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맥주 [1088100] · MS 2021 · 쪽지

2022-02-05 21:52:31
조회수 15,891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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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르비 오늘 서점에서 너무 억울한 일 겪어서 썰푼다 ㅠㅠ


어제부로 다지쌤 한국사 개념완성이 끝나서

이제 문제집이나 풀어볼까! 하고 서점엘 갔는데


여기 아가들이 다들 합격인증만 보면

'아... 수특이나 펴야겠다' '수완이나 펴야겠다'하길래

한국사 수특이랑 수완을 사야겠다 싶었지.

우리 오르비 친구들이 인정할 정도면 

퀄리티는 보장받은 책 아니냐 이말이야


그래서 EBS 교재 코너 앞을 기웃거리는데

아무리 찾아도 수능특강 한국사가 없는거라


그래서 책장 정리하고 계신 사장님한테 가서

저기... 사장님 책 하나만 찾아주실 수 있으세요? 했더니

도끼눈에 호랑이수염을 한 사장님이 걸걸한 목소리로

"어머님 무슨 책 찾으시는데요?" 하시는 거야.

히잉 그냥 혼자 찾아볼걸...후회가 들긴 했지만

그래도 이미 여쭤본 걸 어떡해. 엎질러진 물이지

"아 수능특강 한국사요..." 하고 대답했더니


사장님이 내 얼굴을 위아래로 쓱 훑어보면서

수특은 지금 네 과목밖에 안 나왔어요. 어머님 너무 일찍 오셨네

하고 휙 돌아서시길래

아 그럼 혹시 수능완성은...! 하고 다시 여쭤보니까

갑자기 사장님 얼굴이 팍 썩으시면서


아 진짜 할머니 뭘 모르면 자식을 데리고 오시든가!

수완은 6월에나 나오는 거에요 6월에

글고 할매요 한국사는 수완이 없어요 없어 애초에!

거 혹시 아직도 수특에서 수능 칠십프로 연계인줄 알고 사러 오셨나?

내 말은 잘 들려요? 할매 보청기도 집에 두고 온 거 아냐?


하도 역정을 내시니까

서점 안에 있던 사람들 시선이 다 나한테 쏠리는데

옆에서 참고서 고르고 있던 쪼꼬미들이 킥킥거리면서

'야 화석이다 화석 ㅋㅋㅋ 언수외 어서오고ㅋㅋㅋ'

'저 할매 때는 한국사 선택과목 아녔냐 ㅋㅋㅋ 고생하시넼ㅋㅋ'

진짜 억울해서 눈물이 날라하는걸 억지로 참고 있으니까


다행히 서점에서 자주 보고 지내던 알바생이 와서

사장님 우리 어머님이 쫌 옛날분이라서 그래요 이해하세요 ㅎㅎ

그래도 왕년엔 이분이 파랑 단색펜으로만 필기하고

학교에 무릎담요 덮고 공부하는 애 있으면 

담요 뺏어가서 태워버리는 실수 할머니였대요!

해줘서 사장님도 나중에 뻘쭘해하면서 

언성 높여서 죄송하다고 하시더라


하여튼 오랜만에 들른 서점에서 너무 치욕스런 일을 겪어서

다음부터는 그냥 참고서나 문제집은

그냥 인터넷에서 사야겠다고 마음먹어써


우리 착한 오르비 아가들은

주변에 노인분들 있으면 너무 괄시하지 말고 잘 도와드리도록 하쟈

다들 늙는거 한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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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직도 출간되지 않은 수특 때문에 서점 2곳 헛걸음한 게 분해서 써봤음니다 ㅎㅎㅎ

일해라 Eㅂ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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