘이 둑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손에 잡고 있던 내 파란 우산은 땅에 떨어졌고, 카에데의 빨간 운산은 강에 떠내려갔다. 엉덩방아를 찧은 바람에 엉덩이는 젖었고, 손에는 젖은 풀과 흙의 감촉이 있었다. 예언에서는 좀 더 멋지게 살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어떻게든 시간에 맞춰서 다행이다.

“료?” 어떻게 여기 있냐는 표정이었다.

“괜찮아?”

“응. 고마워”

“우산 떠내려갔네”

“아……어떡하지!”

    카에데는 무릎을 꿇고 다시 강을 들여다봤다. 하지만 이미 거기에 우산은 없었다. 세차게 휩쓸려 다리 밑으로 삼켜졌을 것이다. 다리 근처의 탁한 물은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다. 다리 밑으로 가지 못한 탁한 물들이 넘치는 거겠지. 물높이는 다리 위로 다가오고 있었다.

“우산은 포기해야 할 거 같네”

    이쪽으로 돌아선 카에데는 울상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뭐 했어?”

“저거”

    카에데가 가리킨 곳에는 병이 있었다. 나뭇가지에 걸려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속에는 분홍색 꽃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탁한 강 안에서도 무척이나 아름답게 보였고, 확실히 눈길을 끌었다.

“저걸 꺼내려고 한 거야?”

“응”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였다. 강가에 아슬아슬하게 쪼그리고 앉아 오른손을 뻗었다. 닿을 거 같으면서도 닿지 않는다. 조금만 더 하면 닿을 거 같은데. 오른쪽 어깨를 좀 더 앞으로 내밀었더니 병에 가운뎃손가락이 닿았다. 그리고, 가운뎃손가락으로 끌어당기듯 병을 집어 들었다.

“잡았다!”

    그렇게 말하며 병을 카에데에게 내보인 순간 왼쪽 발이 젖은 흙을 파내듯 미끄러졌다. 중심이 무너지고, 몸이 강 쪽으로 기울었다. 병은 놓지 않았다.

    ――병을 잡은 쪽 팔을 누군가에게 잡힌 듯했다. 카에데의 손은 아니다. 좀 더 큰 손이다.

“읏챠”하는 아버지의 소리가 났다. 나는 아버지에게 둑으로 끌어올려졌다.

“아버지!”

“괜찮니?”

“네. 왜 여기 있어요?”

“알잖니?” 아버지는 그렇게만 말했다. 분명 예언일 것이다.

“둘 다 여기는 위험하니까 저기로 가자”

    아버지에게 이끌려 돌다리 위로 돌아갔다. 화났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게 아녔다.

“카에데, 다친 곳은 없니?”

“네”

“료는?”

“괜찮아”

“그렇구나, 다행이네”

“자, 이거” 나는 강에서 주운 병을 그녀에게 건넸다.

“고마워”

    흙이 곳곳에 묻은 병 속에 들어있던 연분홍색 꽃은 시들지 않고 꽃잎 다섯 장을 활짝 펴고 있었다.

“그럼, 아저씨랑 료와 돌아가자”

    세 명이서 카에데 집으로 향했다. 내 우산을 아버지가 쓰고, 아버지의 큰 우산을 카에데와 둘이서 썼다.

    카에데의 어머니께서는 연신 고마움을 표하셨다.

    카에데를 돌려보내고 아버지와 집으로 돌아갔다.

“여자아이를 구하다니 장하네”

“결국 아버지께 구해졌지만요”

“부모가 자식을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그건 그렇고 예언했으면 우산 하나는 더 들고 오시지”

“료도? 예언으로 봤잖아?”

“거기까지는 못 봤어요. 아버지가 오는 것도 몰랐고……”

“그렇구나. 아비의 예언에서도 이 아비 우산 밖에 안 들고 있었어. 게다가 료도 카에데랑 우산도  같이 쓸 수 있으니 좋았잖아” 그렇게 아버지에게 놀림당했다.



원문 출처: https://monogatary.com/episode/38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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