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센스 이방인 들어줘요 [1076031] · MS 2021 · 쪽지

2022-05-27 23: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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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번째 글귀 - 찬란한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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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달려왔다


이 길 끝에 무엇이 보이는지도 모르는 채로 달렸다


지평선 너머에 닿기 위해 달렸다


가열된 종아리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고


폐부엔 연기가 가득 찬것마냥 켈록거리며 달렸다


저 끝에 닿을 수나 있을까 생각할때쯤


뿌우- 하는 경적이 울려대고 


그 와 동시에 울려대는 야유소리


장막이 거쳐지고 수많은 관중이 드러난다


보이지 않던 끝엔 하얀 선이 생겼다


상황을 채 파악하기도 전에 드는 감정들


무기력함, 분노, 슬픔, 기쁨 


모든 감정들이 한데 뒤섞여 마구 뒤엉킨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의 찌꺼기들


벙어리가 된것처럼 소리치지도 못한다


귀머거리가 된것처럼 들리지도 않는다


장님이 된것처럼 눈 앞이 흐려진다


나에게선 어느새 찌꺼기들의 찌꺼기가 흘러내린다


바닥에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 땀 한 방울 


손톱에 박힌채로 떨리는 손에서 흐르는 피


그것들이 한데 모여 또다시 웅덩이를 이룬다


거기에 비쳐지는 붉게 상기된 내 얼굴과 거울안의 태양빛


끝에 닿지 못했어도 내 모습이 내 삶을 말해주고 있기에


내가 살아왔노라고 내가 죽지 않았노라고 내가 살아있노라고


연약한 살갗 뚫으며 울부짖기에


나는 눈물 흘리며 활짝 웃어본다 아아 찬란한 슬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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