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과 위악 [728914]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22-02-11 10:59:22
조회수 507

미국의 학교 마스크 착용 논쟁을 지켜보면서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4671040

추신부터


아래 글은, 저의 소셜 미디어에 올린 것이기도 합니다. 입시 사이트에 이런 글이 필요한가, 고민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을 거쳐간 분들이 20년 혹은 30년 뒤 이 사회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올립니다.

함께 고민해보자는 뜻에서요.

어느 틀딱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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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요즘, 초중등학교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으로 시끌벅적한가 봅니다. 


벗고 싶으면 벗자는 쪽은 ‘교육 정상화’를, 반대파 그러니까 마스크를 반드시 쓰자고 외치는 이들은 ‘보건(안전)’을 내세웁니다. 이 문제로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소송까지도 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며칠 전, 미국 포브스 지에 실린 어느 감염학자의 글을 보았습니다. 감염병 전문가답게 그는 이렇게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마스크를 벗게 되면 가장 취약해지는 이들은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다. 이들도 함께 교육받을 권리는 헌법에 명시돼 있다. 장애우들을 생각하지 않고 개인의 가치만을 내세우는 이들은 나치처럼 우생학을 지지하는 이들이냐.’


솔직히 저는 뭐가 옳은지 전혀 모릅니다. 물론 해법은 의료 혹은 보건적 관점에서만 판단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초중등교육은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보건이나 의료적 측면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 학생들의 심리 등 여러 각도에서 문제점과 개선점을 살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이런 논쟁을 지켜보면서 저는 ‘우리는 왜 저런 논쟁조차 벌어지지 않는가’ 한탄합니다. 


코비드 19 3년째. 그간 학교가 폐쇄된 적도 있었지만, 화상으로 혹은 ‘제한적 대면’으로 수업이 이어졌습니다. 한데 대면 수업일지라도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만 하니, 교사와 학생이 서로의 얼굴을 몰라보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 됐습니다. 


이 장면에서, ‘학교’의 뜻이 뭔지 살펴봅시다. ‘학교’에서 ‘교’자를 파자하면, 나무 木에 사귈 交 자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무 그늘 아래서 서로 대화하면서 본받고 배운다(爻)는 뜻이겠지요. 그러나, 서로의 얼굴을 모른다면 진정한 ‘교유’가 이뤄질 수 있을까요?


학교에서의 마스크 강제 착용 여부를 보건 측면에서만 다룰 수 없는 것은 이런 까닭입니다. 서로 얼굴도 모르는데 무슨 사귐과 본받음이 진정으로 이뤄질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코비드가 이렇게도 만연한 지금, ‘교육 정상화’만을 외치면서 마스크를 벗자고 무조건 주장할 수도 없는 것이고요.


이제는 교실에서 마스크 강제 착용이 교육에서만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요?


한데 그런 토론이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벌어진 적이 있었나요? 그저 정부가 ‘공익’을 위해 어떤 방침을 내리면 우리는 그냥 따라가기만 했던 것은 아닌가요? 


그런 점에서 저는 절망합니다. 여전히 우리는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를 외쳤던 국민교육헌장의 그늘 속에 있는 것은 아닌지요. ‘멸사봉공(滅私奉公) 선공후사(先公後私)만이 제일이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요.


개인의 가치가 집단 혹은 공공의 무게에만 짓눌려 제대로 발현되지 못하는 국가나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일지 저는 의문스럽습니다.


‘교실에서 마스크를 무조건 벗게 하자’고 주장하고픈 게 아닙니다. 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개인과 국가’ ‘개인과 사회’ ‘공과 사’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보자는 겁니다. 


참고로, 포브스 지에 실린 어느 감염학자의 글입니다. 미국에서 ‘마스크 착용 논쟁’이 어찌 진행되는지 일견하십시오.


https://www.forbes.com/sites/judystone/2022/02/06/bans-on-mask-mandates-to-protect-against-covid-endanger-students-with-disabilities/?sh=6daf5246d2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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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5chan · 1021796 · 22/02/11 11:13 · MS 2020

    그렇게 주장할 자유는 충분히 있는 것 아닌지요. 꼭 마스크 관련이 아니라도 정부의 정책에 대한 자유주의적 측면에서의 비판은 매우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마스크 사안의 경우에는 미국과 달리 절대 다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뿐인 것 같은데... 저 정도는 하나의 사례이고 더 넓게 봤을 때는 개인의 가치가 많이 드러나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이라고 느낍니다.

  • 위선과 위악 · 728914 · 22/02/11 11:34 · MS 2017 (수정됨)

    아, 저와는 생각이 조금 다르시군요.

    저는 코비드와 관련해서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공과 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입장이 잘 드러난다고 봅니다. 이는 정부에 대한 비판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코비드 초기, 확진자 동선까지도 공개했습니다. 솔직히 그 어느 국가에서도 유례가 없었지요. 미국이나 유럽 국가 중, 확진자의 개인 동선을 공개한 나라가 있었나요?

    한데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비판이 제대로 일지 않았습니다. 그 어느 국가에서도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야 시행을 멈췄지요.(아, 북한 같은 국가 같지도 않은 국가는 제외하고 말입니다.)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는 '일상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한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확진자 몇 명이다,라는 주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는 언론 보도 태도로 잘 알 수 있는 일이고요.

    이 글에서 지적하고픈 것은, 개인의 가치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함입니다.

    예전, 그러니까 1988년 2학기 때 러시아사 강의를 하시던 이인호 선생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개인주의를 제대로 겪지 못한 사회, 개인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회는 사회주의를 이룰 수 없습니다."

    저 문장에서 사회주의를 국가나 공동체로 바꿔도 저는 무방하다고 봅니다.

    정부에 대한 비판이 문제가 아닙니다.

    좌든 우든, 우리 사회는 코비드 19 사태에서 개인의 가치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우파에서 '개인의 가치'를 코비드 19 사태 때 제대로 거론한 적이 있었는지요. 무조건 '통제 중심의 방역'만을 외쳤지요. 그것이 답답합니다, 저는...

  • 으헤헤헤헤헤 · 942694 · 22/02/11 11:18 · MS 2019

    어차피 모든건 정부의 뜻대로

  • 위선과 위악 · 728914 · 22/02/11 11:34 · MS 2017

    그것은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닐지요. 물론 귀하께서 '자조'적으로 쓰셨다고는 이해합니다만...

  • 으헤헤헤헤헤 · 942694 · 22/02/11 11:51 · MS 2019

    그쵸 피해야 하죠. 피해야 하는데......

  • 위선과 위악 · 728914 · 22/02/11 12:31 · MS 2017

    예, 솔직히 답이 잘 안 보입니다, 저 역시... 답답하지요...

  • 센츄오프 · 665791 · 22/02/11 12:03 · MS 2016

    마스크도 그렇고 백신도 그렇고 코로나 시국을 2년 넘게 겪으면서 지나치게 순종적인 국민성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의 사람들 머릿속에서 개인은 한없이 등한시되고, 집단만 우선되는 점이 저는 다소 씁쓸하더라구요... 젊은 세대도 상당히 심하지만 나이든 세대일수록 정부가 하라니까 한다, 하라고 하는대로 사는게 정답 아니겠나 이런 말 수없이 들으면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올해 신규교사로서 학급경영 방안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있는데 학생자치 활성화나 비판적 사고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을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 참 어렵네요.. 학교다닐 때 이런 교육을 받아본 적도, 어디서 받았다고 들은 적도 없어서 더더욱 어려운 것 같습니다. 주변에 교사인 지인들과 얘기하면서 조금 더 고민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 위선과 위악 · 728914 · 22/02/11 12:30 · MS 2017

    교단에서 참으로 답답한 경험을 많이 하시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게다가 저 같은 똥팔육들의 '조언'도 들어야'만' 하실 것이니...

    그럼에도 응원합니다.

    선생님이 빛내실 교실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