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쉬워야한다 [982766] · MS 2020 · 쪽지

2022-02-26 02:01:17
조회수 7,429

칼럼) 도망쳐도 좋으니, 포기하지만 마세요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5109841

오늘은 구체적인 공부법도 아니고 그냥 자기계발서 문장처럼 보일 수도 있는,

어찌 보면 낯간지러운 소리일지도 모르는 내용이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매우 중요한 내용이라 적어보겠습니다.




"도망쳐도 좋으니, 포기하지 마라"





우리에게 공부는 '해야 하는 것' 이겠죠. 


"하루에 몇 시간은 공부 해야 해"

"하루에 수학 몇 문제는 풀어야 해"

"내일까지 숙제 해가야 해"


공부를 하다 보면

나에게 주어지는 의무들이 많고,

내가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의무들도 많을 겁니다.


의무들이 많아질수록 공부하는 게 힘들 것입니다.

하겠다고 다짐한 것을 못 해내면 스트레스도 받겠죠.


"내일까지 숙제 했어야 하는데 못했어."

"하루에 모의고사 하나씩 푼다고 다짐했는데 못 했어."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했는데 못 했어...."


본인의 의지력을 탓할 수도 있겠죠.

내가 더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 놀아서... 졸려서... 의지가 약해서...


나는 원래 재능이 없으니까... 집중을 못하니까... 

합리화를 할 수도 있습니다.




아, 그런데 우리 조금만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혹시 너무 무리한 요구를 스스로에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하고 있는 이게 정말 내게 도움이나 되는 걸까요? 


우리는 스스로에게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스케줄에 쫓기고, 숙제에 쫓기고, 의무에 쫓기면서 공부를 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조금 여유를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생 때 김동욱 선생님 수업을 들었는데,

들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연필통' 이라는 게 숙제로 나옵니다. 

한 주 숙제고, 백몇십 페이지짜리 책입니다. 

초반에는 열심히 풀었죠, 한 주 숙제로 책 한권을 주는 게 고맙고 놀라워서, 

이걸 다 풀기만 하면 국어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지만 슬슬 의문이 들더라고요. "이걸 다 푸는 게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될까?"

"이거 풀 시간에 내게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찾아 공부할 순 없을까?'


그래서 저는 과감히 그냥 안 풀기로 했습니다.

뭐 정말 아예 안 푼건 아니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만 군데군데 풀었네요.

그거 풀 시간에 교재에 있는 지문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읽어보고 가는 게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어찌 보면 저는 의무로부터 도망친 것이죠.

스스로에게 '한 주에 연필통 하나를 풀겠다!'라고 다짐했지만, 그 약속을 그냥 깨버렸으니까요.

하지만 절대로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공부를 더 잘 하기 위한 결정이었죠.


이것이 '도망치되, 포기하지 마라' 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공부하다 너무 힘들면 잠깐 자도 됩니다. 노래방을 가거나 pc방을 가던 마음대로 하세요. 잠깐 도망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마세요. 잠깐 도망치는 시간조차도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으로 사용하세요.



"이것들만 다 풀면 성적이 오를 거야..." "이 선생님 커리 다 타면 성적이 오를 거야..." 이런 생각?


말도 안 되는 소리고, 그렇게 공부하다 보면 남는 것은 좌절뿐입니다.

어차피 공부의 키를 스스로 쥐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뭐 결과적으로 결론은 식상하게도 공부는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의 판단으로,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을 하세요.

그게 잠시 의무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라 할지라도요.

그것이 결과적으로 내가 공부를 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나중에 결과를 받아 들고, 본인이 정말 도망치는 시간조차도 목표를 위해 썼는지,

아니면 그냥 이 글을 자기합리화 수단으로 받아들였는지는 

아마 본인이 가장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본인이 공부의 키를 쥐었었다면, 성적이 떨어진들 아쉬울 수는 있겠고, 좀더 열심히 할걸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더 잘하겠다 다짐하거나, 혹은 해볼 만큼 했으니 결과에 만족한다거나 할 수 있을 겁니다. 


혹시 내가 너무 많은 '해야 할 일'들에 떠밀려 길을 잃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